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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 다음은 '체인소 맨'…日 서브컬처, 주류 시장 완벽 장악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이 국내 대작들을 연이어 제치고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개봉 첫 주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와 추석 연휴 기대작이었던 '보스'에 밀려 3위까지 순위가 하락했으나, 작품을 본 관객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입소문이 퍼지며 N차 관람 열풍을 일으켰다. 이러한 역주행 흥행에 힘입어 개봉 3주 차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며, 12일까지 누적 관객 183만 명을 동원하며 장기 흥행 체제에 돌입했다. 이는 500만 관객을 돌파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흥행 계보를 이으며, 일본 애니메이션의 막강한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사례로 기록됐다.

 

영화의 폭발적인 인기는 스크린을 넘어 음원 차트까지 점령했다. J팝 스타 요네즈 켄시가 부른 주제가 '아이리스 아웃(IRIS OUT)'은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 '톱 100' 차트에서 4위까지 오르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는 2022년 이마세의 '나이트 댄서'가 세운 J팝 최고 기록(17위)을 가뿐히 경신한 것으로, 막강한 팬덤을 지닌 K팝 아이돌 그룹들 사이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또한, 유튜브 뮤직 한국 인기곡 '톱 100' 차트에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곡들을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며, '체인소 맨'과 주제가를 향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아이리스 아웃'의 성공은 완성도 높은 곡 자체의 매력과 아티스트의 높은 인지도가 시너지를 낸 결과로 분석된다. '레몬'으로 국내에도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요네즈 켄시는 이번 곡에서 힙합, 록, 팝 등 다양한 장르를 2분 30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녹여냈으며, 극 중 인물 '레제'의 목소리 '붐(BOOM)'을 효과적으로 삽입해 원작 팬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등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OST에 참여하며 쌓아온 그의 음악적 역량이 이번 '체인소 맨'을 통해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체인소 맨' 신드롬은 단순히 한 작품의 흥행을 넘어, 일본 대중문화가 더 이상 소수의 하위문화가 아닌 주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현상으로 해석된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이리스 아웃'의 인기 요인으로 "귀에 쏙쏙 박히는 다이내믹한 멜로디 전개가 도파민을 샘솟게 한다"고 분석하며, "애니메이션과 J팝이 서브컬처에서 주류 가까이로 올라섰다"고 진단했다. 한때 특정 마니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일본 애니메이션과 J팝이 이제는 영화관과 음원 차트의 판도를 뒤흔드는 핵심 콘텐츠로 부상한 것이다.

 

연기대상부터 국제포럼까지…열흘간 진주를 뜨겁게 달군 '드라마의 모든 것'

회관과 남강둔치 일원에서 펼쳐진 이번 축제는 K-드라마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했다. 현장에는 인기 드라마의 세트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드라마스크립트 체험 포토존'부터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한눈에 훑어볼 수 있는 '드라마 히스토리 전시관'까지 다채로운 체험형 콘텐츠가 마련되어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올해 화제작들을 모티프로 한 연지성 작가의 미술품 전시와 밤을 수놓은 버스킹 공연, 드라마 OST 라이브 무대는 축제의 열기를 한층 더 뜨겁게 달궜다. 진주시 마스코트 '하모'는 행사장 곳곳을 누비며 어린이부터 해외 관광객까지 모두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이번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행사 둘째 날 열린 '16회 코리아 드라마 어워즈'였다. 한 해 동안 시청자들을 웃고 울게 했던 K-드라마의 주역들이 대거 참석해 진주의 밤을 화려하게 빛냈다. 공중파, 케이블, OTT를 망라한 총 92편의 작품을 대상으로 진행된 시상식에서 영예의 대상은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의 안재욱에게 돌아갔다. 작품상은 '우리영화'가 차지했으며, 최우수연기상은 '귀궁'의 육성재와 '미지의 서울'의 박보영이 각각 남녀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현욱과 김지연 등도 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특히 올해 시상식에서는 진주시 마스코트 '하모'가 직접 수상자들에게 트로피를 전달하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되어 배우들과 팬들에게 특별한 재미와 추억을 선물했다.시상식의 화려함 이면에는 K-드라마의 깊이와 미래를 조망하는 의미 있는 시간도 마련되었다. 올해 '공로상'은 1964년 데뷔 이래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배우 김용림에게 수여되었다. 그는 "팬 여러분이 있어 지금까지 열심히 할 수 있었다"며 "남은 여생도 노력하는 배우가 되겠다"는 뭉클한 소감을 밝혀 현장에 깊은 감동을 안겼다. 같은 날 열린 '드라마 스토리텔링(영상국제포럼)'에서는 국내외 작가, 연출가, 제작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드라마 제작 현장의 경험과 글로벌 유통 전략 등 산업의 미래 비전을 공유하며 K-콘텐츠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열띤 논의를 펼쳤다.'2025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은 K-콘텐츠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브라질 상파울루 국제 문화교류단이 축제 현장을 직접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진주는 K-콘텐츠 문화산업의 심장부 같은 도시"라며 "K-드라마의 세계적 성공은 아름답고 깨끗한 진주시가 지닌 문화적 토양 덕분"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손성민 조직위원장의 말처럼, 18회째를 맞은 페스티벌은 한국 드라마의 현재와 미래를 나누는 뜻깊은 장으로서 진주 대표 축제의 입지를 굳혔으며, 앞으로 더욱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돌아올 것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