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천년의 미소, 손바닥만 한 기와 조각이었다니

 경주를 상징하는 수많은 유물 가운데 ‘신라의 미소’로 불리는 얼굴무늬 수막새는 단연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신라 최초의 사찰로 알려진 흥륜사 터에서 발견된 이 작은 기와 조각 하나가 천 년의 세월을 넘어 오늘날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실물을 마주한 이들은 종종 그 작은 크기에 먼저 놀란다. 지름 11.5cm, 어른 손바닥 안에 들어올 정도로 아담한 크기는 경주 시내 곳곳에 세워진 거대한 조형물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준다. 심지어 아래턱 일부는 깨져나간, 온전치 못한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그 앞에 서면 누구든 숨을 죽이고 미소에 빠져들게 된다.

 


이 수막새의 가치는 단순한 기와가 아닌, 신라 장인의 손길로 빚어진 유일무이한 예술품이라는 데 있다. 틀로 찍어낸 것이 아니라, 흙판 위에 직접 눈과 코, 입을 빚어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얼굴이다. 특히 살짝 아래를 향한 눈매는 지붕 위에서 아래를 지나는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듯한 따뜻한 시선으로 해석되며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흔히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서산 마애삼존불의 온화함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꾸밈없이 활짝 열린 미소가 백제의 특징이라면, 신라의 미소는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고요함과 내면의 평온함을 담고 있다. 수줍은 듯하면서도 단단한 기품이 느껴지는 이 미소는 신라인의 정신세계를 엿보게 하는 창과 같다.

 


이 작은 기와 조각은 일제강점기 일본인 의사의 손에 넘어가 바다를 건너가는 등 파란만장한 세월을 겪었다. 한 개인의 끈질긴 반환 노력 끝에 1972년 기증 형식으로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2018년에는 기와 단독으로는 이례적으로 보물로 지정되며 그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수막새의 깨진 부분은 흠이 아니라 오히려 천 년의 역사를 품은 흔적이 되었다. 완벽한 형태였다면 지금과 같은 깊은 감동을 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풍파를 견뎌낸 세월의 깊이가 더해져 비로소 완성된 그 얼굴은, 불완전함 속에 깃든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외국인 10만 명이 열광하는 한국의 겨울왕국

어축제는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인이 주목하는 글로벌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축구장 수십 개를 합친 거대한 얼음벌판 위, 저마다의 자세로 얼음 구멍을 들여다보는 풍경은 그 자체로 압도적인 장관을 이룬다.축제의 핵심은 단연 산천어 얼음낚시다. 영하의 추위 속에서 뚫어 놓은 1만여 개의 구멍마다 희망을 드리운 채, 사람들은 낚싯줄 끝에 전해질 짜릿한 손맛을 기다린다. 2시간의 기다림 끝에 허탕을 치기도 하고, 연달아 월척을 낚아 올리며 환호하기도 한다. 국적도, 나이도 다르지만 얼음 위에서는 모두가 산천어를 기다리는 하나의 마음이 된다. 갓 잡은 산천어는 즉석에서 회나 구이로 맛볼 수 있어 기다림의 고단함은 이내 즐거움으로 바뀐다.정적인 낚시가 지루하다면 역동적인 즐길 거리도 풍성하다. 차가운 물속에 뛰어들어 맨손으로 산천어를 잡는 이벤트는 참여자는 물론 보는 이에게까지 짜릿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얼음 위를 씽씽 달리는 전통 썰매는 아이들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어른들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안겨준다. 낚시의 손맛, 즉석구이의 입맛, 그리고 다채로운 체험의 즐거움이 축제장 곳곳에 가득하다.이 거대한 축제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기술과 노력이다. 수만 명이 동시에 올라서도 안전한, 40cm 이상의 두꺼운 얼음을 얼리는 것은 고도의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이다. 매일 얼음의 두께와 강도를 점검하고, 축제 기간 내내 1급수 수질을 유지하며 산천어를 방류하는 등, 방문객의 안전과 즐거움을 위한 화천군의 철저한 관리가 '얼음 나라의 기적'을 뒷받침하고 있다.축제의 즐거움은 밤에도 계속된다. 화천 읍내를 화려하게 수놓는 '선등거리'는 수만 개의 산천어 등(燈)이 만들어내는 빛의 향연으로 방문객의 넋을 빼놓는다. 실내얼음조각광장에서는 중국 하얼빈 빙등축제 기술자들이 빚어낸 경이로운 얼음 조각들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낮에는 얼음낚시로, 밤에는 빛의 축제로, 화천의 겨울은 쉴 틈 없이 빛난다.축제장을 벗어나면 화천이 품은 대자연의 비경이 기다린다. 한국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파로호의 고요한 물결과 거대한 산세는 축제의 소란스러움과는 다른 깊은 울림을 준다. 겨울이면 거대한 빙벽으로 변신하는 딴산유원지의 인공폭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인공과 자연, 역사와 축제가 어우러진 화천의 겨울은 그 어떤 여행보다 다채롭고 특별한 기억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