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표 없이도 즐긴다, 제2세종문화회관의 파격적인 설계

 서울의 문화 지형도가 바뀐다. 도심과 강남에 집중됐던 대형 문화시설 불균형을 해소할 새로운 랜드마크, 제2세종문화회관이 여의도공원에 들어선다.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 복합문화시설은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 시민의 일상과 예술이 만나는 혁신적인 공간으로 설계되어 도시의 풍경을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제2세종문화회관의 핵심은 '개방'과 '연결'이다. 기존의 공연장이 표를 가진 관객만을 위한 폐쇄적인 공간이었다면, 이곳은 공원과 한강을 찾는 모든 시민에게 열린 쉼터이자 문화 공간으로 기능한다. 최근 공개된 설계안은 건물 1층을 과감히 비워내어 여의도공원, 한강공원, 그리고 도심으로 이어지는 길을 막힘없이 연결함으로써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공 공간을 창출했다.

 


이는 새로운 관객 경험의 탄생을 예고한다. 공원을 산책하던 시민이 야외 스크린을 통해 우연히 공연의 한 장면을 접하고, 호기심에 이끌려 로비로 들어서며, 결국 객석에 앉게 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만들어진다. '공연을 보러 가는 곳'이라는 목적 지향적 공간에서 '걷고 머물다 예술을 만나는 곳'이라는 경험 중심의 공간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전은 세계 유수의 수변 문화시설에서 이미 성공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독일 함부르크의 엘프필하모니 콘서트홀이 대표적이다. 이곳의 무료 개방 전망대는 연간 수백만 명을 끌어모으며 그 자체로 도시의 명소가 되었다. 불꽃축제 등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여의도의 입지적 특성을 고려할 때, 제2세종문화회관 역시 이에 버금가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는 지붕을 산책로처럼 개방해 시민들의 발길을 끌고,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야외 공간을 적극적인 무대로 활용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강과 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동선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여 우연한 방문을 일상적인 경험으로, 나아가 유료 관람으로 연결하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구사했다는 점이다.

 

성공적인 청사진은 마련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그릇을 채울 양질의 콘텐츠다. 방문객을 관객으로, 관객을 단골로 만들 수 있는 매력적인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이 제2세종문화회관을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서울의 진정한 문화 중심지로 만드는 마지막 열쇠가 될 것이다.

 

외국인 10만 명이 열광하는 한국의 겨울왕국

어축제는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인이 주목하는 글로벌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축구장 수십 개를 합친 거대한 얼음벌판 위, 저마다의 자세로 얼음 구멍을 들여다보는 풍경은 그 자체로 압도적인 장관을 이룬다.축제의 핵심은 단연 산천어 얼음낚시다. 영하의 추위 속에서 뚫어 놓은 1만여 개의 구멍마다 희망을 드리운 채, 사람들은 낚싯줄 끝에 전해질 짜릿한 손맛을 기다린다. 2시간의 기다림 끝에 허탕을 치기도 하고, 연달아 월척을 낚아 올리며 환호하기도 한다. 국적도, 나이도 다르지만 얼음 위에서는 모두가 산천어를 기다리는 하나의 마음이 된다. 갓 잡은 산천어는 즉석에서 회나 구이로 맛볼 수 있어 기다림의 고단함은 이내 즐거움으로 바뀐다.정적인 낚시가 지루하다면 역동적인 즐길 거리도 풍성하다. 차가운 물속에 뛰어들어 맨손으로 산천어를 잡는 이벤트는 참여자는 물론 보는 이에게까지 짜릿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얼음 위를 씽씽 달리는 전통 썰매는 아이들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어른들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안겨준다. 낚시의 손맛, 즉석구이의 입맛, 그리고 다채로운 체험의 즐거움이 축제장 곳곳에 가득하다.이 거대한 축제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기술과 노력이다. 수만 명이 동시에 올라서도 안전한, 40cm 이상의 두꺼운 얼음을 얼리는 것은 고도의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이다. 매일 얼음의 두께와 강도를 점검하고, 축제 기간 내내 1급수 수질을 유지하며 산천어를 방류하는 등, 방문객의 안전과 즐거움을 위한 화천군의 철저한 관리가 '얼음 나라의 기적'을 뒷받침하고 있다.축제의 즐거움은 밤에도 계속된다. 화천 읍내를 화려하게 수놓는 '선등거리'는 수만 개의 산천어 등(燈)이 만들어내는 빛의 향연으로 방문객의 넋을 빼놓는다. 실내얼음조각광장에서는 중국 하얼빈 빙등축제 기술자들이 빚어낸 경이로운 얼음 조각들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낮에는 얼음낚시로, 밤에는 빛의 축제로, 화천의 겨울은 쉴 틈 없이 빛난다.축제장을 벗어나면 화천이 품은 대자연의 비경이 기다린다. 한국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파로호의 고요한 물결과 거대한 산세는 축제의 소란스러움과는 다른 깊은 울림을 준다. 겨울이면 거대한 빙벽으로 변신하는 딴산유원지의 인공폭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인공과 자연, 역사와 축제가 어우러진 화천의 겨울은 그 어떤 여행보다 다채롭고 특별한 기억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