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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재벌 회장, 본인은 하버드 출신…뉴욕 뒤흔든 '엄친딸' 경찰청장

 미국 정치 지형의 대척점에 서 있는 진보 성향의 시장 당선인과 현 경찰청장의 이례적인 동행이 결정되면서 뉴욕 정가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은 내년 1월 공식 임기 시작에 앞서, 제시카 티시 현 경찰청장을 유임시키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이는 선거 기간 내내 경찰 조직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예산 삭감까지 주장했던 맘다니 당선인의 기존 행보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경찰 개혁을 외치던 그가 돌연 조직의 수장을 신임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맘다니 당선인과 티시 청장의 이번 결정은 몇 차례의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맘다니 당선인은 성명을 통해 "티시 청장은 경찰 고위층의 부패를 척결하고 뉴욕시의 범죄율을 낮추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평가하며 그의 리더십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맘다니 당선인의 진보적 성향 때문에 티시 청장이 유임 제안을 거절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티시 청장은 "맘다니 당선인의 제안을 수락하기로 결정했으며, 앞으로도 뉴욕시를 위해 봉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히며 이러한 예상을 뒤엎고 협력의 손을 잡았다.

 


티시 청장은 뉴욕 경찰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인물이다. 그의 전임자와 임시 청장까지 연달아 연방수사국(FBI)의 수사 대상에 오르며 불명예 퇴진하자, 에릭 애덤스 현 시장은 작년 11월 당시 40대 초반의 젊은 인재였던 티시를 전격 발탁했다.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2008년부터 뉴욕경찰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잠시 조직을 떠나 시 정보기술·통신국장, 위생국장 등을 역임하며 행정 경험까지 두루 갖췄다. 특히 그의 부친은 대기업 로우즈의 최고경영자(CEO)로, 명망 높은 가문 출신이라는 배경 또한 그에 대한 신뢰를 더했다.

 

티시 청장은 1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재임 기간에 FBI 수사로 어수선해진 경찰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실제 뉴욕시의 범죄율을 낮추는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그의 능력은 진영을 초월한 지지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뉴욕 재계는 물론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등 민주당의 주요 인사들까지 한목소리로 그의 유임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결국 맘다니 당선인 역시 정치적 이념을 넘어 도시의 안정과 치안이라는 실리를 택한 것으로, 그의 이번 결정이 향후 뉴욕시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도시 ‘필라델피아’ 이름, 사실 튀르키예의 이 포도밭에서 시작됐다

를 확립한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역사적 상징성이 크다. 과거 미국에서 사목할 당시 가톨릭교회가 원주민에게 저지른 죄악에 대한 사죄의 뜻을 밝히기도 했던 교황이 ‘종교 간 대화’를 주제로 어떤 화합의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이번 순방은 기독교 역사의 뿌리가 서린 튀르키예와 역대 교황들이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한국의 성지들을 다시금 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튀르키예는 이슬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초기 역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땅이다. 그 중심에는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 시절 1100년간 기독교 세계의 심장이었던 이스탄불의 성소피아 성당이 있다. 비록 지금은 모스크로 사용되지만, 천장의 성모 마리아 모자이크와 복원 중인 예수의 벽화는 종교를 넘어선 공존의 역사를 보여준다. 또한, 이스탄불을 벗어나면 사도 요한이 성모 마리아를 모시고 와 여생을 보냈다고 전해지는 에페수스가 순례자들을 맞이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이곳에는 성모 마리아가 살았던 집터와 그의 무덤 위에 세워진 교회가 남아있어 성경 속 이야기를 생생하게 체험하게 한다.튀르키예 서부 지역은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소아시아 7대 교회’의 흔적을 따라가는 성지 순례의 핵심 코스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쌍벽을 이뤘던 도서관이 있던 페르가몬(베르가마), 염색업으로 부유했던 산업 도시 두아디라(아키사르), 체육관 유적이 인상적인 사르디스, 그리고 포도 재배지로 유명해 훗날 미국 도시 필라델피아의 어원이 된 빌라델비아까지, 각 지역은 저마다의 특색을 간직한 채 수천 년의 시간을 증언하고 있다. 특히 파묵칼레의 석회붕과 온천으로 유명한 히에라폴리스 인근에 자리한 라오디게아 교회는 아름다운 자연과 성지가 어우러진 경이로운 풍경을 선사하며, 박해를 피해 신자들이 숨어 지냈던 아야지니 석굴 성당 등은 험난했던 초기 기독교의 역사를 되새기게 한다.역대 교황들의 방문으로 한국 역시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의미 깊은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는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여의도에서 103위 시성식을 주재하며 한국 천주교회의 위상을 높였다. 2014년에는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이 광화문 시복식과 함께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의 생가가 있는 당진 솔뫼성지를 찾았다. ‘한국의 베들레헴’이라 불리는 솔뫼성지는 4대에 걸친 순교자의 흔적이 서려 있으며,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십자가의 길’은 순례자들에게 깊은 묵상의 시간을 제공한다. 또한, 수많은 순교자들의 행적을 기록으로 남긴 다블뤼 주교의 거처였던 신리성지는 드넓은 들판에 우뚝 솟아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내며 한국 천주교의 살아있는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