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성심당은 안 내리나? 대형 프랜차이즈 빵값 인하에 쏠린 눈

 치솟기만 하던 빵값이 이례적인 하락세로 돌아섰다. 국내 제과 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브랜드들이 내달 중순부터 일부 품목의 가격을 일제히 낮추기로 결정하면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전망이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내달 13일부터 단팥빵과 소보루빵 등 대중적인 제품의 가격을 100원씩 인하하고, 일부 캐릭터 케이크는 최대 1만 원까지 가격표를 바꿔 달기로 했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 역시 하루 앞선 12일부터 주요 빵류 10여 종의 가격을 최대 1,100원까지 하향 조정하며 가격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물가 안정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최근 정부는 국제 밀가루와 설탕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든 점을 강조하며, 원재료비 하락의 혜택이 소비자들에게 직접 돌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거듭 발신해 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하 결정이 정부의 눈치를 본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기업들은 원재료 가격 안정과 내부 경영 효율화를 통해 마련된 자구책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만성적인 고물가 상황에서 '인상'이 아닌 '인하' 소식이 들려온 것 자체가 시장에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 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빵의 주원료인 밀가루 가격은 안정세를 찾았을지 몰라도, 매장 운영에 필수적인 인건비와 임대료, 물류비용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기 때문이다.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는 본사의 가격 인하 방침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자들 역시 반응이 갈린다. 100원이라도 내리는 것이 어디냐며 환영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수백 원씩 올렸던 폭에 비하면 이번 인하 폭은 체감하기 어려운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하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화살은 자연스럽게 지역을 대표하는 유명 빵집들로 향하고 있다. 대전의 성심당이나 군산의 이성당처럼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이른바 '빵지순례' 명소들은 아직 가격 조정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특히 성심당은 지난해 단일 브랜드 최초로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며 대형 기업 못지않은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어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이들은 가맹점 중심의 프랜차이즈와 달리 단일 법인 직영 체제로 운영되기에 대량 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이나 가격 전략 수정이 상대적으로 경직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특징을 지닌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역 명물 빵집들이 당장 가격 인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이미 프랜차이즈 대비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가성비' 이미지를 구축해 온 데다, 원재료비 비중이 높아 가격을 추가로 내릴 여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한 직영 구조상 인건비 부담을 온전히 구단이 짊어져야 한다는 점도 가격 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대형 브랜드들이 정부 기조에 맞춰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과 달리, 지역 기반의 빵집들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이번 빵값 인하 조치가 제과업계 전반의 연쇄적인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업체마다 처한 경영 환경과 고정비 구조가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대형 브랜드의 결단이 중소 업체나 지역 빵집들에 강요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가격 조정이 내달 중순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실제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경쟁 업체들이 어떤 대응 카드를 꺼내 들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빵을 주식처럼 소비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번 가격 인하가 일시적인 이벤트에 그칠지 아니면 장기적인 하락세의 시작점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 진사강 호도협에 가보니

힘든 대자연의 위용, 바로 신의 걸작이라 불리는 중국 윈난성 호도협의 풍경이다.전설 속 샹그릴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이곳은 과거 마방들이 목숨을 걸고 넘나들던 차마고도의 일부였다. 이제는 아찔한 절벽 위로 현대적인 고속도로와 고속철교가 나란히 달리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기묘한 풍경을 연출한다. 여행자들은 따리, 리장 같은 고성을 지나 이 길을 따라 문명의 이기와 태고의 자연이 충돌하는 지점으로 향한다.호도협의 심장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다소 초현실적인 경험을 거쳐야 한다.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설치된 거대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수직으로 200미터 아래로 빨려 들어가듯 내려간다. 문명의 힘을 빌려 순식간에 도착한 협곡의 바닥에서 여행자는 비로소 세상을 집어삼킬 듯 포효하는 진사강의 거친 물결과 마주하게 된다.협곡의 가장 좁은 목, 강 중앙에는 호랑이가 뛰어넘었다는 전설을 품은 거대한 '호도석'이 버티고 서 있다. 그 주변으로 바람 소리를 듣는 '청풍대', 파도의 움직임을 보는 '관랑대' 등 자연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다. 세찬 물보라와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 속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가 된다.이곳은 단순한 자연경관을 넘어 영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전망대로 향하는 길목에는 사람들의 소원이 담긴 붉은 패가 빼곡히 걸려 있고, 마니차가 끊임없이 돌아가며 그 염원을 하늘로 실어 나른다.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평안을 기원하는 인간의 마음이 더해져 호도협의 풍경은 더욱 깊어진다.한때 윈난과 티베트를 가르는 험준한 국경이었던 호도협은 이제 거대한 다리와 길로 연결되어 누구나 그 장엄함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자연이 빚어낸 압도적인 풍경과 그 안에서 자신의 소원을 비는 인간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호도협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울림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