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어른을 위한 환상극장 선보여

 국립오페라단이 이달 말 환상적인 이야기와 날카로운 풍자가 결합된 독특한 오페라 무대를 선보인다. 오는 6월 26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1891~1953)의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이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20세기 초 러시아 작곡가 프로코피예프가 이탈리아 극작가 카를로 고치(1720~1806)의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 국내에서 전막 공연으로는 이번이 처음 선보이는 무대다.

 

오페라는 한 왕국의 왕자가 우울증에 걸려 웃지 못하는 데서 시작된다. 왕자를 웃게 하기 위해 열린 연회에서 어릿광대 트루팔디노가 마녀를 물리치자 왕자가 드디어 웃음을 터뜨리지만, 이에 분노한 마녀 파타 모르가나는 왕자에게 ‘세 개의 오렌지와 사랑에 빠질 것’이라는 저주를 내린다. 왕자는 이 저주로 인해 세 개의 오렌지를 찾아 머나먼 여정을 떠나고, 마지막 오렌지에서 나타난 니네타 공주와 사랑에 빠진다. 마녀의 방해로 위기를 맞지만 마법사의 도움으로 사랑을 지켜내며 결국 결혼에 이른다는 줄거리다. 이같이 판타지와 모험, 풍자와 로맨스가 교차하는 다채로운 이야기 구조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번 공연은 ‘극장 기계’라는 콘셉트 아래, 동화적인 무대를 통해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환상적인 분위기를 구현할 예정이다. 무대에는 움직이는 기계장치, 커튼, 자동차 등의 다양한 연극적 요소가 총동원된다. 이를 통해 극적인 공간 전환과 몽환적인 장면 연출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무대 디자인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초현실적 초상화에서 영감을 받아 구성됐다. 아르침볼도가 과일과 채소, 식물 등을 조합해 그린 인물화에서 착안해 기묘하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대가 마련된다. 여기에 환상성과 동화적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의상 디자인이 어우러져, 시각적 완성도를 높인다.

 

 

 

출연진 또한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성악가들로 구성돼 기대를 모은다. 왕자 역은 독일 퀼른 오페라극장의 솔리스트로 활동 중인 테너 김영우와 독일 로스톡 시립극장에서 활약 중인 신현식이 더블 캐스팅으로 나선다. 두 사람 모두 독일 현지에서 주요 오페라 무대에 출연하며 두각을 드러낸 바 있다.

 

왕자가 사랑에 빠지는 니네타 공주의 친구이자 주요 등장인물인 ‘클라리스’ 역은 도이치 오퍼 베를린과의 교류로 초청된 메조소프라노 카리스 터커가 맡는다. 터커는 파워풀한 성량과 무대 장악력으로 유럽 무대에서 활약 중이며, 이번 무대를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예정이다.

 

왕자에게 저주를 내리는 마녀 파타 모르가나 역에는 소프라노 박세영과 오예은이 더블 캐스팅됐다. 박세영은 섬세한 감성과 깊이 있는 해석으로 주목받아온 성악가이며, 오예은은 독보적인 음색으로 국내외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개성 있는 연기와 성량으로 무대의 긴장감과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국립오페라단 측은 이번 작품에 대해 “한 편의 동화 같지만 그 속에 권력 암투, 로맨스, 풍자, 여정 등 다층적인 이야기들이 교차한다”며 “고전 오페라를 선호하는 애호가뿐 아니라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찾는 젊은 관객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실험적인 무대와 현대적 해석, 풍부한 상상력이 더해진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은 한국 오페라 무대에 신선한 충격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고전적 형식 안에 유쾌한 위트와 감각적인 연출을 녹여낸 이 작품은, 오페라가 어렵고 고루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한 세대의 관객에게 다가가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등산 초보도 4시간이면 OK…인생 최고의 설경 '소백산' 지금이 기회

8cm가량의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하며,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을 알렸다. 특히 주말 내내 기온이 영하권에 머물 것으로 보여, 소백산 정상 부근은 단순한 설경을 넘어 나무나 풀에 수증기가 얼어붙어 하얗게 피어나는 '상고대'가 만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로 인해 겨우내 소백산의 진면목을 기다려온 등산객과 사진작가들의 마음이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소백산은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그중에서도 겨울 풍경은 전국 100대 명산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힐 만큼 독보적인 매력을 자랑한다. 눈이 내려 온 산이 순백으로 뒤덮이고, 그 위로 상고대가 서리꽃처럼 피어나는 모습은 마치 심해의 하얀 산호초 군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비현실적인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주 능선인 비로봉과 연화봉 일대는 바람과 낮은 기온의 영향으로 상고대가 절정을 이루는 곳으로, 이 황홀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거나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한 발길이 매년 겨울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솟아오르는 비로봉의 겨울 일출은, 힘든 산행의 고통을 한 번에 잊게 할 만큼 장엄하여 소백산 겨울 산행의 백미로 손꼽힌다.이번 주말, 이토록 환상적인 겨울 소백산을 제대로 만끽하려는 등산객들을 위한 최적의 코스도 준비되어 있다.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코스는 단양 천동 탐방지원센터나 새밭에서 출발하여 정상인 비로봉에 오른 뒤 다시 하산하는 약 11km 구간이다. 왕복 4시간 남짓 소요되는 이 코스는 경사가 비교적 완만하고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전문 산악인이 아닌 초보자나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등산객도 큰 무리 없이 도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소백산 설경의 핵심을 경험할 수 있어 가성비 높은 '인생 설경' 코스로 인기가 높다.이처럼 완벽한 조건이 예고되자 지역 사회의 기대감도 한껏 부풀어 올랐다. 단양의 한 주민(51)은 "매년 겨울 소백산을 오르지만, 눈과 상고대가 제대로 어우러진 날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며 "이번 주말 예보대로라면 정말 제대로 된 겨울 소백산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단양군 관계자 역시 "예보된 눈으로 인해 소백산만이 가진 고유의 겨울 정취가 한층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주말 소백산이 탐방객들에게 잊지 못할 겨울의 추억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