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지금 당장 화를 참아야 하는 이유.."화내면 혈관 굳어"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욱하고 치솟는 화를 참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쏟아내는 분노가 단순히 기분을 망치는 수준을 넘어 우리의 혈관을 직접적으로 공격한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다. 분노의 감정이 혈관의 이완을 막아 피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어빙메디컬센터의 다이치 심보 박사 연구팀은 최근 분노를 비롯한 부정적 감정이 혈관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이 연구 결과는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미국심장협회저널에 발표되어 전 세계 의료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연구진은 뉴욕시에 거주하는 18세 이상의 건강한 성인 280명을 모집해 정밀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먼저 30분 동안 편안하게 휴식을 취한 뒤 혈압과 혈류, 혈관 확장 능력 등을 꼼꼼하게 측정받았다. 이후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분노, 불안, 슬픔, 그리고 아무 감정도 느끼지 않는 무감정(대조군) 등 네 그룹으로 나누었다.

 

실험 방식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분노와 불안 그룹은 과거에 겪었던 강렬한 감정적 기억을 떠올리도록 유도받았고, 슬픔 그룹은 우울한 내용의 글을 읽었다. 대조군은 숫자를 세며 감정적으로 중립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이렇게 8분 동안 특정 감정을 유도한 뒤, 연구팀은 실험 직후부터 3분, 40분, 70분, 100분 간격으로 참가자들의 혈관 상태를 반복해서 측정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유독 분노를 느낀 그룹에서만 혈관의 이완 능력이 실험 직후부터 최소 40분 이상 유의미하게 저하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혈관 내피세포 기능이 손상되면 혈관이 상황에 맞춰 충분히 확장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혈관 벽이 딱딱해지는 죽상동맥경화증 위험이 커지고, 이는 결국 심장마비나 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불안이나 슬픔을 느낀 그룹에서는 혈관 기능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오직 분노만이 혈관을 즉각적으로 굳게 만들었다.

 

연구진은 사람이 화를 전혀 내지 않고 살 수는 없지만, 반복적으로 터뜨리는 분노는 혈관에 만성적인 손상을 남긴다고 경고했다. 화를 낼 때마다 혈관이 수축하고 이완 능력을 잃어가는 과정이 쌓여 결국 심혈관 질환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연구팀은 분노가 정확히 어떤 생물학적 기전을 통해 혈관 기능을 떨어뜨리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분노가 심혈관 질환의 직접적인 방아쇠가 된다는 보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일랜드 국립 골웨이대가 주도한 대규모 연구인 인터스트로크(INTERSTROKE)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급성 뇌졸중 환자의 약 9%는 병이 발생하기 불과 1시간 이내에 심한 분노나 좌절감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분노가 폭발한 직후 1시간 동안은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30%, 혈관이 터지는 출혈성 뇌졸중 위험은 무려 63%까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감정이 격해질 때의 대처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분노가 치솟는 순간에 에너지를 발산하겠다며 즉각적인 격한 운동을 하거나 과도하게 신체 활동을 하는 것은 오히려 혈관에 독이 될 수 있다. 대신 심호흡을 크게 하거나 천천히 숫자를 세는 방법, 혹은 잠시 자리를 벗어나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감정을 가라앉혀야 한다. 결국 분노 조절은 단순히 인격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인 셈이다. 오늘 누군가에게 화를 내고 싶을 때, 내 혈관이 40분 동안 비명을 지르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한 번쯤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욱하는 성격이 당신의 수명을 갉아먹고 있을지도 모른다

 

 

 

1500년 전 황금 말이 날아오를 듯…천마총의 압도적 비주얼

내내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화려함 대신 고즈넉한 정취가 내려앉은 겨울의 대릉원은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여름내 무성했던 잔디가 낮게 가라앉으며 23기에 달하는 거대한 고분들의 유려한 능선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차가운 공기 속,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솟아오른 고분들의 기하학적인 곡선은 마치 대지 위에 그려진 거대한 예술 작품처럼 다가온다.대릉원 정문을 지나면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소나무 군락이 150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초록빛 관문처럼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숲길을 지나면 단정한 담장 너머로 신라 최초의 김씨 왕인 미추왕릉이 모습을 드러낸다. 미추왕릉은 다른 고분들과 달리 푸른 대나무 숲이 능을 호위하듯 감싸고 있는데, 이는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대나무 잎을 귀에 꽂은 병사들이 나타나 적을 물리쳤다는 ‘죽엽군(竹葉軍)’의 전설과 맞닿아 있다. 겨울바람에 서걱이는 댓잎 소리는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왕의 굳은 의지가 담긴 외침처럼 들려와 발걸음을 숙연하게 만든다.대릉원에서 유일하게 그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천마총은 신라 문화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핵심 공간이다. 어두운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1500년 전 유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정교하고 화려한 황금 유물들이 압도적인 빛을 발산한다. 그중에서도 발견된 신라 금관 중 가장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는 천마총 금관은 완벽한 균형미와 섬세한 세공 기술로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또한, 자작나무 껍질 위에 그려진 천마도(天馬圖)는 금방이라도 무덤 밖으로 비상할 듯 역동적인 기운을 뿜어낸다. 힘차게 하늘로 솟구치는 천마의 모습은 새해의 도약을 꿈꿨던 신라인의 염원이 담긴 듯, 시대를 넘어 강렬한 생명력을 전한다.천마총을 나와 다시 밖으로 나서면 남과 북, 두 개의 봉분이 이어진 거대한 황남대총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마치 두 개의 산봉우리가 이어진 듯한 압도적인 규모와 대지의 품처럼 너르고 유려한 곡선은 죽음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포근함과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이 거대한 무덤을 만들기 위해 동원되었을 이름 모를 민초들의 땀방울을 생각하면 1500년의 세월이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주인공이 밝혀진 미추왕릉을 제외한 대부분의 무덤들은 이름을 지우는 대신, 그 자체로 신라라는 시대의 거대한 실루엣이 되어 오늘날 우리에게 고요한 위로와 영감을 건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