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대통령 관저부터 피란민 판잣집까지…'전쟁 수도 부산'의 비밀, 마침내 세계로

 6.25 전쟁의 포화 속에서 1023일간 대한민국의 심장 역할을 했던 피란수도 부산의 아픈 역사가 마침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향한 중요한 관문을 통과했다. 국가유산청은 최근 열린 문화유산위원회 세계유산분과 회의에서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으로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우선등재목록은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오른 유산들 가운데서도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가 충분히 입증되고, 체계적인 보존 관리 계획까지 갖춘 유산만을 엄선하는 단계다. 사실상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할 자격을 얻은 것으로, 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부산의 역사 문화 자원들이 인류가 함께 보존해야 할 세계적인 유산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한층 커진 셈이다.

 

이번에 선정된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이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20세기 중반 냉전이 낳은 비극인 한국전쟁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국가의 기능과 사회 체계를 온전히 유지하려 했던 피란수도의 독보적인 증거라는 점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사례다.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된 폐허 위에서, 부산은 임시정부의 역할을 수행하며 국가의 명맥을 이었을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몰려든 피란민들을 품어내며 삶과 희망을 이어가는 터전이 되었다. 즉, 단순히 과거의 건조물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극한의 상황 속에서 작동했던 정치, 행정, 주거, 항만, 군사 시설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당시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우선등재목록에는 기존 9개 유산에 더해 2개의 상징적인 장소가 새롭게 포함되면서 그 의미를 더했다. 기존의 경무대(임시수도대통령관저)와 임시중앙청(부산임시수도정부청사)이 국가 통치 기능의 유지를 보여준다면, 아미동 비석 피란주거지와 우암동 소막 피란주거지는 전쟁의 참상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려 했던 피란민들의 처절한 생존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헤어진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던 애환의 장소 '영도다리'와 급증한 피란민들에게 생명수를 공급했던 '복병산배수지'가 추가되면서 피란수도 부산의 서사는 한층 더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완성됐다. 이외에도 미국대사관, 부산항 제1부두, 하야리아기지, 유엔묘지 등은 전쟁 당시의 긴박했던 국제 정세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현장이다.

 

우선등재목록 선정은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8부 능선을 넘은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앞으로 남은 문화유산위원회의 추가 심의를 거쳐 등재신청 후보로 확정되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등재신청서 초안을 제출하는 예비평가 절차를 밟게 된다. 비록 최종 등재까지는 여러 단계가 남아있지만, 가장 중요한 관문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지역 사회의 기대감은 한껏 부풀어 오르고 있다. 전쟁의 아픔과 상처를 넘어, 역경을 이겨낸 인류의 회복력과 희망의 상징으로 부산의 피란수도 유산이 전 세계인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트럼프 치즈버거 먹고 호텔 숙박까지…10만원대 ‘APEC 풀코스’ 여행 떴다

체가 활기로 넘치고 있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APEC 개최 기간을 포함한 약 한 달간 경주를 찾은 외지인 방문객은 전년 동기 대비 22.8% 증가한 589만여 명에 달했으며, 특히 외국인 방문객은 35.6%나 급증하며 APEC 효과를 톡톡히 증명했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는 금관 특별전을 보기 위한 ‘오픈런’ 현상까지 벌어지는 등, APEC이 경주에 남긴 유산이 단순한 국제 행사를 넘어 실질적인 관광 특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폭발적인 관심에 부응하여 경북문화관광공사는 APEC의 감동과 여운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 1박 2일 일정의 ‘경주 APEC 트레일’ 여행상품을 선보였다. 이 상품의 핵심은 세계 정상들의 동선을 따라가며 당시의 순간들을 직접 경험하는 ‘스토리텔링 여행’이라는 점이다. 여행객들은 APEC 정상회의장이 그대로 재현된 경주엑스포공원에서 21개국 정상들의 치열했던 논의 현장을 둘러보고, 힐튼호텔로 이동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특별 주문해 화제가 되었던 ‘트럼프 치즈버거’를 맛보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저녁에는 보문단지 호반광장에 새롭게 조성된 APEC 상징조형물과 미디어아트 쇼를 감상하며 정상회의의 추억을 되새긴다.여행의 즐거움은 정상들의 ‘입맛’을 따라가는 미식 체험으로 이어진다. 트럼프 치즈버거 외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찬상에 이틀 연속 올라갔던 코오롱호텔의 해물파전, 존 리 홍콩 행정수반이 극찬한 중앙시장의 소머리국밥이 일정에 포함되어 여행의 풍미를 더한다. 식사 후에는 정상들의 배우자들이 방문했던 불국사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방문해 세계적인 명소가 된 황리단길을 거닐 수 있다. 또한 APEC 만찬주로 선정된 교동법주와 시진핑 주석의 입맛을 사로잡은 황남빵을 기념품으로 구매하며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다.단순히 보고 즐기는 여행을 넘어, APEC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현장을 직접 밟고 그들이 먹었던 음식을 맛보는 이 독특한 여행상품은 1인 기준 10만 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출시되었다. 여기에는 수도권 왕복 버스, 숙박과 3번의 식사, 관광지 입장료 및 가이드 비용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이번 상품을 통해 APEC이 남긴 감동을 지속 가능한 관광 자원으로 확장하고, 경주만의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정상회의의 기억을 단순한 뉴스가 아닌, 오감으로 체험하는 특별한 이야기로 만들어낸 경주의 새로운 시도가 관광 시장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