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세계는 열광하는데, 한국만 외면하는 K팝 앨범의 현실

 K팝이 전 세계 음악 시장을 무대로 기록적인 성과를 써 내려가는 동안, 정작 안방인 국내 시장에서는 위기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음반 수출액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국내 음반 판매량은 2년 연속 감소하며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세계 무대에서 K팝의 위상은 압도적이었다. 미국 루미네이트의 연말 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OST '골든'과 로제·브루노 마스의 듀엣곡 '아파트'는 각각 20억 회가 넘는 스트리밍을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들은 노래 최상위권에 올랐다. 이는 K팝이 특정 팬덤을 넘어 글로벌 대중음악의 반열에 올랐음을 증명한다.

 


실물 음반 시장에서도 해외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스트레이 키즈, 엔하이픈 등 다수의 K팝 그룹이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인 미국에서 CD 판매량 상위 10위권의 대부분을 점령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음반 수출액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일본이 최대 수출국 자리를 굳건히 지킨 가운데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2위 자리를 탈환했다.

 

하지만 이처럼 화려한 해외 성적표와 달리 국내 시장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써클차트 분석 결과, 2023년 정점을 찍었던 국내 실물 음반 판매량은 2년 연속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해외 팬들이 K팝의 외형적 성장을 견인하는 동안, 내수 시장의 기반은 오히려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내수 부진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팬 사인회 응모 등을 위해 앨범을 대량 구매하는 마케팅 방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되었고, 플라스틱 CD가 유발하는 환경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실물 음반 소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했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 같은 초대형 아티스트의 컴백이 시장에 단기적인 활력을 불어넣을 수는 있겠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의 아이돌 중심 생태계를 넘어, 다양한 장르와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여 내수 시장의 저변 자체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뷰티·스파에 열광, K-관광의 중심이 바뀌고 있다

파고들어 현지 문화를 직접 체험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글로벌 여행 플랫폼의 빅데이터 분석과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의 경험을 통해 명확하게 확인되는 새로운 흐름이다.글로벌 여행 플랫폼 클룩이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예약 패턴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을 보인 분야는 스파, 뷰티, 로컬 문화 체험 상품이었다. 이들 카테고리의 예약률은 전년 대비 73%나 급증하며, 전통적인 명소나 어트랙션의 인기를 압도했다. 특히 대만, 필리핀 등 아시아권은 물론 미국 여행객의 예약 건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며 K-관광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음을 증명했다.이러한 여행 수요의 변화는 지리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에 집중되던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인천, 청주, 전주, 대구 등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지방 도시로 확산하는 추세가 데이터로 확인된 것이다. 이는 K-콘텐츠를 통해 한국의 다양한 지역을 접한 외국인들이 자신만의 특별한 여행지를 찾아 적극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지역 관광 상품 개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실제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감지된다. 한 호주 출신 크리에이터는 동대문 종합시장에서 직접 비즈를 구매해 자신만의 액세서리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는 검색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날것 그대로의’ 한국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의 심리를 정확히 파고든 결과다.이러한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국내 관광업계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월드, 에버랜드 같은 전통적인 관광 시설부터 공항철도, 고속버스 등 교통 인프라, 올리브영과 같은 유통업계까지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글로벌 플랫폼과 협력하여 외국인 여행객을 위한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개별 기업의 노력을 넘어, 산업군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앞으로의 K-관광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초개인화된 여행 설계와 각 지역 고유의 로컬 콘텐츠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전망이다. 국가별, 개인별 취향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 최적의 여행 코스를 추천하고, 그 안에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관광객 3000만 시대’를 여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