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헌재, "'정인이 얼굴 공개'는 공익 위한 정당행위" PD 손 들어줬다

 양부모의 잔혹한 학대로 숨진 '정인이'의 얼굴을 공개해 사회적 공분을 이끌어냈던 SBS '그것이 알고싶다' PD에게 내려졌던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취소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 18일, 서울서부지검이 이동원 PD에게 내린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임을 확인하고 이를 취소했다. 이는 아동학대 사건 보도에 있어 피해 아동의 신상 공개가 가진 공익적 가치를 헌법재판소가 이례적으로 인정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검찰의 판단을 헌법재판소가 직접 뒤집으며, 언론의 공익적 역할과 아동학대 피해자의 진정한 이익이 무엇인지에 대한 중요한 법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2021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정인이 사망 사건을 다루면서 아이의 얼굴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제작진은 "학대의 흔적이 유독 얼굴에 집중돼 있고, 아이의 표정에 그늘이 져가는 걸 말로만 전달할 수 없었다"며 공익적 목적의 공개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아동학대처벌법상 보도금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이 PD를 고발했고, 검찰은 혐의가 인정된다면서도 여러 정황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 PD는 이에 불복해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2년여에 걸친 심리 끝에 헌재는 "기소유예 처분은 정당행위에 관한 중대한 법리오해 또는 수사미진에 의한 것으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PD의 손을 들어주었다.

 


헌법재판소는 이 PD의 행위가 아동학대처벌법의 구성요건에는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방송의 목적이 정인이를 추모하고, 가해자가 아동학대치사가 아닌 살인죄로 처벌받아야 함을 주장하며 제도적 보완을 촉구하는 등 공익적 목적이 뚜렷했다고 인정했다. 또한, 가해자가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피해 사실을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사진과 영상을 공개한 것은 '수단의 적합성' 역시 갖추었다고 보았다. 특히 헌재는 정인이가 이미 사망해 '피해 아동에 대한 2차 피해 방지'라는 법 조항의 주된 목적은 달성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나아가 헌재는 "사건의 진상이 충분히 규명돼 가해자가 책임에 부합하는 처벌을 받는 것이 아동학대로 사망한 피해아동의 입장에서 가장 큰 이익이라고 할 수도 있다"며, "오히려 이 사건 방송은 피해아동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는 획기적인 판단을 내놓았다. 즉, 사망한 아동의 인격적 이익 보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익은 가해자의 엄벌과 진실 규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로 해당 방송 이후 양모는 살인 혐의로 징역 35년형이 확정됐고, 아동학대 관련 법령이 정비되는 등 긍정적인 사회 변화가 뒤따랐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언론의 자유와 공익적 역할을 폭넓게 인정하고, 아동학대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판결로 기록될 것이다.

 

K-콘텐츠 등에 업고 대박…외국인 지갑 여는 관광벤처들

광벤처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한 해 동안 눈부신 활약을 펼친 우수 관광벤처기업들에 대한 시상을 진행했다. 2019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단순히 개별 기업을 시상하는 것을 넘어, 관광 산업 전반의 변화를 조망하고 미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올해는 총 8개 부문에서 28개 기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이들은 매출 성과와 고용 창출, 산업 기여도 등 엄격한 기준을 통해 그 가치를 증명했다.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성장관광벤처 부문의 최고 영예인 장관상은 아웃도어 플랫폼 ‘캠핏’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넥스트에디션’에게 돌아갔다. 캠핑과 글램핑, 펜션 예약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고 커뮤니티와 커머스 기능을 결합한 ‘캠핏’은 2025년 한 해에만 서비스 거래액 1300억 원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음을 입증했다. 또한, 러닝과 여행을 결합한 독특한 상품으로 주목받은 ‘문카데미 주식회사’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한국 전통주의 재발견을 이끈 ‘백경증류소’가 각각 성장관광벤처 자격유지 부문과 초기관광벤처 부문에서 장관상을 수상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었다.이번 시상식에서는 K-콘텐츠의 세계적인 인기를 관광 산업으로 연결하려는 노력들이 특히 주목받았다. 관광 글로벌 챌린지 프로그램 부문 장관상을 수상한 ‘주식회사 힐링페이퍼’는 글로벌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를 통해 K-뷰티에 관심이 높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성공적으로 유치하며 해외 매출을 크게 신장시켰다. 인공지능(AI) 기반의 개방형 관광콘텐츠 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라라스테이션’ 역시 관광 플러스테크 부문 장관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실시간 자동 번역 기술을 활용해 K-콘텐츠와 연계된 관광 상품의 해외 유통 장벽을 허물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외에도 글로벌 해상여객 실시간 예약 시스템을 구축한 ‘주식회사 제이아이씨투어’가 혁신바우처 부문에서 수상하는 등 기술 기반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한편, 올해 신설된 지역관광기업지원센터 부문은 수도권에 집중된 관광 산업의 외연을 지역으로 확장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전북의 ‘주식회사 아삭’과 경남의 ‘주식회사 엑스크루’가 각각 사장상을 수상하며, 지역 고유의 매력을 기반으로 한 관광 기업들의 잠재력을 확인시켰다. 한국관광공사 양경수 관광산업본부장 직무대리는 “대기업과의 실증화 사업, 해외 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 강화를 통해 관광벤처들이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도록 지원했다”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지역과 기업, 글로벌 시장을 잇는 든든한 가교 역할을 통해 관광벤처의 성장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