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한석봉 글씨와 정선의 명작, 국보급 서화가 한자리에 모였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에 위치한 서화실이 약 6개월간의 새 단장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연다. 이번 개편은 단순한 공간 수리를 넘어 한국 서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기획 전시 형태로 탈바꿈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올해는 진경산수화의 거장 겸재 정선의 탄신 35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이를 기념해 정선의 초기작부터 노년의 절정기 작품까지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되었다. 박물관 측은 서화실을 '박물관의 꽃'으로 정의하며 관람객들이 우리 옛 그림과 글씨의 매력을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도록 전시 디자인과 구성을 전면 교체했다.

 

전시의 중심축인 '겸재 정선: 아! 우리 강산이여!'는 보물로 지정된 '정선 필 풍악도첩'을 비롯해 총 12건의 주요 작품을 선보인다. 풍악도첩은 정선이 30대 중반의 젊은 시절 금강산을 유람하며 남긴 화첩으로, 현재까지 전해지는 그의 작품 중 가장 이른 시기의 필치를 담고 있다. 대중에게 익숙한 정선의 완성된 화풍과는 또 다른 풋풋함과 섬세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이 화첩은 진경산수화가 태동하던 시기의 고민과 열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는다. 산봉우리의 이름을 일일이 적어 넣거나 길을 표시한 대목에서는 현장의 감동을 화폭에 옮기려 했던 작가의 의지가 읽힌다.

 


정선의 예술 세계가 절정에 달했던 노년기의 걸작 '박연폭포'도 이번 전시의 백미로 꼽힌다. 실제 폭포보다 물줄기를 길게 늘어뜨리고 절벽을 짙은 먹으로 강조한 이 그림은 자연의 외형을 넘어 그 기세와 장엄함을 포착해낸 정선만의 독보적인 해석력을 보여준다. 특히 이 작품은 개인 수집가의 대여를 통해 오랜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유홍준 관장은 금강전도, 인왕제색도와 함께 박연폭포를 정선의 3대 명작으로 꼽으며, 먹빛이 주는 강렬한 감동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볼 것을 권했다.

 

정선의 작품 외에도 한국 서화사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다양한 명작들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정선의 절친한 벗이었던 관아재 조영석의 '설중방우도'는 겨울밤 눈길을 뚫고 친구를 찾아가는 정겨운 풍경을 담은 수작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처음으로 전시되는 작품이다. 또한 '한석봉'으로 잘 알려진 한호의 노년기 글씨를 모은 '석봉진적첩'과 안평대군이 시문을 엮은 보물 '비해당 소상팔경시첩' 등 서예사의 굵직한 유물들도 함께 공개된다. 김명국의 '달마'와 김홍도·이명기가 합작한 '서직수 초상' 등 교과서에서나 보던 걸작들이 서화실 곳곳을 채우고 있다.

 


전시 공간 자체도 작품의 감상을 돕기 위해 세심하게 설계되었다. 짙은 먹색과 하얀 종이의 질감을 살린 인테리어는 서화가 가진 본연의 미감을 극대화하며, 임서윤 작가의 직물 공예 작품 '서화가의 창'은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다. 박물관은 3개월마다 전시 작품을 교체하는 '이 계절의 명화' 시스템을 도입해 관람객들의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할 계획이다. 정선 전시가 끝난 뒤에는 단원 김홍도, 추사 김정희, 그리고 조선 말기 모더니즘 회화로 이어지는 시리즈 기획전이 내년 초까지 차례로 예정되어 있어 한국 미술의 변천사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유홍준 관장은 이번 서화실 재개관에 맞춰 자신의 저서 '화인열전'의 증보판을 발간하며 정선을 한국의 '화성(畵聖)'으로 추대했다. 그는 간담회를 통해 단순히 유물을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특정 주제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원 포인트' 기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물관은 전시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 달 10일 유 관장의 특별 강연을 개최하는 등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병행한다. 새롭게 단장한 서화실은 2월 26일부터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되며, 관람객들은 시대를 앞서간 거장들의 붓끝에서 탄생한 우리 강산의 아름다움을 마주하게 된다.

