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유네스코 vs 500억 매몰비용… 종묘 앞 재개발, 서울의 '운명'을 건 줄다리기

 서울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국가유산청 간의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공익적 가치와 도심 재생 및 주민 재산권 보호라는 개발 수요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재개발에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개발의 일방적 진행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강동진 경성대 도시계획학과 교수(국가유산청 문화재위원)는 과거 ‘왕릉뷰 아파트’ 사례를 언급하며 세운4구역의 특수성을 지적했다.

 

강 교수는 “왕릉뷰 아파트는 입주 직전 행정적 실수가 드러나 건설사가 승소했지만, 세운4구역은 아직 삽조차 뜨지 않은 상태”라며 상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서울시가 현재 한양도성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세운4구역 개발을 이대로 밀어붙일 경우 “서울의 국제적 위상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문화재 보존 논리에 힘을 실었다.

 

반면, 도시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종묘가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특수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종묘가 장릉처럼 교외에 있었다면 문화유산 보존 논리가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라며, 도심에 위치한 만큼 토지 이용 수요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사업이 장기간 지연된 세운4구역의 ‘매몰비용’을 감안할 때 “일정 수준에서 개발 규제를 완화하는 빠른 합의가 필요하다”고 촉구하며 경제적 효율성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갈등의 핵심 쟁점은 국가유산청이 요구하는 ‘영향평가’ 시행 여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가유산청 및 관계기관과의 회의 자체는 환영하면서도, 영향평가에 최소 2~3년, 길게는 4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들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 시장은 “이미 10년을 기다린 주민들이 매년 500억 원의 금융비용을 떠안는 상황에서 또 시간을 벌라고 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주민들의 피해를 강조했다.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의 지연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대왕님도 흐뭇해할 '한글놀이터', 드디어 세종시에 상륙

종시문화관광재단과의 협력을 통해 세종문화예술회관에 '한글놀이터 세종관'을 새롭게 조성하고, 12일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번 세종관 개관은 수도권에 집중된 우수 문화 콘텐츠를 지역으로 확산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이름을 딴 세종시에 첫 지역 거점이 마련되면서, 아이들이 도시의 정체성과 한글의 가치를 함께 배우는 교육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한글놀이터'는 '한글 공부'라는 딱딱한 학습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는 신개념 체험 공간이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한글을 외우고 쓰는 대신, 온몸으로 부딪히고 뛰어놀며 한글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세종관은 이러한 기본 취지에 세종시의 지역적 특색을 녹여 한층 더 특별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관람객들은 한글 자모음의 모양을 본떠 만든 '기역통통', '니은통통' 등 7종의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말랑통통 마을'의 비밀 열쇠를 찾아 나서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음과 모음의 형태를 닮은 구조물을 오르내리고, 소리의 원리를 이용한 놀이를 즐기며 한글의 제자 원리와 확장성을 어렵지 않게 이해하게 된다.이번 세종관의 성공적인 개관은 중앙정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의 성공적인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수년간의 운영 노하우를 담아 개발한 핵심 콘텐츠를 제공하고, 세종시와 세종시문화관광재단이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공간 조성과 운영을 맡아 시너지를 창출했다. 강정원 국립한글박물관장은 "서울에서만 즐길 수 있었던 한글놀이터를 지역 주민들도 향유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히며, 이번 세종관을 시작으로 한글 교육 문화의 전국적인 확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국립한글박물관은 이번 세종관 개관을 발판 삼아 내년부터는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 지역 거점별로 한글놀이터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는 전국의 더 많은 어린이가 사는 곳 가까이에서 양질의 한글 체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3년간 상설 운영될 '한글놀이터 세종관'이 세종시를 넘어 충청권의 대표적인 어린이 문화 명소로 자리 잡고, 미래 세대에게 우리 글 한글의 소중함과 과학적 우수성을 알리는 전초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