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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원수가 오늘의 동지? 트럼프, '파시스트'라 부르던 상대와 백악관서 '브로맨스'

 서로를 향해 ‘공산주의자’, ‘파시스트’와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으며 뉴욕시장 선거 내내 극단적으로 대립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란 맘다니 당선인이 첫 만남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선거 기간의 험악했던 설전은 온데간데없이, 두 사람은 물가 안정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내세우며 서로를 칭찬하기 바빴다. 미국 언론들은 이를 두고 ‘초현실적인 광경’이라 표현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난 21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루어진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종일관 맘다니 당선인을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회동 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동의하는 부분이 훨씬 많다”며 “그가 잘해낼 것이라 확신하고, 우리는 그를 돕겠다”고 공언했다. 심지어 보수 언론 기자가 맘다니 당선인에게 과거 트럼프를 ‘폭군’이라 비판했던 발언에 대해 묻자, 트럼프가 직접 나서 “나는 폭군보다 더 심한 말로도 불려봤다”고 응수하며 질문을 차단하는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에 맘다니 당선인은 공손한 태도로 “뉴욕의 생활비 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화답하며 낮은 자세를 유지했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분위기 변화의 배경에는 두 사람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맘다니 당선인은 공약 이행을 위해 연방정부의 협조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2%가 ‘물가 상승은 트럼프 탓’이라고 답하는 등 악화된 민심을 수습할 돌파구가 필요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생활비 문제 해결을 전면에 내세운 맘다니 당선인과의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경제 문제에 대한 책임론을 희석시키고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호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존중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승자’”라며 그가 사석에서 맘다니 당선인의 정치적 성공을 높이 평가해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회동으로 가장 당황한 것은 공화당이다. 내년 중간선거에서 맘다니를 민주당의 ‘새로운 악마’로 규정하고 총공세를 펼치려던 전략이, 그를 ‘유능한 정치인’으로 인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에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의 행보를 고려할 때 두 사람의 허니문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터졌다…엔저 업고 일본 달려간 한국인들, 3분기 카드값 '역대 최고'

, 체크, 직불카드를 통해 해외에서 결제된 금액은 총 59억 30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직전 분기보다 7.3% 증가한 수치일 뿐만 아니라, 종전 최대치였던 지난해 3분기의 57억 100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에 해당하며, 팬데믹 이후의 회복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확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이러한 폭발적인 소비 증가는 명백하게 해외여행의 회복세에서 비롯됐다. 법무부 출입국통계에 따르면, 3분기 동안 해외로 떠난 내국인 출국자는 709만 명으로, 전 분기 대비 4.8% 증가하며 카드 사용액 증가율과 거의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특히 엔데믹 이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노선 수요가 견고하게 유지된 것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상반기 내내 고공행진하던 원·엔 환율이 3분기 들어 다소 안정세를 찾은 것 역시 일본 여행 소비를 부추기는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흥미로운 점은 전체 해외 카드 사용액이 급증하는 동안, 해외 온라인 쇼핑을 통한 직접구매, 즉 '직구'는 오히려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3분기 해외 온라인 직구 결제액은 15억 3000만 달러로 전 분기 대비 1.2% 줄어들어, 이번 역대급 해외 소비 기록이 순전히 여행 수요의 폭발에 힘입은 결과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결국 한국인들이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는 대신, 그 돈으로 직접 해외로 나가 현지에서 소비하는 패턴으로 완전히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여름 성수기 효과가 9월까지 이어지고,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항공사들이 일본, 동남아 노선 공급을 대폭 늘리며 여행의 문턱을 낮춘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이미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사용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을 넘어선 만큼, 연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 경신은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주요 여행사들은 이미 4분기 예약률이 강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은행 관계자 역시 "여행 수요 회복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연말 성수기라는 가장 큰 변수가 남아있는 만큼, 해외를 향한 한국인들의 소비 행렬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새로운 기록을 계속해서 써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