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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배는 겁나고, 안 하긴 싫고"…이시바 총리, 전범에 '택배' 보내는 꼼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또다시 야스쿠니 신사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17일 시작된 추계 예대제를 맞아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내각총리대신 이시바 시게루' 명의로 '마사카키'라 불리는 공물을 보냈다.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벌써 네 번째 공물 봉납으로, 직접 참배라는 최악의 도발은 피하면서도 신사를 향한 자신의 경의는 표하는 '원격 참배'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보수 지지층을 의식하면서도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의 거센 반발과 외교적 마찰은 피하려는 계산된 정치적 행보로 풀이된다. 총리라는 직책을 명시해 공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직접적인 방문은 피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통해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기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시바 총리의 이러한 '원격 참배'는 2013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전례를 그대로 따르는 모양새다. 당시 아베 총리는 현직 총리로서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해 국제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한국과 중국의 격렬한 반발은 물론, 동맹국인 미국마저 "실망했다"는 이례적인 비판 성명을 내놓자, 아베 총리는 이후 퇴임 때까지 단 한 번도 직접 참배하지 않고 공물 봉납으로 선회했다. 이시바 총리 역시 이 '아베 모델'을 학습해, A급 전범들을 향한 예우는 갖추되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가장 안전한 길을 택한 셈이다. 이는 일본의 우경화 흐름 속에서도 외교적 고립만은 피하려는 일본 정부의 현실적인 고민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러한 아슬아슬한 평화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이시바 총리의 유력한 후임으로 꼽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의 존재 때문이다. 자민당 내에서도 대표적인 극우 강경파로 분류되는 다카이치 총재는 일단 이번 추계 예대제에는 주변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참배를 보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총리 취임 전까지 몸을 사리는 전략적 행보일 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는 과거 각료 시절 봄·가을 예대제와 패전일마다 보란 듯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온 인물이다. 그가 총리직에 오를 경우, 아베 총리 시절보다 더 노골적으로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하며 한중일 관계를 극한의 갈등 상황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진다.

 

결국 이시바 총리의 공물 봉납은 일본 정치가 마주한 역사 문제의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A급 전범을 국가의 순국선열로 떠받드는 국내 우익 세력의 눈치를 봐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는 태도를 경계하는 국제사회의 압박에 대응해야 하는 이중적인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시바 총리의 '대리 참배'는 당장의 외교적 파국은 막았을지 몰라도,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의 불씨를 살려두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다카이치 사나에라는 '시한폭탄'이 대기하고 있는 한, 야스쿠니 신사를 둘러싼 동북아의 역사 전쟁은 언제든 다시 불붙을 수밖에 없는 위태로운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세종대왕님도 흐뭇해할 '한글놀이터', 드디어 세종시에 상륙

종시문화관광재단과의 협력을 통해 세종문화예술회관에 '한글놀이터 세종관'을 새롭게 조성하고, 12일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번 세종관 개관은 수도권에 집중된 우수 문화 콘텐츠를 지역으로 확산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이름을 딴 세종시에 첫 지역 거점이 마련되면서, 아이들이 도시의 정체성과 한글의 가치를 함께 배우는 교육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한글놀이터'는 '한글 공부'라는 딱딱한 학습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는 신개념 체험 공간이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한글을 외우고 쓰는 대신, 온몸으로 부딪히고 뛰어놀며 한글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세종관은 이러한 기본 취지에 세종시의 지역적 특색을 녹여 한층 더 특별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관람객들은 한글 자모음의 모양을 본떠 만든 '기역통통', '니은통통' 등 7종의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말랑통통 마을'의 비밀 열쇠를 찾아 나서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음과 모음의 형태를 닮은 구조물을 오르내리고, 소리의 원리를 이용한 놀이를 즐기며 한글의 제자 원리와 확장성을 어렵지 않게 이해하게 된다.이번 세종관의 성공적인 개관은 중앙정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의 성공적인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수년간의 운영 노하우를 담아 개발한 핵심 콘텐츠를 제공하고, 세종시와 세종시문화관광재단이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공간 조성과 운영을 맡아 시너지를 창출했다. 강정원 국립한글박물관장은 "서울에서만 즐길 수 있었던 한글놀이터를 지역 주민들도 향유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히며, 이번 세종관을 시작으로 한글 교육 문화의 전국적인 확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국립한글박물관은 이번 세종관 개관을 발판 삼아 내년부터는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 지역 거점별로 한글놀이터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는 전국의 더 많은 어린이가 사는 곳 가까이에서 양질의 한글 체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3년간 상설 운영될 '한글놀이터 세종관'이 세종시를 넘어 충청권의 대표적인 어린이 문화 명소로 자리 잡고, 미래 세대에게 우리 글 한글의 소중함과 과학적 우수성을 알리는 전초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