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3만석 순삭…'센과 치히로' 연극, 성공은 예견됐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걸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스크린 밖으로 걸어 나와 무대 위에 올랐다. 일본과 영국 웨스트엔드를 거치며 작품성을 입증한 이 연극은 국내 상륙과 동시에 1차 티켓 3만여 석을 매진시키는 기염을 토하며 그 명성을 증명했다.

 

작품의 지휘봉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신화 존 케어드 연출이 잡았다. 그는 원작을 새롭게 해석하기보다, 영화가 가진 고유의 매력과 서사를 무대 위에 고스란히 보존하는 길을 택했다. 관객들이 기억하는 치히로의 모험을 충실하게 재현하며 원작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새로운 관객을 끌어안는다.

 


이번 공연의 백미는 단연 아날로그적 상상력으로 구현된 판타지 세계다. 정교한 인형(퍼핏)과 배우들의 기민한 움직임이 결합되어 스크린 속 요괴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다. 숯검정 '스스와타리'들의 꼼지락거림부터 용으로 변한 하쿠의 비상, 그리고 여러 배우가 한 몸처럼 움직여 기괴하게 부풀어 오르는 '가오나시'의 모습은 디지털 특수효과 없이도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을 선사한다.

 

무대 디자인은 일본의 전통 예능 '노(能)'의 양식에서 영감을 얻었다. 간결하면서도 상징적인 목조 구조물과 회전 무대를 활용해 장면 전환의 속도감을 높이고 동양적인 미학을 극대화했다. 이는 800만 신들이 목욕을 즐기는 공간이라는 원작의 설정을 무대 언어로 번역하려는 연출가의 깊은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연극은 의도적으로 디지털 기술 사용을 최소화하고 '사람의 힘'으로 무대를 채우는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한다. 40여 명에 달하는 앙상블 배우들은 단순히 배경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소품을 옮기고 배경의 일부가 되는 '살아있는 무대장치'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에 히사이시 조의 신비로운 원곡 선율과 타악기 중심의 라이브 연주가 더해져 작품을 단순한 연극이 아닌 한 편의 음악극으로 완성시킨다.

 

화려한 볼거리 너머에는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치히로의 성장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주연 배우들은 "자신의 이름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힘"과 "부모에게 받은 이름의 소중함"을 관객들이 느끼길 바란다며, 이 작품이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외국인 10만 명이 열광하는 한국의 겨울왕국

어축제는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인이 주목하는 글로벌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축구장 수십 개를 합친 거대한 얼음벌판 위, 저마다의 자세로 얼음 구멍을 들여다보는 풍경은 그 자체로 압도적인 장관을 이룬다.축제의 핵심은 단연 산천어 얼음낚시다. 영하의 추위 속에서 뚫어 놓은 1만여 개의 구멍마다 희망을 드리운 채, 사람들은 낚싯줄 끝에 전해질 짜릿한 손맛을 기다린다. 2시간의 기다림 끝에 허탕을 치기도 하고, 연달아 월척을 낚아 올리며 환호하기도 한다. 국적도, 나이도 다르지만 얼음 위에서는 모두가 산천어를 기다리는 하나의 마음이 된다. 갓 잡은 산천어는 즉석에서 회나 구이로 맛볼 수 있어 기다림의 고단함은 이내 즐거움으로 바뀐다.정적인 낚시가 지루하다면 역동적인 즐길 거리도 풍성하다. 차가운 물속에 뛰어들어 맨손으로 산천어를 잡는 이벤트는 참여자는 물론 보는 이에게까지 짜릿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얼음 위를 씽씽 달리는 전통 썰매는 아이들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어른들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안겨준다. 낚시의 손맛, 즉석구이의 입맛, 그리고 다채로운 체험의 즐거움이 축제장 곳곳에 가득하다.이 거대한 축제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기술과 노력이다. 수만 명이 동시에 올라서도 안전한, 40cm 이상의 두꺼운 얼음을 얼리는 것은 고도의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이다. 매일 얼음의 두께와 강도를 점검하고, 축제 기간 내내 1급수 수질을 유지하며 산천어를 방류하는 등, 방문객의 안전과 즐거움을 위한 화천군의 철저한 관리가 '얼음 나라의 기적'을 뒷받침하고 있다.축제의 즐거움은 밤에도 계속된다. 화천 읍내를 화려하게 수놓는 '선등거리'는 수만 개의 산천어 등(燈)이 만들어내는 빛의 향연으로 방문객의 넋을 빼놓는다. 실내얼음조각광장에서는 중국 하얼빈 빙등축제 기술자들이 빚어낸 경이로운 얼음 조각들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낮에는 얼음낚시로, 밤에는 빛의 축제로, 화천의 겨울은 쉴 틈 없이 빛난다.축제장을 벗어나면 화천이 품은 대자연의 비경이 기다린다. 한국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파로호의 고요한 물결과 거대한 산세는 축제의 소란스러움과는 다른 깊은 울림을 준다. 겨울이면 거대한 빙벽으로 변신하는 딴산유원지의 인공폭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인공과 자연, 역사와 축제가 어우러진 화천의 겨울은 그 어떤 여행보다 다채롭고 특별한 기억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