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정명훈의 첫 지휘, KBS교향악단이 다시 태어났다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소리는 장중했다. 정명훈이라는 거장이 KBS교향악단의 새로운 선장으로 첫 항해를 시작하는 역사적인 순간, 롯데콘서트홀의 객석은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무대에 오른 마에스트로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는 첫 곡,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의 전주만으로도 이날 연주가 단순한 협주가 아님을 증명했다.

 

오케스트라의 반주는 더 이상 독주자를 위한 배경이 아니었다. 정명훈의 지휘 아래, 악단은 독주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깊고 풍부한 서사를 쌓아 올리는 대화의 파트너로 거듭났다. 이에 화답하듯 카바코스의 바이올린은 서두름 없이, 그러나 묵직한 존재감으로 선율을 쌓아나갔다. 격렬하게 휘몰아치는 악구에서조차 흔들림 없는 안정감은,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물결과 하나 되어 장쾌한 음향의 파도를 만들어냈다.

 


카바코스의 연주는 뜨거운 열정과 인간적인 고뇌를 동시에 품고 있었다. 폭발적인 기교가 요구되는 카덴차에서는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한 음 한 음 금빛 가루를 뿌리는 듯한 집중력을 보여주었으나, 그 과정에서 드러난 미세한 흔들림은 오히려 그의 해석에 설득력을 더했다. 2악장의 서정적인 아름다움과 3악장의 질주하는 쾌감 사이를 오가며, 그와 오케스트라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호흡했다.

 

2부의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은 정명훈이 KBS교향악단에 불어넣고자 하는 새로운 철학의 집약체였다. 그는 거대한 음량으로 압도하기보다, 극도로 절제된 피아니시모(여리게)를 통해 소리의 공간을 무한히 확장하는 마법을 선보였다. 모든 성부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정교한 해석 속에서 각 악기는 자신의 목소리를 뚜렷하게 내며 조화롭게 섞여 들었다.

 


장송행진곡의 비통함은 결코 무겁게 가라앉지 않았고, 유유하면서도 도도한 흐름 속에서 깊이를 더했다. 3악장의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와 밝게 빛나는 호른의 연주를 거쳐, 4악장에서 마침내 모든 소리의 빛이 한데 모여 숭고한 건축물을 쌓아 올렸다. 이는 독일적인 견고함과는 다른, 품위와 우아함으로 가득 찬 새로운 베토벤의 탄생이었다.

 

이날의 연주는 단순히 한 편의 성공적인 공연을 넘어, 노련한 마에스트로가 이끌 'KBS호'의 미래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힘 있는 취임 일성이었다. 약음 하나까지 세심하게 빚어 장대한 서사를 만들어내는 그의 지휘 아래, 오케스트라는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청중에게 각인시켰다.

 

"여기 봄이요!" 천리포수목원, 꽃망울 터뜨리며 손짓

번째 절기인 입춘을 기점으로 납매와 매화를 비롯한 다채로운 봄꽃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며 본격적인 개화를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 봄의 정취를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천리포수목원은 겨우내 움츠렸던 자연의 생명력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수목원 곳곳에서는 노란 꽃잎이 마치 양초로 빚은 듯한 납매가 가지마다 탐스러운 꽃을 피워내며 은은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그 독특한 색감과 향기는 추운 겨울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반가운 선물과도 같다. 또한, 구불구불한 가지의 형태가 인상적인 매실나무 '토루토우스 드래곤'의 가지 끝에서도 매화 꽃봉오리가 조심스럽게 벌어지기 시작하며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처럼 이른 시기에 피어나는 매화는 동양화 속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한 해의 풍년을 점지한다고 전해지는 풍년화 역시 노란 꽃잎을 활짝 열어젖히며 희망찬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눈을 녹이며 피어나는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인 복수초와 가지가 세 갈래로 뻗어 독특한 형태를 자랑하는 삼지닥나무도 수줍게 꽃봉오리를 선보이며 봄소식을 전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 천리포수목원의 대표 수종으로 손꼽히는 목련 또한 두툼한 꽃망울을 키우며 곧 터져 나올 화려한 개화를 준비하고 있어, 앞으로 펼쳐질 봄꽃들의 향연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천리포수목원은 서해 바다와 인접한 지리적 특성 덕분에 온난한 해양성 기후를 보인다. 이러한 기후적 이점은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특별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바로 겨울꽃과 봄꽃이 한 공간에서 아름답게 공존하는 모습이다. 희귀·멸종위기식물전시원에서는 만개한 동백나무가 붉은 자태를 뽐내며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으며, 그 옆에서는 벌써부터 봄을 알리는 꽃들이 고개를 내밀어 계절의 경계를 허무는 듯한 신비로운 경험을 선사한다.국내 최초의 사립 수목원이자 바다와 맞닿아 있는 유일한 수목원이라는 특별한 타이틀을 가진 천리포수목원은 연중무휴로 운영되어 언제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최창호 천리포수목원장은 "입춘을 맞아 꽃망울을 터뜨리는 식물들이 가득한 천리포수목원에서 누구보다 먼저 싱그러운 봄기운을 만끽하시길 바란다"며, 겨우내 지친 몸과 마음을 자연 속에서 치유하고 재충전할 것을 권했다. 천리포수목원은 단순히 꽃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자연의 경이로움과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봄 여행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