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응급실 뺑뺑이 해법 나왔다…소방청장 "의사 책임 면제"

 '응급실 뺑뺑이'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응급의료 행위에 대한 의사의 민·형사상 책임 면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소방 당국의 수장에게서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한의사협회의 요구사항인 의료사고 책임 면책에 대해 "그렇게 가야 한다고 본다"고 밝히며 사실상 의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소방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고 강조하며, 환자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인 의료행위를 해야 하는 의사들의 심리적, 법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제도 개선의 핵심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현재 소방청은 보건복지부, 대한의사협회, 응급의학회 등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며 중증 응급환자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개선 및 법률 개정안 마련에 힘쓰고 있다.

 

이와 함께 김 대행은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선의 핵심 축으로 '헬리 EMS(헬기 응급이송체계)'의 고도화를 제시했다. 그는 내년도 핵심 사업 중 하나가 헬리 EMS 활성화임을 분명히 하며, 현재 구축 중인 전국 헬기 통합 운영 체계가 내년 3월 서울·경기·인천권의 합류로 완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방청이 보유한 32대의 헬기를 적극 활용해 중증 외상 환자나 골든타임 확보가 시급한 환자 이송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그는 과거 '아덴만 영웅' 이국종 교수의 사례를 언급하며, 헬기에 중증 외상이나 응급의학 전문의 10여 명을 직접 채용해 상주시키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는 보건복지부의 닥터헬기와 일부 기능이 겹칠 수 있으나, 정부 차원의 효율적인 논의를 통해 최적의 방안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소방공무원들의 숙원 사업이자 충북 지역 공공의료의 한 축을 담당할 국립소방병원의 개원 준비 상황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내년 6월 정식 개원을 앞둔 국립소방병원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화상, 근골격계 질환 등 소방관들에게 빈번하게 발생하는 질환에 특화된 진료를 제공한다. 동시에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을 맡아 공상 소방공무원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양질의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3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소방 인력만으로 채울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지역 사회와의 상생은 병원 운영의 필수적인 요소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 이면에는 '의료진 수급'이라는 현실적인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김 대행은 "충북 지역은 의사 채용이 쉽지 않고 필수의료 인력 부족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현재 내년 3월 공식 발령을 목표로 19개 진료과목 의사 49명을 포함한 의료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개원 이후에도 의료진 수급은 지속적인 과제가 될 전망이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병원과의 위탁 운영을 통해 수련의와 전공의들이 국립소방병원에서 임상 경험을 쌓고 순환 근무하는 인사교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안정적인 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1500년 전 황금 말이 날아오를 듯…천마총의 압도적 비주얼

내내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화려함 대신 고즈넉한 정취가 내려앉은 겨울의 대릉원은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여름내 무성했던 잔디가 낮게 가라앉으며 23기에 달하는 거대한 고분들의 유려한 능선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차가운 공기 속,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솟아오른 고분들의 기하학적인 곡선은 마치 대지 위에 그려진 거대한 예술 작품처럼 다가온다.대릉원 정문을 지나면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소나무 군락이 150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초록빛 관문처럼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숲길을 지나면 단정한 담장 너머로 신라 최초의 김씨 왕인 미추왕릉이 모습을 드러낸다. 미추왕릉은 다른 고분들과 달리 푸른 대나무 숲이 능을 호위하듯 감싸고 있는데, 이는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대나무 잎을 귀에 꽂은 병사들이 나타나 적을 물리쳤다는 ‘죽엽군(竹葉軍)’의 전설과 맞닿아 있다. 겨울바람에 서걱이는 댓잎 소리는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왕의 굳은 의지가 담긴 외침처럼 들려와 발걸음을 숙연하게 만든다.대릉원에서 유일하게 그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천마총은 신라 문화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핵심 공간이다. 어두운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1500년 전 유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정교하고 화려한 황금 유물들이 압도적인 빛을 발산한다. 그중에서도 발견된 신라 금관 중 가장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는 천마총 금관은 완벽한 균형미와 섬세한 세공 기술로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또한, 자작나무 껍질 위에 그려진 천마도(天馬圖)는 금방이라도 무덤 밖으로 비상할 듯 역동적인 기운을 뿜어낸다. 힘차게 하늘로 솟구치는 천마의 모습은 새해의 도약을 꿈꿨던 신라인의 염원이 담긴 듯, 시대를 넘어 강렬한 생명력을 전한다.천마총을 나와 다시 밖으로 나서면 남과 북, 두 개의 봉분이 이어진 거대한 황남대총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마치 두 개의 산봉우리가 이어진 듯한 압도적인 규모와 대지의 품처럼 너르고 유려한 곡선은 죽음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포근함과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이 거대한 무덤을 만들기 위해 동원되었을 이름 모를 민초들의 땀방울을 생각하면 1500년의 세월이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주인공이 밝혀진 미추왕릉을 제외한 대부분의 무덤들은 이름을 지우는 대신, 그 자체로 신라라는 시대의 거대한 실루엣이 되어 오늘날 우리에게 고요한 위로와 영감을 건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