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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에 막혀 울었던 '비운의 2인자', 끝내 코트 위에서 오열하며 떠났다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배드민턴 결승전에서 안세영과 금메달을 놓고 명승부를 펼쳤던 중국의 허빙자오가 파란만장했던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중국 매체 '시나스포츠'는 19일, 허빙자오가 제15회 중국 전국체전 일정을 모두 마친 뒤 코트 위에서 눈물을 쏟으며 현역 은퇴를 공식화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안세영에게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파리 올림픽 직후 국가대표팀에서는 은퇴했으나, 중국 내 대회를 소화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오다 마침내 라켓을 완전히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안세영의 역사적인 금메달 획득 순간을 함께하며 '아름다운 조연'으로 남았던 그의 퇴장은 많은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허빙자오의 마지막 무대는 제15회 중국 전국체전이었다. 여자단식 32강에서 오랜 라이벌이자 친구인 천위페이를 만난 그는 접전 끝에 0-2로 패하며 마지막 여정을 마무리했다. 비록 패했지만 그의 투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빛났다. 첫 게임에서 12-19까지 뒤지며 패색이 짙었으나, 무서운 뒷심으로 끈질기게 따라붙어 듀스를 만들어내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 허빙자오는 코트 위에 쓰러져 한동안 오열했고, 정든 코트 바닥에 입을 맞추며 뜨거운 작별을 고했다. 경기 후 그는 "이 경기를 마치고 나서야 정확한 답을 내릴 수 있게 됐다. 정말, 정말로 배드민턴을 사랑했다"고 눈물을 훔치며 말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그의 마지막은 숙명의 라이벌이자 동반자였던 천위페이가 함께했기에 더욱 특별했다. 허빙자오는 "천위페이와는 거의 함께 자랐다. 10년 넘게 개인전에서 승부를 펼쳐왔고, 그의 존재가 내 실력을 더 갈고닦게 만들어줬다. 천위페이는 나의 라이벌이자 친구"라며 마지막 상대를 향한 깊은 존경심과 우정을 드러냈다. 이에 천위페이 역시 "허빙자오가 친구이자 경쟁자여서 정말 기뻤다. 어렸을 때부터 내 롤모델이었고,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함께 성장했다"고 화답하며 아름다운 라이벌 관계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는 파리 올림픽 당시 부상당한 카롤리나 마린의 쾌유를 빌며 스페인 선수단 배지를 달고 시상대에 섰던 그의 따뜻한 스포츠맨십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는 순간이었다.

 

안세영과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다투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허빙자오의 시대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화려한 경력과 세계적인 명성 뒤에 숨겨져 있던 엄청난 무게감과 압박감은 마지막 순간 코트 위에 쏟아낸 눈물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파리 올림픽 시상대에서 안세영의 금메달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던 모습, 부상당한 동료를 위로하던 따뜻한 마음,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투지를 불태우며 라이벌과 뜨겁게 작별한 그의 모습은 승패를 넘어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미국 도시 ‘필라델피아’ 이름, 사실 튀르키예의 이 포도밭에서 시작됐다

를 확립한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역사적 상징성이 크다. 과거 미국에서 사목할 당시 가톨릭교회가 원주민에게 저지른 죄악에 대한 사죄의 뜻을 밝히기도 했던 교황이 ‘종교 간 대화’를 주제로 어떤 화합의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이번 순방은 기독교 역사의 뿌리가 서린 튀르키예와 역대 교황들이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한국의 성지들을 다시금 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튀르키예는 이슬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초기 역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땅이다. 그 중심에는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 시절 1100년간 기독교 세계의 심장이었던 이스탄불의 성소피아 성당이 있다. 비록 지금은 모스크로 사용되지만, 천장의 성모 마리아 모자이크와 복원 중인 예수의 벽화는 종교를 넘어선 공존의 역사를 보여준다. 또한, 이스탄불을 벗어나면 사도 요한이 성모 마리아를 모시고 와 여생을 보냈다고 전해지는 에페수스가 순례자들을 맞이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이곳에는 성모 마리아가 살았던 집터와 그의 무덤 위에 세워진 교회가 남아있어 성경 속 이야기를 생생하게 체험하게 한다.튀르키예 서부 지역은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소아시아 7대 교회’의 흔적을 따라가는 성지 순례의 핵심 코스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쌍벽을 이뤘던 도서관이 있던 페르가몬(베르가마), 염색업으로 부유했던 산업 도시 두아디라(아키사르), 체육관 유적이 인상적인 사르디스, 그리고 포도 재배지로 유명해 훗날 미국 도시 필라델피아의 어원이 된 빌라델비아까지, 각 지역은 저마다의 특색을 간직한 채 수천 년의 시간을 증언하고 있다. 특히 파묵칼레의 석회붕과 온천으로 유명한 히에라폴리스 인근에 자리한 라오디게아 교회는 아름다운 자연과 성지가 어우러진 경이로운 풍경을 선사하며, 박해를 피해 신자들이 숨어 지냈던 아야지니 석굴 성당 등은 험난했던 초기 기독교의 역사를 되새기게 한다.역대 교황들의 방문으로 한국 역시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의미 깊은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는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여의도에서 103위 시성식을 주재하며 한국 천주교회의 위상을 높였다. 2014년에는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이 광화문 시복식과 함께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의 생가가 있는 당진 솔뫼성지를 찾았다. ‘한국의 베들레헴’이라 불리는 솔뫼성지는 4대에 걸친 순교자의 흔적이 서려 있으며,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십자가의 길’은 순례자들에게 깊은 묵상의 시간을 제공한다. 또한, 수많은 순교자들의 행적을 기록으로 남긴 다블뤼 주교의 거처였던 신리성지는 드넓은 들판에 우뚝 솟아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내며 한국 천주교의 살아있는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