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이창용 한은 총재의 팩트 폭격 "반도체 빼면 성장률 1.4%뿐"

 2026년 새해 아침부터 한국 경제의 수장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희망찬 덕담보다는 냉철한 현실 진단이 담긴 이번 신년사는 SNS와 각종 커뮤니티에서 벌써부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총재는 특히 최근 가파르게 치솟은 환율의 배후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를 직접 지목하며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새해를 맞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올해도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쉽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며 무거운 운을 뗐다. 단순히 어렵다는 말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수치와 원인을 조목조목 짚어내며 한국 경제가 직면한 복합 위기를 경고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대목은 역시 환율과 국민연금의 관계다. 이 총재는 지난해 10월 이후 원화 절하가 가파르게 진행된 핵심 원인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난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가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규모와 시기, 환헤지 전략 등이 시장에 너무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이 때문에 환율 상승 기대가 한 방향으로 쏠리게 되고, 결국 다른 투자자들까지 그 흐름에 올라타면서 원화 가치가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지난 3년간의 추이를 보며 국민연금 해외투자가 국민경제 전체에 주는 영향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언급했다. 만약 지금처럼 거시적 영향을 조율할 범정부적 체계가 없다면, 외환 당국은 환율을 막으려 달러를 팔고 국민연금은 계획에 따라 달러를 사들이는 진퇴양난의 코미디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이는 사실상 국민연금의 운용 방식에 대한 한은 차원의 강력한 견제구로 풀이된다.

 

국내 경기 전망 역시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이 1.8%로 작년의 1%보다는 개선되겠지만, 이는 착시 현상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에 힘입은 IT 부문을 제외하면 실제 성장률은 1.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반도체 착시로 인해 지표상 성장률과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 사이의 괴리가 역대급으로 벌어질 것이라는 경고다.

 

 

 

이 총재는 이러한 양극화가 환율 때문에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봤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높여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하고, 내수 기업들에 불리하게 작용해 경제적 격차를 더 벌려놓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대외 건전성은 양호하지만, 환율 수준만 놓고 위기 상황과 유사하다고 보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환율이 민생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표했다.

 

대외 여건 또한 첩첩산중이다. 이 총재는 글로벌 통상 환경과 각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짚으며, 특히 관세 전쟁과 미·중 갈등 관련 리스크를 언급했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대미 투자협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 조율이 필요해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연간 최대 20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유출이 기계적으로 일어나 원화 약세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은행은 정부와 협력해 외환시장 안정을 해치는 어떠한 결정에도 동의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총재는 정책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정책 변수 간 상충이 심화하는 만큼, 향후 통화정책은 다양한 경제지표를 자세히 점검하며 정교하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조절뿐만 아니라 다른 통화신용정책을 강화하고, 한국은행 본연의 싱크탱크 기능을 유지해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신년사는 단순히 경제 전망을 넘어 국민연금이라는 거대 자본의 운용 방향과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반도체 의존도에 대해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환율 1400원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이 총재의 이번 경고가 어떤 정책적 변화로 이어질지, 그리고 실제 우리 지갑 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1500년 전 황금 말이 날아오를 듯…천마총의 압도적 비주얼

내내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화려함 대신 고즈넉한 정취가 내려앉은 겨울의 대릉원은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여름내 무성했던 잔디가 낮게 가라앉으며 23기에 달하는 거대한 고분들의 유려한 능선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차가운 공기 속,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솟아오른 고분들의 기하학적인 곡선은 마치 대지 위에 그려진 거대한 예술 작품처럼 다가온다.대릉원 정문을 지나면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소나무 군락이 150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초록빛 관문처럼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숲길을 지나면 단정한 담장 너머로 신라 최초의 김씨 왕인 미추왕릉이 모습을 드러낸다. 미추왕릉은 다른 고분들과 달리 푸른 대나무 숲이 능을 호위하듯 감싸고 있는데, 이는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대나무 잎을 귀에 꽂은 병사들이 나타나 적을 물리쳤다는 ‘죽엽군(竹葉軍)’의 전설과 맞닿아 있다. 겨울바람에 서걱이는 댓잎 소리는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왕의 굳은 의지가 담긴 외침처럼 들려와 발걸음을 숙연하게 만든다.대릉원에서 유일하게 그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천마총은 신라 문화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핵심 공간이다. 어두운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1500년 전 유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정교하고 화려한 황금 유물들이 압도적인 빛을 발산한다. 그중에서도 발견된 신라 금관 중 가장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는 천마총 금관은 완벽한 균형미와 섬세한 세공 기술로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또한, 자작나무 껍질 위에 그려진 천마도(天馬圖)는 금방이라도 무덤 밖으로 비상할 듯 역동적인 기운을 뿜어낸다. 힘차게 하늘로 솟구치는 천마의 모습은 새해의 도약을 꿈꿨던 신라인의 염원이 담긴 듯, 시대를 넘어 강렬한 생명력을 전한다.천마총을 나와 다시 밖으로 나서면 남과 북, 두 개의 봉분이 이어진 거대한 황남대총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마치 두 개의 산봉우리가 이어진 듯한 압도적인 규모와 대지의 품처럼 너르고 유려한 곡선은 죽음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포근함과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이 거대한 무덤을 만들기 위해 동원되었을 이름 모를 민초들의 땀방울을 생각하면 1500년의 세월이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주인공이 밝혀진 미추왕릉을 제외한 대부분의 무덤들은 이름을 지우는 대신, 그 자체로 신라라는 시대의 거대한 실루엣이 되어 오늘날 우리에게 고요한 위로와 영감을 건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