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단순 공연장은 끝, 'K컬처 허브'로 거듭날 세종의 야심

 세종문화회관이 2026년을 맞아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 전율과 감동을 주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인공지능(AI)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시대에 맞서기 위한 핵심 동력으로 'K-컬처'를 지목하고, 한국의 창작자와 실연자를 중심으로 한 독창적인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을 공개했다. 'K컬처 허브', '경험하는 극장', '시민이 만드는 극장'이라는 세 가지 방향성 아래, 신작 10편을 포함한 총 27편(226회)의 다채로운 공연으로 관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내년 라인업의 큰 축은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이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대표 레퍼토리인 '믹스드 오케스트라 26'을 통해 전통과 현대의 과감한 융합을 시도하며, 노동요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일노래', 김홍도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신풍류전'으로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서울시무용단은 서울굿을 모티브로 한 창작 신작 '무감서기'를 준비했다. 굿의 마지막 뒤풀이 부분을 통해 관객에게 진정한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포부로, 댄스 서바이벌 출신 기무간이 조안무 및 출연자로 합류해 전통과 현대의 감각적인 만남을 예고한다.

 


클래식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대작과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이 눈에 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무려 40년 만에 베르디의 대작 '나부코'를 무대에 올린다.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으로 유명한 이 작품을 통해 '오페라판 왕좌의 게임'과 같은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서울시발레단은 세계적 안무가 샤론 에얄과 요한 잉거의 작품을 더블빌로 선보이며, 안무가 강효형과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이 협업한 한국 창작 발레 '대나무 숲에서', 컨템포러리 발레의 거장 고(故) 한스 판 마넨의 걸작들을 모은 '올 포 한스 판 마넨'을 통해 발레의 스펙트럼을 한층 확장할 계획이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시도 역시 2026년 세종문화회관을 기대하게 만든다. 서울시합창단은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를 창작 발레단과 협력하여 더욱 풍성한 무대로 꾸민다. 서울시극단은 빅데이터 시대의 정보 권력과 여론 조작을 다룬 '빅 마더', 한국 사회의 욕망과 집단 심리를 해부하는 '아.파.트.' 등 동시대적 화두를 던지는 연극을 선보인다. 이 밖에도 창작 뮤지컬 '더 트라이브', 영국 심리 스릴러 연극 '와스프', 재일 극작가 정의신의 대표작 '스미레 미용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K-컬처의 위력, 1750만명 기록 깨고 새 역사 썼다!

1750만 명을 100만 명이나 뛰어넘는 기염을 토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추세라면 연말까지 누적 방한객이 187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낙관하며,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1850만 번째 입국객을 환영하는 기념행사를 열고 이 역사적인 순간을 자축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의 긴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와 K-관광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이번 기록적인 성과의 중심에는 단연 전 세계를 휩쓴 'K-컬처'의 막강한 힘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올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같은 콘텐츠들이 글로벌 팬덤을 형성하며 한국 방문에 대한 직접적인 동기를 부여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K-컬처의 영향력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른 20~40대 여성을 겨냥한 맞춤형 여행 상품을 홍보하고, 중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배움 여행'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등 전략적인 마케팅이 주효하며 지난 7~8월 여름 시즌에 방한객 수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K-컬처를 활용한 전방위적 마케팅은 다른 시장에서도 눈부신 성공을 거뒀다. 대만 시장의 경우, K-팝이나 드라마를 넘어 'K-푸드', 'K-야구' 관람 등 체험형 콘텐츠까지 마케팅 범위를 확장한 결과, 전년 대비 방한객 수가 무려 27%나 성장하며 사상 최다 방한객 수를 경신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는 한국 문화의 다양한 매력이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폭넓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 사례다. K-컬처의 매력에 흠뻑 빠진 외국인들이 단순히 '보는' 관광을 넘어 직접 '경험하는' 관광을 위해 한국을 찾고 있는 것이다.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시장의 반응 역시 폭발적이었다. 올해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36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한일 관계가 가장 좋았던 시기 중 하나인 2012년의 352만 명 기록을 13년 만에 넘어서는 역대 최다 수치다. 이처럼 중국, 대만, 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면서, 한국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관광 대국으로의 입지를 굳히게 되었다. 이번 1850만 명 돌파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K-컬처의 저력과 한국 관광의 무한한 가능성을 전 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시킨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