문화이슈

'71년 전 부산'의 숨겨진 진실… 사진으로 밝혀지다!

 71년 전 겨울의 부산이 한 장의 사진 속에서 되살아났다. 서울 원서동 예화랑 창덕궁점에서 열리고 있는 '임응식: 아르스 포토그라피카' 전시회는 한국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임응식 작가(1912~2001)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격동기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2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작품은 1954년 촬영된 '부산세관'이다. 르네상스식 첨탑이 우아하게 솟은 적벽돌 건물인 부산세관을 중심으로, 당시의 삶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진흙탕 도로를 달리는 지프차와 고물 트럭, 추위를 피하려 머플러를 동여맨 채 발걸음을 재촉하는 여인, 나무지게에 가마니를 가득 실은 짐꾼의 모습은 전후 한국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임응식 작가는 일제강점기 우편국 직원으로 일하며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해방과 한국전쟁이라는 격변기를 거치며, 그는 카메라에 담긴 8만여 장의 사진들을 통해 시대의 기록자가 되었다. 후에 대학에서 사진과 교수로 재직하면서도 그의 렌즈는 멈추지 않았고, '삶 속에 일어난 모든 현상을 표현해야 한다'는 생활주의 사진의 철학을 실천했다.

 


이번 전시회의 백미는 1940~60년대 초창기 작품들이다. 특히 2층 전시장에서는 확대된 판형(76.2㎝×101.6㎝)으로 선보이는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1946년 작품 '아침'은 꽃을 이고 가는 댕기머리 소녀들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상처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을 담아냈다. 1954년 부산 광복동을 배경으로 한 '신문 읽는 남자'는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1950년 작 '초연 속의 성당'은 폭격으로 파괴된 인천 성당 종탑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증언하고 있다.

 

임응식 작가의 사진들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의 렌즈는 전쟁과 가난이라는 어두운 시대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했고, 그 순간들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특히 부산을 배경으로 한 연작들은 피난지였던 도시의 역동적인 모습과 그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거장의 시선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24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성찰하며,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도시 ‘필라델피아’ 이름, 사실 튀르키예의 이 포도밭에서 시작됐다

를 확립한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역사적 상징성이 크다. 과거 미국에서 사목할 당시 가톨릭교회가 원주민에게 저지른 죄악에 대한 사죄의 뜻을 밝히기도 했던 교황이 ‘종교 간 대화’를 주제로 어떤 화합의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이번 순방은 기독교 역사의 뿌리가 서린 튀르키예와 역대 교황들이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한국의 성지들을 다시금 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튀르키예는 이슬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초기 역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땅이다. 그 중심에는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 시절 1100년간 기독교 세계의 심장이었던 이스탄불의 성소피아 성당이 있다. 비록 지금은 모스크로 사용되지만, 천장의 성모 마리아 모자이크와 복원 중인 예수의 벽화는 종교를 넘어선 공존의 역사를 보여준다. 또한, 이스탄불을 벗어나면 사도 요한이 성모 마리아를 모시고 와 여생을 보냈다고 전해지는 에페수스가 순례자들을 맞이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이곳에는 성모 마리아가 살았던 집터와 그의 무덤 위에 세워진 교회가 남아있어 성경 속 이야기를 생생하게 체험하게 한다.튀르키예 서부 지역은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소아시아 7대 교회’의 흔적을 따라가는 성지 순례의 핵심 코스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쌍벽을 이뤘던 도서관이 있던 페르가몬(베르가마), 염색업으로 부유했던 산업 도시 두아디라(아키사르), 체육관 유적이 인상적인 사르디스, 그리고 포도 재배지로 유명해 훗날 미국 도시 필라델피아의 어원이 된 빌라델비아까지, 각 지역은 저마다의 특색을 간직한 채 수천 년의 시간을 증언하고 있다. 특히 파묵칼레의 석회붕과 온천으로 유명한 히에라폴리스 인근에 자리한 라오디게아 교회는 아름다운 자연과 성지가 어우러진 경이로운 풍경을 선사하며, 박해를 피해 신자들이 숨어 지냈던 아야지니 석굴 성당 등은 험난했던 초기 기독교의 역사를 되새기게 한다.역대 교황들의 방문으로 한국 역시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의미 깊은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는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여의도에서 103위 시성식을 주재하며 한국 천주교회의 위상을 높였다. 2014년에는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이 광화문 시복식과 함께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의 생가가 있는 당진 솔뫼성지를 찾았다. ‘한국의 베들레헴’이라 불리는 솔뫼성지는 4대에 걸친 순교자의 흔적이 서려 있으며,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십자가의 길’은 순례자들에게 깊은 묵상의 시간을 제공한다. 또한, 수많은 순교자들의 행적을 기록으로 남긴 다블뤼 주교의 거처였던 신리성지는 드넓은 들판에 우뚝 솟아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내며 한국 천주교의 살아있는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