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사지 마비되고 ‘나 몰라라’…목숨 걸고 무대 오르는 배우들의 눈물

 화려한 조명과 환호 뒤, 무대 위 노동자들의 안전은 위태롭게 방치되어 있다. 산재보험 가입률은 고작 2%에 불과하고,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표준계약서는 현장에서 공공연히 무시된다. 심지어 복잡한 무대 장치가 늘어나는 추세에도 전문 안전 관리 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피해를 배우나 스태프 개인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구조적 문제를 야기한다. 최근 한 프리랜서 예술인이 공연 장치에 부딪혀 사지 마비 판정을 받은 비극적인 사건은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예술인의 안전이 개인의 ‘운’에 맡겨지는 절망적인 상황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비극의 고리를 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으로 ‘공연법 개정안’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이 법안의 핵심은 예술인이 개별적으로 가입해야 했던 산재보험을 공연 제작자나 공연장 운영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이는 예술인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법의 한계를 넘어, 공연을 책임지는 주체에게 ‘안전 책임’을 명확히 부여하는 중대한 전환이다. 또한, 의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나 행정처분을 부과하는 조항을 포함시켜 법의 실효성을 높였다. 이를 통해 안전 조치는 ‘하면 좋은 것’이 아닌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로 격상되며, 제작부터 유통까지 공연 전 과정에 걸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도록 하는 강력한 법적 토대가 마련되는 셈이다.

 


물론 법 개정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무대 환경에 맞춰 전문적인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리프트, 와이어 등 고난도 기술 장치가 빈번하게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은 단순히 객석 규모를 기준으로 안전 인력을 배치하도록 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무대 장치의 복잡성과 위험 등급에 따라 전문 안전보건관리관 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공연 전 안전 진단부터 리허설 중 위험 요소 관리, 안전 교육까지 전담하며 촉박한 일정 때문에 안전이 희생되는 낡은 관행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업계 전반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안전 교육 의무화도 시급한 과제다.

 

결국 모든 논의의 귀결은 예술인을 동등한 ‘노동자’로 인정하고 그들의 생명과 존엄을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이어진다. 사고는 한 예술인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을 넘어, 예술 활동 자체를 영구히 중단시킬 수 있는 재앙이다. 이 때문에 사고 이후 무사히 무대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 재활 시스템 구축과 같은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 ‘예술’이라는 특수성 뒤에 가려져 있던 예술인의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더 이상 외면받아서는 안 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사각지대에서 이들을 구출하고, 어떤 산업 종사자와도 다르지 않은 상시적인 안전 관리와 생존 가능한 보상 체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할 때다.

 

미국 도시 ‘필라델피아’ 이름, 사실 튀르키예의 이 포도밭에서 시작됐다

를 확립한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역사적 상징성이 크다. 과거 미국에서 사목할 당시 가톨릭교회가 원주민에게 저지른 죄악에 대한 사죄의 뜻을 밝히기도 했던 교황이 ‘종교 간 대화’를 주제로 어떤 화합의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이번 순방은 기독교 역사의 뿌리가 서린 튀르키예와 역대 교황들이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한국의 성지들을 다시금 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튀르키예는 이슬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초기 역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땅이다. 그 중심에는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 시절 1100년간 기독교 세계의 심장이었던 이스탄불의 성소피아 성당이 있다. 비록 지금은 모스크로 사용되지만, 천장의 성모 마리아 모자이크와 복원 중인 예수의 벽화는 종교를 넘어선 공존의 역사를 보여준다. 또한, 이스탄불을 벗어나면 사도 요한이 성모 마리아를 모시고 와 여생을 보냈다고 전해지는 에페수스가 순례자들을 맞이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이곳에는 성모 마리아가 살았던 집터와 그의 무덤 위에 세워진 교회가 남아있어 성경 속 이야기를 생생하게 체험하게 한다.튀르키예 서부 지역은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소아시아 7대 교회’의 흔적을 따라가는 성지 순례의 핵심 코스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쌍벽을 이뤘던 도서관이 있던 페르가몬(베르가마), 염색업으로 부유했던 산업 도시 두아디라(아키사르), 체육관 유적이 인상적인 사르디스, 그리고 포도 재배지로 유명해 훗날 미국 도시 필라델피아의 어원이 된 빌라델비아까지, 각 지역은 저마다의 특색을 간직한 채 수천 년의 시간을 증언하고 있다. 특히 파묵칼레의 석회붕과 온천으로 유명한 히에라폴리스 인근에 자리한 라오디게아 교회는 아름다운 자연과 성지가 어우러진 경이로운 풍경을 선사하며, 박해를 피해 신자들이 숨어 지냈던 아야지니 석굴 성당 등은 험난했던 초기 기독교의 역사를 되새기게 한다.역대 교황들의 방문으로 한국 역시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의미 깊은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는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여의도에서 103위 시성식을 주재하며 한국 천주교회의 위상을 높였다. 2014년에는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이 광화문 시복식과 함께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의 생가가 있는 당진 솔뫼성지를 찾았다. ‘한국의 베들레헴’이라 불리는 솔뫼성지는 4대에 걸친 순교자의 흔적이 서려 있으며,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십자가의 길’은 순례자들에게 깊은 묵상의 시간을 제공한다. 또한, 수많은 순교자들의 행적을 기록으로 남긴 다블뤼 주교의 거처였던 신리성지는 드넓은 들판에 우뚝 솟아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내며 한국 천주교의 살아있는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