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한민국 에너지 수도 선언…울산, 기업 투자 빨아들인다

 울산시가 한 차례 보류의 아픔을 딛고 분산에너지 특화지역(분산특구)으로 최종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위원회의 재심의를 통과함에 따라, 울산은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며 '대한민국 에너지 거점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핵심 동력을 확보했다. 이는 단순히 에너지 정책의 변화를 넘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같은 미래 첨단 산업 유치를 가속화하고 지역 경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지정 보류라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얻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이번 최종 선정은 지난달 지정 보류 결정 이후, 울산시를 중심으로 지역 정치권과 실무진이 총력 대응에 나선 결과물이다. 이들은 중앙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재생에너지 보완 계획을 신속하게 마련해 제출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또한, 특화지역 운영계획 수립, 관련 조례 제정,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추진단 구성 및 전국 최초의 분산에너지 지원센터 발족 등 체계적이고 철저한 사전 준비 과정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대통령에게 직접 필요성을 건의하는 등 전방위적인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다.

 


분산특구로 지정됨에 따라 울산은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형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특례를 적용받는다. 이는 지역 발전사가 전력 시장에 직접 참여해 기업에 전기를 판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기업들은 수도권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보장받게 된다. 울산의 '전력수요 유치형' 특구 모델에 따라, 지역 발전사인 SK MU는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 내 SK-아마존 데이터센터와 주요 석유화학 기업 등에 경쟁력 있는 가격의 전력을 직접 공급할 계획이다. 나아가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기반의 무탄소 전력 공급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번 특구 지정은 울산이 가진 기존의 에너지 인프라와 시너지를 창출하며 미래 성장 가능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총 575만 배럴 규모의 석유·가스 저장시설을 갖춘 '동북아 에너지 거점'인 울산은 안정적인 연료 공급 능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전력이 필수적인 산업단지와 대기업 활동에 최적의 여건을 제공한다. 지난 6월 국내 최대 규모의 SK-아마존 AI 데이터센터 유치에 성공한 데 이어, 향후 1GW급 데이터센터 추가 투자를 위한 움직임까지 가시화되고 있어 이번 특구 지정은 이러한 흐름에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AI, 반도체, 이차전지 등 핵심 전력 다소비 산업의 비용 절감과 경쟁력 강화는 물론, 관련 기업들의 울산 이전과 투자 확대를 이끌어내는 강력한 유인책이 될 것이다.

 

1500년 전 황금 말이 날아오를 듯…천마총의 압도적 비주얼

내내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화려함 대신 고즈넉한 정취가 내려앉은 겨울의 대릉원은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여름내 무성했던 잔디가 낮게 가라앉으며 23기에 달하는 거대한 고분들의 유려한 능선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차가운 공기 속,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솟아오른 고분들의 기하학적인 곡선은 마치 대지 위에 그려진 거대한 예술 작품처럼 다가온다.대릉원 정문을 지나면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소나무 군락이 150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초록빛 관문처럼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숲길을 지나면 단정한 담장 너머로 신라 최초의 김씨 왕인 미추왕릉이 모습을 드러낸다. 미추왕릉은 다른 고분들과 달리 푸른 대나무 숲이 능을 호위하듯 감싸고 있는데, 이는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대나무 잎을 귀에 꽂은 병사들이 나타나 적을 물리쳤다는 ‘죽엽군(竹葉軍)’의 전설과 맞닿아 있다. 겨울바람에 서걱이는 댓잎 소리는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왕의 굳은 의지가 담긴 외침처럼 들려와 발걸음을 숙연하게 만든다.대릉원에서 유일하게 그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천마총은 신라 문화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핵심 공간이다. 어두운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1500년 전 유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정교하고 화려한 황금 유물들이 압도적인 빛을 발산한다. 그중에서도 발견된 신라 금관 중 가장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는 천마총 금관은 완벽한 균형미와 섬세한 세공 기술로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또한, 자작나무 껍질 위에 그려진 천마도(天馬圖)는 금방이라도 무덤 밖으로 비상할 듯 역동적인 기운을 뿜어낸다. 힘차게 하늘로 솟구치는 천마의 모습은 새해의 도약을 꿈꿨던 신라인의 염원이 담긴 듯, 시대를 넘어 강렬한 생명력을 전한다.천마총을 나와 다시 밖으로 나서면 남과 북, 두 개의 봉분이 이어진 거대한 황남대총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마치 두 개의 산봉우리가 이어진 듯한 압도적인 규모와 대지의 품처럼 너르고 유려한 곡선은 죽음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포근함과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이 거대한 무덤을 만들기 위해 동원되었을 이름 모를 민초들의 땀방울을 생각하면 1500년의 세월이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주인공이 밝혀진 미추왕릉을 제외한 대부분의 무덤들은 이름을 지우는 대신, 그 자체로 신라라는 시대의 거대한 실루엣이 되어 오늘날 우리에게 고요한 위로와 영감을 건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