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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짜리 지구전’ 각오한 日…“기름 부을까 두렵다” 대화도 못 거는 속사정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둘러싼 중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이 발언 철회를 요구하며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중단 등 연일 보복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일본은 마땅한 반격 카드가 없어 속수무책으로 대응을 고심하는 모양새다. 일본 정부는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며 중국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갈등이 1년 이상 장기화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지구전'을 대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중국은 이번 보복 조치를 매우 주도면밀하게 설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에는 실질적인 타격을 주면서도, 현재 침체 국면인 자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최소화하는 카드를 신중하게 선택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2년 넘게 중단되었다가 최근에서야 소량의 교역이 재개된 품목이라, 다시 빗장을 걸어 잠가도 중국 내 파장은 미미하다. 또한 중국은 비판의 대상을 다카이치 총리 개인에게 집중시키며 일본 전체와의 경제 관계 단절은 원치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과도한 제재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상징성은 극대화하되 실제 피해는 조절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보복 카드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가 발언 철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중국은 통관 검사 강화, 일본의 핵심 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희토류 수출 규제, 일본인 단기 방문 무비자 조치 중단 등 단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면 과거 사례처럼 대규모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나, 심지어 자국 내 일본 기업인 구속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까지 나온다. 일본으로서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중국의 다음 수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처럼 일본이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외교적 수단의 부재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 중일 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물밑에서 활로를 모색하던 의원 외교 채널이 사실상 붕괴된 상태다. 다카이치 정권 내 핵심부에 중국과 소통할 '친중 인맥'이 부족하고, 연립정권에서 공명당이 이탈하면서 대화의 끈이 약해졌다. 2012년 센카쿠 열도 국유화 사태 당시에도 의원 외교가 실종되면서 갈등이 장기화했던 전례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고위급 대화의 계기마저 당분간 마련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뚜렷한 출구 없이 양국 간의 긴장 상태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텅 비자 한국으로 '우르르'…中 관광객, 'NO 재팬' 반사 이익 제대로 터졌다

다. 양국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중국 내에서 일본을 여행 목적지로 고려하던 잠재적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리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심리적 위축을 넘어 실제 예약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으며, 중국인 관광객의 빈자리는 일본 관광업계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만들어낸 관광 시장의 공백 속에서, 한국이 예상치 못한 반사 이익을 얻으며 새로운 인기 목적지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중국 현지 언론 펑파이신문이 여행 플랫폼 'DAST'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구체적인 수치로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 18일을 기준으로 일본행 항공기의 좌석 점유율은 불과 일주일 전과 비교해 12.3%포인트나 급락했으며, 실제 탑승객 수 역시 10.8%포인트 감소하는 등 실질적인 수요 감소가 확인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미 예약된 항공권의 취소율이 13.4%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계획된 여행마저 대거 취소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중국 내 반일 감정이 단순한 불매 운동을 넘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얼어붙은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 일본 관광업계의 시름은 깊어질 전망이다.일본을 향하던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은 자연스럽게 대체 여행지로 향하고 있으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수혜지가 바로 한국이다. 중국의 또 다른 대형 여행 플랫폼 '취날'의 통계는 이러한 흐름을 명백히 보여준다. 지난 주말인 15일과 16일, 중국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외 여행지는 한국이었으며, 이 기간 동안 가장 많이 결제된 항공권 역시 한국행이었다. 검색량 순위에서도 서울이 1위를 차지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입증했다. 이는 기존에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오던 일본을 완전히 밀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한국의 뒤를 이어 태국,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이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지만, 단연 한국으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이러한 급격한 관광 지형의 변화는 다카이치 일본 총리의 정치적 발언이 그 시발점이 되었다. 그가 대만 해협의 유사 상황 발생 시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중국 정부는 이를 심각한 내정 간섭으로 규정하고 강한 불쾌감을 표출했다. 이후 중국은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및 유학 자제를 권고하고, 일본 영화의 상영을 연기하거나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등 외교, 문화, 경제를 아우르는 전방위적 압박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결국 국가 간의 정치적 갈등이 민간 소비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동아시아 관광 시장의 판도가 단기간에 재편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