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재인 전 대통령, '평산책방' 채널로 유튜버 데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최초로 유튜브 채널에 고정 출연하며 새로운 형태의 대중 소통에 나섰다.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평산책방’을 통해 공개된 첫 영상은 문 전 대통령이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대담하는 형식으로, '시인이 된 아이들과 첫 여름, 완주'라는 제목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퇴임 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책방지기'로 변신한 문 전 대통령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사회적 약자에게 시선을 돌리는 공익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특정 채널에 정기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상 제작은 김어준 씨의 겸손방송국이 맡아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번 유튜버 데뷔는 정치적 메시지 전달보다는 '책'을 매개로 한 문화적 소통을 강화하고, 평산책방의 역할을 온라인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2023년 4월 문을 연 평산책방은 단순한 서점을 넘어 지역 주민과 방문객이 소통하는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문 전 대통령은 이미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꾸준히 추천 도서를 소개하고, 북토크 등 각종 도서전에 참여하며 '책방지기'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져왔다. 이번 유튜브 채널 개설은 이러한 오프라인 활동의 영역을 온라인으로 확장하여, 시공간의 제약 없이 더 많은 대중과 호흡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전직 대통령이 공식 채널을 통해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며 사회적 의제를 던지는 방식은 향후 다른 전직 지도자들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첫 영상에서 평산책방 책방지기로 소개된 문 전 대통령은 첫 추천작으로 시집 ‘이제는 집으로 간다’를 소개하며 사회의 가장 어두운 곳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냈다. 이 시집은 소년보호재판에서 보호위탁 처분을 받은 경남 청소년위탁센터의 청소년 76명이 직접 쓴 시를 모은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책을 선정한 배경에 대해 깊은 울림을 전했다. 그는 "이 아이들은 앞으로 우리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느냐, 안 그러면 계속 빗나간 생활을 하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이들의 절박한 상황을 짚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애들은 들어주기만 해도 달라진다"고 강조하며, 사회가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교화 프로그램이 아닌 '경청'임을 역설했다.

 


그는 아이들이 시를 통해 고립감, 외로움, 무력감을 체념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느낀다"고 덧붙이며, 시의 치유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 발언은 청소년 문제 해결에 있어 제도적 접근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공감과 소통이 핵심임을 강조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문 전 대통령은 이와 연계하여 두 번째 추천작으로 류기인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부장판사 등이 엮은 ‘네 곁에 있어 줄게’를 소개했다. 그는 이 책이 소년부 부장판사, 청소년위탁센터의 센터장, 선생님들, 멘토, 그리고 위탁센터를 수료한 졸업생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함께 글을 엮은 것이라며, ‘이제는 집으로 간다’를 읽은 후 이들의 노력과 시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을 통한 사회적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영상에는 책방지기로서의 소박하고 인간적인 일상도 담겼다. 주민들과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 책방 주변의 해바라기를 다듬는 모습, 그리고 직접 가꾸는 텃밭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친근함을 더했다. 문 전 대통령은 "우리 집에는 없는 게 없다. 대파, 상추, 고추, 토마토, 심지어 생강, 토란까지 온갖 것도 있다"고 말하며 자연과 함께하는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공개했다.

 

전직 대통령의 유튜버 데뷔는 단순한 화제성을 넘어, 책과 콘텐츠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새로운 공익 활동의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평산책방 채널이 앞으로 어떤 주제의 책을 소개하고, 어떤 사회적 의제를 다룰지 귀추가 주목된다. 책방지기 문재인의 행보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경청'과 '연대'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日軍이 총 쏘자 ‘피땀’ 흘렸다는 비석…방치된 이순신 최후의 보루에 가보니

던 이유는 단 하나, 수백 척의 왜군에 맞서 싸워야 할 조선 수군의 전력이 고작 13척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전라도 사람을 모조리 죽여 씨를 말리라"는 잔혹한 명령 아래 전라도 전역은 초토화되고 있었고, 이순신은 함대를 보존하고 재건할 안전한 근거지가 절실했다. 법성포, 고군산도를 전전하고 우수영으로 돌아왔으나 이미 폐허가 된 뒤였다. 시야 확보가 어렵고 육지와 멀어 전략적으로 부적합했던 안편도를 거쳐 마침내 도달한 곳이 바로 고하도였다. 이곳은 영산강 하구에 위치해 군량 조달이 용이하고, 북서풍을 막아주는 천혜의 지형에 배를 만들 소나무까지 풍부해 수군 재건을 위한 최적의 장소였다.고하도에 닻을 내린 이순신은 곧바로 기적과도 같은 재건 작업에 착수했다. 도착하자마자 집과 군량 창고를 짓고, 길이 1km, 높이 2m의 석성을 쌓아 방어 태세를 갖췄다. 가장 놀라운 것은 군량미 확보와 함대 증강이었다. 피란민들의 배에 실린 곡식을 군량미로 바꾸는 ‘해로통행첩’ 제도를 시행해 단 열흘 만에 1만 석의 군량미를 비축했다. 동시에 백성들을 모아 구리와 쇠로 대포를 만들고, 섬의 풍부한 소나무를 베어 40여 척의 전선을 건조했다. 그 결과 13척에 불과했던 함대는 53척으로 늘어났고, 흩어졌던 장수와 병사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1천 명이던 병력은 2천 명으로 불어났다. 원균의 칠천량 패전으로 궤멸 직전까지 갔던 조선 수군이 불과 100여 일 만에 다시금 막강한 위용을 갖추게 된 것이다.오늘날 고하도는 이순신의 처절했던 재건의 역사 위에 화려한 현대적 관광 시설을 덧입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유달산 정상을 넘어서면 목포 앞바다와 해안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섬에 내리면 13척의 판옥선을 격자 모양으로 쌓아 올린 독특한 형태의 전망대가 방문객을 맞이하고, 용머리 해안을 따라서는 1818m 길이의 아름다운 해상데크가 쪽빛 바다 위로 이어진다. 가을이면 해안 절벽을 수놓는 노란 들국화의 군락은 탄성을 자아낸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사진을 찍고 둘레길을 걸으며 여유를 만끽하지만, 이곳이 패배의 벼랑 끝에서 조선의 운명을 다시 일으켜 세운 역사의 심장부였음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이처럼 고하도는 아름다운 순례길 이전에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의 현장이지만, 그 가치가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이순신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1722년 세워진 기념비와 모충각이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당시 수군의 심장이었던 삼도수군통제영은 복원되지 못한 채 그 터만 남아있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총을 쏘자 비석이 몇 달간 땀을 흘렸다는 일화가 전해질 만큼 민족의 한이 서린 곳이지만, 대부분의 방문객은 둘레길만 둘러볼 뿐 이곳을 스쳐 지나간다. 노량해전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재기의 땅, 고하도 삼도수군통제영의 조속한 복원을 통해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모든 국민이 찾는 역사의 순례길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