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FA 시장의 문이 마침내 열리며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는 '큰 손'으로 변신한 두산 베어스가 있다. 두산은 18일 하루에만 두 건의 FA 계약을 성사시키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오전에 내야 최대어 중 한 명으로 꼽히던 박찬호를 4년 최대 80억 원(계약금 50억, 연봉 총액 28억, 인센티브 2억)이라는 거액에 영입하며 전력 보강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오후에는 외야수 조수행과 4년 최대 16억 원에 계약하며 내부 단속에도 성공했다. 이로써 두산은 하루 만에 1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부으며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임을 예고했다.

 

반면 통합 우승을 달성한 LG 트윈스는 정반대의 상황에 놓이며 불안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LG는 팀의 핵심 전력인 김현수와 박해민을 모두 잔류시킨다는 방침이지만, 두 선수 모두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LG는 지난해 KBO 10개 구단 최초로 샐러리캡 상한선을 초과하여 14억 원의 제재금을 납부했을 만큼 자금 운용에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과감한 베팅이 어려워지면서 자칫 두 명의 핵심 선수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18일 박해민과 첫 협상 테이블을 차렸지만, 박해민 측은 구단에 감사함을 표하면서도 다른 구단의 제안을 들어보겠다는 의사를 밝혀 LG의 애를 태웠다.

 

LG의 집토끼들을 노리는 외부 경쟁자들의 움직임은 매우 구체적이고 적극적이다. 가장 위협적인 구단은 KT 위즈다. KT는 박찬호 영입전에서 두산에 밀리며 자존심을 구긴 만큼, 모기업의 두둑한 지원을 바탕으로 외야 보강에 사활을 걸고 있다. 확실한 주전 외야수가 부족한 KT는 박해민은 물론, 공격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김현수까지 동시에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현수의 친정팀인 두산 역시 박찬호 영입에 그치지 않고, 팀의 상징이었던 김현수를 다시 데려와 공격력과 리더십을 모두 잡겠다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LG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만약 두산이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김현수 영입에 성공하고, 이에 자극받은 KT가 박해민 영입에 '올인'하게 될 경우, 샐러리캡에 발목이 묶인 LG는 속수무책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미 오지환, 임찬규 등과의 다년 계약으로 지출이 많았던 데다, 내년 예비 FA인 박동원과 홍창기의 계약까지 고려해야 하는 LG로서는 '쩐의 전쟁'에서 승리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통합 우승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팀의 기둥과도 같았던 두 명의 베테랑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공포가 LG를 덮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