 

관광객은 호구?..교토의 선 넘은 통행세 폭탄

면 이제 지갑을 훨씬 두둑하게 챙겨야 할지도 모른다. 교토시가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해 몸살을 앓는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버스 요금을 대폭 올리고 숙박세까지 대거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마쓰이 고지 교토시장은 지난 25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매우 이례적인 발표를 했다. 교토 중심부를 운행하는 시영 버스 요금을 이용자의 거주지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이른바 이중가격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 내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만 더 높은 입장료를 받는 관광지들은 있었지만 대중교통인 버스 요금 자체를 거주 여부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것은 교토시가 일본 최초다.현재 교토시의 버스 기본요금은 성인 기준 230엔이다. 하지만 새로운 방안이 확정되면 교토 시민들은 지금보다 저렴한 200엔에 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반면 관광객을 포함한 비시민은 현재보다 훨씬 비싼 350엔에서 최대 400엔까지 요금을 내야 한다. 결과적으로 관광객은 현지 주민보다 약 2배에 달하는 요금을 지불하며 버스를 타야 하는 셈이다. 교토시는 물가 상승과 인건비 그리고 시민 요금 인하분을 고려해 이러한 인상 폭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마쓰이 시장은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이러한 결단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번 인상 폭이 비시민들의 양해를 구할 수 있을 정도의 합리적인 범위라고 생각한다며 정책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교토시는 현재 국토교통성과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며 행정 절차가 차질 없이 마무리될 경우 이르면 2027년 4월부터 이 이중가격제 시스템을 전격 시행할 예정이다.교토의 요금 공습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당장 다음 달 1일부터는 교토 내 숙박시설을 이용할 때 내야 하는 숙박세가 최대 10배까지 치솟는다. 기존 1인당 1,000엔 수준이었던 숙박세 상한액이 1만 엔까지 늘어나는 파격적인 개편이다. 시는 숙박세 체계를 5단계로 더욱 세분화하여 숙박료가 비싼 고급 호텔이나 료칸에 묵을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설계했다. 하룻밤 숙박비 외에 세금으로만 약 9만 원 넘는 돈을 추가로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러한 교토시의 강경 대응은 역대급으로 치솟은 일본 관광 수요 때문이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4,268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한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7.3% 증가한 약 945만 명으로 집계되어 전체 일본 관광 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교토와 인접한 오사카를 거쳐 교토로 향하는 한국인 여행객이 워낙 많다 보니 이번 요금 인상 소식은 국내 여행 커뮤니티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교토 주민들은 그동안 쏟아져 들어오는 관광객들로 인해 일상생활에 심각한 불편을 겪어왔다. 출퇴근 시간 버스가 관광객들의 캐리어와 인파로 가득 차 정작 주민들이 타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었고 유명 관광지 주변의 교통 체증과 쓰레기 문제 등 환경 악화도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교토시는 이번 요금 인상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교통 환경 개선과 주민 복지에 투입하여 오버투어리즘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하지만 관광객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대중교통 요금에 차별을 두는 방식이 자칫 관광객에 대한 거부감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온라인상에서는 "교토 시민이 아니라고 돈을 더 받는 건 너무하다", "숙박세 10배 인상은 대놓고 오지 말라는 소리 아니냐"라는 불만 섞인 목소리와 "주민들의 생활권 보장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인 것 같다"라는 옹호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전문가들은 교토의 이번 시도가 일본 내 다른 주요 관광 도시들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오버투어리즘 문제는 비단 교토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쿄나 오사카 역시 늘어난 관광객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만큼 교토의 이중가격제 실험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일본 전역의 관광 물가가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교토 여행을 계획 중인 여행객들이라면 앞으로의 공지 사항을 더욱 면밀히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숙박비와 식비를 넘어 이제는 교통비와 세금 부담까지 여행 예산에 꼼꼼히 반영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천년 고도의 운치를 즐기기 위해 지불해야 할 대가가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교토의 이 파격적인 실험이 과연 주민의 행복과 관광 산업의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전 세계 관광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