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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결번 받고 웃던 김연경, 마이크 잡자마자 돌변… "이따위 시스템으론…"

 '배구 여제' 김연경이 화려했던 선수 생활에 공식적인 마침표를 찍는 바로 그날,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를 향한 뼈아픈 고언을 쏟아냈다. 지난 1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은 2025-2026 V-리그 개막전의 열기와 더불어 김연경의 공식 은퇴식을 보기 위해 모인 5,401명의 관중으로 가득 찼다. 흥국생명 구단은 한국 배구 역사상 최초로 그의 등번호 '10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하며 최고의 예우를 보냈다. 김연경은 "울컥했지만 눈물을 흘리진 않았다"며 "영구결번을 받아 굉장히 영광스럽다"는 소감을 밝혔지만, 그의 시선은 이미 코트 밖에서 마주한 한국 배구의 현실과 미래를 향해 있었다. 은퇴 후 흥국생명 어드바이저, FIVB 세미나 참석, 예능 프로그램 감독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그가 느낀 문제의식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김연경이 코트를 호령하던 시절, 한국 여자배구는 세계 무대의 당당한 일원이었다. 2012 런던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두 차례나 4강 신화를 일궈냈고, 세계 최강팀들과의 대결에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김연경을 필두로 한 황금세대가 동시에 코트를 떠나자, 대표팀의 경쟁력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4강 진출 실패와 국제배구연맹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강등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그 충격적인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에 대해 김연경은 "국제 무대 성적이 가장 중요한데, 지금은 장기적인 계획 없이 시스템이 계속 바뀌는 느낌"이라며 "이런 부분이 팬들을 화나게 만들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하게 만든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는 3년 뒤 LA 올림픽은 물론, 12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플랜 수립이 절실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가대표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김연경이 제시한 구체적인 해법은 V-리그 자체의 체질 개선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현재 V-리그의 연봉 구조상 선수들이 해외에 도전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라는 현실을 먼저 짚었다. 과거 자신처럼 해외 리그에 진출해 기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역으로 리그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즉, "V-리그 수준을 높여서 좋은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자"는 것이다. 세계적인 기량을 갖춘 외국인 선수들이 V-리그에서 뛰게 되면, 국내 선수들은 그들과의 경쟁 및 훈련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량이 동반 상승할 것이고, 이는 곧 국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이는 리그의 흥행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제시됐다.

 

선수 육성 시스템에 대한 쓴소리도 거침없었다. 김연경은 현재 V-리그에 없는 '2군 시스템'의 부재를 강하게 비판했다. "선수가 없어서 2군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일축하며, "웜업 존에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만으로도 2군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군 엔트리를 소폭 줄이는 대신, 나머지 선수들이 2군 리그에서 꾸준히 실전 경험을 쌓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가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기존 1군 스태프 일부를 활용하면 충분히 운영 가능하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덧붙였다. 이는 단순히 벤치를 지키는 유망주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외침이자, 한국 배구의 근간을 튼튼히 다져야 한다는 '배구 여제'의 마지막이자 가장 진심 어린 호소였다.

 

남들 다 가는 '뻔한 여행' 질렸다면…요즘 뜨는 '숨은 보석' 여행지 3곳

진 소도시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클룩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의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익숙한 여행지 안에서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더 이상 유명 관광지를 순례하는 '점 찍기'식 여행에서 벗어나, 현지의 고유한 매력과 문화를 깊이 있게 체험하려는 여행객들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북적이는 대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한적한 소도시에서 온전한 휴식과 새로운 영감을 얻으려는 움직임이 새로운 여행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일본과 베트남의 작지만 매력적인 도시들이 있다. 특히 일본 시즈오카현의 후지노미야는 전년 대비 예약 건수가 무려 38배나 폭증하며 새로운 스타 여행지로 떠올랐다. '일본의 하와이'라 불리는 오키나와의 나하와 베트남 북부의 산악 도시 사파 역시 각각 60% 이상 예약이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단순히 일부 마니아층의 관심이 아닌, 대중적인 여행 트렌드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강력한 신호다. 과거에는 도쿄나 오사카, 하노이 같은 대도시를 거점으로 잠시 들르는 곳으로 여겨졌던 이들 소도시가 이제는 그 자체로 여행의 최종 목적지가 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소도시 열풍의 배경에는 대도시가 줄 수 없는 차별화된 경험이 자리한다. 후지노미야는 웅장한 후지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지역 특유의 미식과 쇼핑, 온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여행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오키나와 나하는 아름다운 해변에서의 휴양과 해양 액티비티는 물론, 섬 전체를 자유롭게 누비는 드라이브 여행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올해 오키나와의 렌터카 예약은 전년 대비 250%나 급증하며 이러한 트렌드를 증명했다. 베트남 사파 역시 인도차이나 최고봉인 판시판산의 장엄한 풍경과 소수민족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하노이에서의 접근성이 개선되며 숨은 보석에서 모두의 버킷리스트로 거듭나는 중이다.결국 이는 여행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행객들은 이제 정해진 코스를 따라가는 수동적인 관광객이 되기보다, 자신만의 취향과 속도에 맞춰 여행을 디자인하는 능동적인 탐험가를 자처한다. 오키나와 해변 도로를 고카트로 질주하고, 사파의 케이블카를 타고 구름 위를 산책하며, 후지산의 절경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기는 이색적인 활동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이준호 클룩 한국 지사장의 말처럼, 이제 여행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 '발견의 즐거움'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는 과정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 숨겨진 소도시들의 반란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