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이슈

"일단 지켜보고 결정"… 日 첫 여성 총리, 시작부터 야당에 발목 잡히나

 일본 정치 지형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집권 자민당과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가 연립정권 수립이라는 중대 결단을 내리면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일본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로 등극하는 것이 사실상 확정되는 분위기다. 양당은 오는 21일로 예상되는 총리 지명선거에서 다카이치 총재에게 표를 몰아주기로 합의했으며, 20일에는 연정 합의서에 공식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두 정당의 중의원 의석을 합치면 231석으로, 과반인 233석에 단 두 석이 모자라지만, 자민당 출신 의장과 참정당 등 군소 우익 정당의 협력을 더하면 1차 투표에서 무난히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야권의 단일화 시도가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일본 정치의 무게추가 급격하게 보수 우위로 기울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정은 기존의 정치 공식과는 전혀 다른, 미묘하고도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유신회는 각료를 내각에 참여시키지 않는 '각외협력(閣外協力)'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내각에 직접 들어가 장관직을 배분받고 국정 운영의 책임을 분담했던 과거 공명당의 '각내협력(閣內協力)'과는 명백히 선을 긋는 방식이다. 다카이치 총재는 당초 각료 자리를 제안하며 유신회를 내각 안으로 끌어들이려 했지만, 유신회는 일단 정부 바깥에서 거리를 둔 채 정책 협력에만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정권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전략적 포석으로, 향후 정국 운영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유신회가 이처럼 한 발짝 물러서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속내가 깔려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자신들이 내건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기업·단체 헌금 폐지 등 핵심 개혁 과제의 이행 여부를 먼저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가 "정책 실현이 목적"이라고 공언했듯, 섣불리 내각에 들어갔다가 개혁 동력을 잃고 정권의 들러리로 전락하는 상황을 경계하는 것이다. 또한 5%대에 머무는 저조한 정당 지지율도 부담이다. 각료 경험이 거의 없는 의원들이 입각했다가 미숙한 모습을 보이거나 불상사에 휘말릴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 팽배하다. 결국 행동의 자유를 확보하면서 실리는 챙기는,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

 

다카이치 총재 역시 유신회의 이러한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서, 각료 자리 대신 '총리 보좌관'이라는 실리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유신회의 엔도 다카시 국회대책위원장을 총리 직속 보좌관으로 기용해, 총리 관저에 집무실을 두고 정책 수립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는 유신회에 국정 운영의 책임은 지우지 않으면서도 연정의 한 축으로서 상징성과 실리를 모두 챙겨주는 절묘한 타협안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다카이치 내각은 장관직 배분이라는 전통적 연대의 고리 없이, 정책적 필요와 정치적 계산이 맞물린 위태로운 동거 관계로 첫발을 떼게 되었다.

 

 

 

남들 다 가는 '뻔한 여행' 질렸다면…요즘 뜨는 '숨은 보석' 여행지 3곳

진 소도시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클룩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의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익숙한 여행지 안에서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더 이상 유명 관광지를 순례하는 '점 찍기'식 여행에서 벗어나, 현지의 고유한 매력과 문화를 깊이 있게 체험하려는 여행객들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북적이는 대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한적한 소도시에서 온전한 휴식과 새로운 영감을 얻으려는 움직임이 새로운 여행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일본과 베트남의 작지만 매력적인 도시들이 있다. 특히 일본 시즈오카현의 후지노미야는 전년 대비 예약 건수가 무려 38배나 폭증하며 새로운 스타 여행지로 떠올랐다. '일본의 하와이'라 불리는 오키나와의 나하와 베트남 북부의 산악 도시 사파 역시 각각 60% 이상 예약이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단순히 일부 마니아층의 관심이 아닌, 대중적인 여행 트렌드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강력한 신호다. 과거에는 도쿄나 오사카, 하노이 같은 대도시를 거점으로 잠시 들르는 곳으로 여겨졌던 이들 소도시가 이제는 그 자체로 여행의 최종 목적지가 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소도시 열풍의 배경에는 대도시가 줄 수 없는 차별화된 경험이 자리한다. 후지노미야는 웅장한 후지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지역 특유의 미식과 쇼핑, 온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여행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오키나와 나하는 아름다운 해변에서의 휴양과 해양 액티비티는 물론, 섬 전체를 자유롭게 누비는 드라이브 여행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올해 오키나와의 렌터카 예약은 전년 대비 250%나 급증하며 이러한 트렌드를 증명했다. 베트남 사파 역시 인도차이나 최고봉인 판시판산의 장엄한 풍경과 소수민족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하노이에서의 접근성이 개선되며 숨은 보석에서 모두의 버킷리스트로 거듭나는 중이다.결국 이는 여행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행객들은 이제 정해진 코스를 따라가는 수동적인 관광객이 되기보다, 자신만의 취향과 속도에 맞춰 여행을 디자인하는 능동적인 탐험가를 자처한다. 오키나와 해변 도로를 고카트로 질주하고, 사파의 케이블카를 타고 구름 위를 산책하며, 후지산의 절경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기는 이색적인 활동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이준호 클룩 한국 지사장의 말처럼, 이제 여행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 '발견의 즐거움'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는 과정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 숨겨진 소도시들의 반란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