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큐브

당신의 미식 지도, 아직도 '불고기'에 멈춰있나요?…일상으로 떠나는 K-푸드 여행

 외국인 관광객의 '맛집 지도'가 근본부터 뒤바뀌고 있다. 과거 한국을 찾은 이들이 김치, 불고기, 비빔밥 같은 전통 한식을 으레 맛보는 코스로 여겼다면, 이제는 한국인의 평범한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그들의 밥상과 간식을 그대로 경험하려는 새로운 흐름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잠재 방한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맛집 투어'가 가장 하고 싶은 활동 1위(15.7%)에 올랐다는 사실은 음식이 단순한 끼니를 넘어 한국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문화 체험으로 격상되었음을 보여준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K-콘텐츠의 영향으로, 이제는 라면과 김밥, 길거리 간식 같은 지극히 평범한 '한국인의 일상식'이 외국인들에게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특별한 여행 아이템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실제 소비 데이터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한국관광공사가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연평균 성장률이 가장 가파르게 치솟은 메뉴는 아이스크림(35.0%), 편의점 음식(34.0%), 와플·크로플(25.5%)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통적인 한식당이 아닌, 한국인의 일상과 가장 밀접한 공간들이 새로운 관광 명소로 부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편의점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약 1300만 건의 카드 결제를 기록하며 K-푸드 업종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더 이상 단순히 물건을 사는 장소가 아니라, 라면부터 각종 간식과 음료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K-푸드 편집숍'이자 필수 여행 코스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햄버거, 빵, 커피처럼 전 세계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메뉴들이 한국에서 유독 인기를 끄는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그 비밀은 바로 '한국식 변주'에 있다. 햄버거 결제 상위 10개 브랜드 중 6개가 국내 프랜차이즈였으며, 글로벌 브랜드조차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한정판 메뉴나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토핑을 선보이며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는 한국인에게는 평범한 한 끼 식사인 국수, 만두, 감자탕 같은 메뉴가 외국인에게는 자국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미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국수·만두(55.2%)와 감자탕(44%)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폭발적인 소비 성장률을 기록하며 새로운 K-푸드의 강자로 떠올랐다.

 

결국 이 모든 현상의 중심에는 국경 없이 퍼져나가는 소셜미디어의 막강한 영향력이 자리 잡고 있다. 해외 SNS에서 '꿀떡 시리얼' 챌린지가 유행하며 30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기록하자, 국내 기업이 실제 제품을 출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는 떡과 한과에 대한 소비가 76.9%나 급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처럼 한국인의 일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외국인에게 새로운 경험과 영감을 제공하고, 이것이 다시 한국의 소비 트렌드에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 구조가 관광업계의 새로운 공식으로 굳어지고 있다. 한국인의 평범한 오늘이 외국인에게는 가장 특별한 여행의 순간이 되는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남들 다 가는 '뻔한 여행' 질렸다면…요즘 뜨는 '숨은 보석' 여행지 3곳

진 소도시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클룩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의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익숙한 여행지 안에서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더 이상 유명 관광지를 순례하는 '점 찍기'식 여행에서 벗어나, 현지의 고유한 매력과 문화를 깊이 있게 체험하려는 여행객들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북적이는 대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한적한 소도시에서 온전한 휴식과 새로운 영감을 얻으려는 움직임이 새로운 여행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일본과 베트남의 작지만 매력적인 도시들이 있다. 특히 일본 시즈오카현의 후지노미야는 전년 대비 예약 건수가 무려 38배나 폭증하며 새로운 스타 여행지로 떠올랐다. '일본의 하와이'라 불리는 오키나와의 나하와 베트남 북부의 산악 도시 사파 역시 각각 60% 이상 예약이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단순히 일부 마니아층의 관심이 아닌, 대중적인 여행 트렌드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강력한 신호다. 과거에는 도쿄나 오사카, 하노이 같은 대도시를 거점으로 잠시 들르는 곳으로 여겨졌던 이들 소도시가 이제는 그 자체로 여행의 최종 목적지가 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소도시 열풍의 배경에는 대도시가 줄 수 없는 차별화된 경험이 자리한다. 후지노미야는 웅장한 후지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지역 특유의 미식과 쇼핑, 온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여행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오키나와 나하는 아름다운 해변에서의 휴양과 해양 액티비티는 물론, 섬 전체를 자유롭게 누비는 드라이브 여행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올해 오키나와의 렌터카 예약은 전년 대비 250%나 급증하며 이러한 트렌드를 증명했다. 베트남 사파 역시 인도차이나 최고봉인 판시판산의 장엄한 풍경과 소수민족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하노이에서의 접근성이 개선되며 숨은 보석에서 모두의 버킷리스트로 거듭나는 중이다.결국 이는 여행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행객들은 이제 정해진 코스를 따라가는 수동적인 관광객이 되기보다, 자신만의 취향과 속도에 맞춰 여행을 디자인하는 능동적인 탐험가를 자처한다. 오키나와 해변 도로를 고카트로 질주하고, 사파의 케이블카를 타고 구름 위를 산책하며, 후지산의 절경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기는 이색적인 활동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이준호 클룩 한국 지사장의 말처럼, 이제 여행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 '발견의 즐거움'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는 과정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 숨겨진 소도시들의 반란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