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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 전체가 태극기로… UAE, 李대통령 방문에 '도시 전체'가 들썩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 내외를 향한 현지의 극진한 예우가 연일 화제가 되는 가운데, 공식 문화교류 행사에서 김혜경 여사가 소프라노 조수미 씨의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포착되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대통령 부부는 현지시간 18일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으며, 이 자리에서 무대에 오른 조수미 씨는 '아리랑'과 '환희의 송가'에 이어 '그리운 금강산'을 열창했다. '그리운 금강산'의 선율이 울려 퍼지자 객석에 앉아 있던 김 여사는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훔쳤고, 눈물이 계속되자 UAE 측 관계자가 다가와 휴지를 건네주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선화예고 선후배 사이로 알려진 김 여사와 조 씨는 이전부터 친분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으며, 타국에서 울려 퍼진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노래가 김 여사의 감수성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UAE 측의 환대는 이 대통령이 탑승한 공군 1호기가 UAE 영공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시작됐다. UAE 공군은 전투기 4대를 동원해 대통령 전용기를 왕립공항까지 호위하는 최상의 예우를 보였다. 수도 아부다비의 밤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기 물결로 장관을 이뤘다. 국영석유회사(ADNOC) 본사, 국부펀드 무바달라 투자사, 국제금융센터(ADGM) 등 도시의 주요 랜드마크 건물 외벽 전체가 거대한 태극기 조명으로 빛나며 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환영했다. 정상회담이 열리는 18일 오전, 이 대통령의 차량이 이동하는 대통령궁 진입로 양옆으로는 태극기와 UAE 국기가 끝없이 펼쳐져 장관을 연출하며 국빈에 대한 각별한 환대의 의미를 더했다.

 


대통령궁 경내에서 펼쳐진 공식 환영 행사는 그야말로 파격과 극진함의 연속이었다. 이 대통령의 차량이 경내에 들어서자 최고 수준의 예우를 상징하는 예포 21발이 발사되었고, 도로 양옆으로는 전통 복장을 갖춘 기마병과 낙타병이 길게 도열해 이국적이면서도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기에 UAE 공군 비행시범단 '알 푸르산'의 에어쇼가 아부다비의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고, 양국 국기를 흔드는 어린이 환영단이 순수한 모습으로 이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다. 이러한 다채로운 환영 행사는 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취임 후 첫 국빈 방문이라는 점을 고려한 UAE 측의 세심한 배려와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환영 행사의 백미는 UAE의 전통 춤과 음악 공연이었다. 의장대가 칼을 흔들며 환영의 뜻을 표한 데 이어, 특히 걸프 지역 결혼식에서나 볼 수 있는 '칼리지 댄스'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긴 머리를 풀어헤친 여성들이 환영의 의미를 담아 추는 이 춤은 외국 정상 환영 행사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국빈에 대한 최고 수준의 환대를 의미한다. 오찬 공연에서는 UAE 음악대가 '울고 넘는 박달재'와 '제3한강교' 등 한국 가요를 연주하는 특별한 순서도 마련됐다. 대통령실은 '울고 넘는 박달재'가 김 여사의 고향(충북)과 관련된 노래이며, '제3한강교'는 양국 관계의 중요한 상징인 '다리'의 의미를 담아 선정되었다고 설명하며, 이번 국빈 방문에 담긴 외교적, 문화적 디테일을 엿보게 했다.

 

 

 

미국 도시 ‘필라델피아’ 이름, 사실 튀르키예의 이 포도밭에서 시작됐다

를 확립한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역사적 상징성이 크다. 과거 미국에서 사목할 당시 가톨릭교회가 원주민에게 저지른 죄악에 대한 사죄의 뜻을 밝히기도 했던 교황이 ‘종교 간 대화’를 주제로 어떤 화합의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이번 순방은 기독교 역사의 뿌리가 서린 튀르키예와 역대 교황들이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한국의 성지들을 다시금 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튀르키예는 이슬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초기 역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땅이다. 그 중심에는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 시절 1100년간 기독교 세계의 심장이었던 이스탄불의 성소피아 성당이 있다. 비록 지금은 모스크로 사용되지만, 천장의 성모 마리아 모자이크와 복원 중인 예수의 벽화는 종교를 넘어선 공존의 역사를 보여준다. 또한, 이스탄불을 벗어나면 사도 요한이 성모 마리아를 모시고 와 여생을 보냈다고 전해지는 에페수스가 순례자들을 맞이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이곳에는 성모 마리아가 살았던 집터와 그의 무덤 위에 세워진 교회가 남아있어 성경 속 이야기를 생생하게 체험하게 한다.튀르키예 서부 지역은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소아시아 7대 교회’의 흔적을 따라가는 성지 순례의 핵심 코스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쌍벽을 이뤘던 도서관이 있던 페르가몬(베르가마), 염색업으로 부유했던 산업 도시 두아디라(아키사르), 체육관 유적이 인상적인 사르디스, 그리고 포도 재배지로 유명해 훗날 미국 도시 필라델피아의 어원이 된 빌라델비아까지, 각 지역은 저마다의 특색을 간직한 채 수천 년의 시간을 증언하고 있다. 특히 파묵칼레의 석회붕과 온천으로 유명한 히에라폴리스 인근에 자리한 라오디게아 교회는 아름다운 자연과 성지가 어우러진 경이로운 풍경을 선사하며, 박해를 피해 신자들이 숨어 지냈던 아야지니 석굴 성당 등은 험난했던 초기 기독교의 역사를 되새기게 한다.역대 교황들의 방문으로 한국 역시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의미 깊은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는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여의도에서 103위 시성식을 주재하며 한국 천주교회의 위상을 높였다. 2014년에는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이 광화문 시복식과 함께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의 생가가 있는 당진 솔뫼성지를 찾았다. ‘한국의 베들레헴’이라 불리는 솔뫼성지는 4대에 걸친 순교자의 흔적이 서려 있으며,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십자가의 길’은 순례자들에게 깊은 묵상의 시간을 제공한다. 또한, 수많은 순교자들의 행적을 기록으로 남긴 다블뤼 주교의 거처였던 신리성지는 드넓은 들판에 우뚝 솟아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내며 한국 천주교의 살아있는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