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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없는 나라 나가라? 멕시코의 노골적인 관세 장벽

 멕시코가 새해부터 한국을 포함한 비(非)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을 상대로 대대적인 관세 인상을 단행한다. 자동차, 기계, 철강 등 1400여 개에 달하는 전략 품목의 관세율을 최대 50%까지 끌어올리는 이번 조치는 멕시코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생산 비용 증가는 물론,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교두보로서의 매력까지 반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멕시코 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압박에 대응하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복잡한 지정학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멕시코 대통령실이 관보를 통해 공표한 일반수출입세법 개정안은 2026년 1월 1일부터 발효된다. 인상 대상은 신발, 섬유, 철강, 자동차 부품 등 멕시코 정부가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 '전략 산업'으로 지정한 1463개 품목에 이른다. 관세율은 품목에 따라 5%에서 35% 수준으로 대폭 인상되며, 일부 철강 제품에는 50%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정부는 이번 조치가 약 35만 개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수입 의존도를 낮추며, 핵심 생산망의 국산 부품 비중을 높이는 '멕시코 계획(Plan México)'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는 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통상 환경의 맥락에서 볼 때, 멕시코의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멕시코는 전체 수출의 83%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유지가 국가 경제의 사활을 좌우할 만큼 절대적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USMCA 탈퇴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멕시코로서는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멕시코가 2024년 한 해에만 1131억 달러의 막대한 무역 적자를 기록한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 베트남, 인도 등 다른 비FTA 체결국들은 중국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유탄을 맞게 된 셈이다.

 

갑작스러운 관세 장벽에 부딪힌 각국의 대응은 분주하다. 우리 정부는 주한 멕시코 대사관을 통해 이번 조치가 한국 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했다. 멕시코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기존에 적용받던 산업별 진흥 프로그램(PROSEC)이나 마킬라도라(IMMEX) 제도 등의 인센티브가 유지되기를 기대하면서도, 통관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를 예기치 않은 불이익에 대비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직접적인 타겟으로 지목된 중국은 "일방적 보호주의 조치를 시정하라"며 즉각 반발했고, 인도는 멕시코에 특혜무역협정 체결을 제안하는 등 각국의 셈법도 복잡하게 엇갈리고 있다. 결국 이번 조치가 멕시코의 의도대로 자국 산업의 부흥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글로벌 공급망의 혼란과 외교적 마찰만 증폭시키는 자충수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1500년 전 황금 말이 날아오를 듯…천마총의 압도적 비주얼

내내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화려함 대신 고즈넉한 정취가 내려앉은 겨울의 대릉원은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여름내 무성했던 잔디가 낮게 가라앉으며 23기에 달하는 거대한 고분들의 유려한 능선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차가운 공기 속,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솟아오른 고분들의 기하학적인 곡선은 마치 대지 위에 그려진 거대한 예술 작품처럼 다가온다.대릉원 정문을 지나면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소나무 군락이 150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초록빛 관문처럼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숲길을 지나면 단정한 담장 너머로 신라 최초의 김씨 왕인 미추왕릉이 모습을 드러낸다. 미추왕릉은 다른 고분들과 달리 푸른 대나무 숲이 능을 호위하듯 감싸고 있는데, 이는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대나무 잎을 귀에 꽂은 병사들이 나타나 적을 물리쳤다는 ‘죽엽군(竹葉軍)’의 전설과 맞닿아 있다. 겨울바람에 서걱이는 댓잎 소리는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왕의 굳은 의지가 담긴 외침처럼 들려와 발걸음을 숙연하게 만든다.대릉원에서 유일하게 그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천마총은 신라 문화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핵심 공간이다. 어두운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1500년 전 유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정교하고 화려한 황금 유물들이 압도적인 빛을 발산한다. 그중에서도 발견된 신라 금관 중 가장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는 천마총 금관은 완벽한 균형미와 섬세한 세공 기술로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또한, 자작나무 껍질 위에 그려진 천마도(天馬圖)는 금방이라도 무덤 밖으로 비상할 듯 역동적인 기운을 뿜어낸다. 힘차게 하늘로 솟구치는 천마의 모습은 새해의 도약을 꿈꿨던 신라인의 염원이 담긴 듯, 시대를 넘어 강렬한 생명력을 전한다.천마총을 나와 다시 밖으로 나서면 남과 북, 두 개의 봉분이 이어진 거대한 황남대총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마치 두 개의 산봉우리가 이어진 듯한 압도적인 규모와 대지의 품처럼 너르고 유려한 곡선은 죽음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포근함과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이 거대한 무덤을 만들기 위해 동원되었을 이름 모를 민초들의 땀방울을 생각하면 1500년의 세월이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주인공이 밝혀진 미추왕릉을 제외한 대부분의 무덤들은 이름을 지우는 대신, 그 자체로 신라라는 시대의 거대한 실루엣이 되어 오늘날 우리에게 고요한 위로와 영감을 건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