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세탁기 믿다 코 찔찔..겨울 이불, '55도'의 비밀
겨우내 덮었던 두꺼운 이불을 세탁기에 돌리고 나면 개운한 마음이 든다. 뽀송뽀송해진 이불을 보며 "이제 깨끗해졌다"고 안심하기 쉽다. 하지만 봄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코막힘과 눈 가려움은 왜 멈추지 않는 걸까. 전문의들은 "문제는 세탁 여부가 아니라 이불 속 '환경'에 있다"고 지적한다. 세탁기만 믿고 방심했다간 침구가 오히려 알레르기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의료계에 따르면 집먼지진드기는 사람의 각질과 체온, 습기를 먹고 자란다. 난방으로 따뜻해진 겨울 이불 속은 그야말로 진드기의 천국이다. 문제는 일반적인 찬물 세탁으로는 이들을 박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와 미국 알레르기·천식 면역학회(AAAAI)는 집먼지진드기 사멸을 위해 약 55℃ 이상의 온수 세탁을 권고한다. 고온에서 진드기가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작정 온도를 높이는 것은 금물이다. 구스(거위털)나 극세사, 일부 합성 섬유는 고온에 노출될 경우 수축하거나 보온 기능이 망가질 수 있다. 따라서 세탁 전 라벨을 확인해 '고온 세탁 가능' 여부를 먼저 체크해야 한다. 고온 세탁이 불가능한 소재라면 무리하게 삶기보다 세탁 후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세탁보다 더 중요한 과정은 바로 '건조'다. 겉면이 말랐다고 해서 안심하고 장롱에 넣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두꺼운 겨울 이불은 속 채움재까지 완전히 마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내부에 습기가 남으면 진드기와 곰팡이가 다시 번식하기 최적의 조건이 갖춰진다.
건조기를 사용할 때는 건조가 끝난 후에도 이불을 꺼내 손으로 내부 온기와 습기를 확인해야 한다. 자연 건조를 한다면 햇볕이 강한 시간대에 널되, 앞뒤를 자주 뒤집어 주고 중간중간 두드려 주는 것이 좋다. 실내 습도를 40~50%로 유지하는 것도 건조 시간을 단축하고 진드기 번식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사실 중 하나는 알레르기의 원인이 '살아있는 진드기'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진드기의 사체와 배설물 역시 강력한 알레르기 유발 물질(항원)이다. 세탁으로 진드기를 죽였더라도 그 잔해가 섬유 조직 사이에 엉겨 붙어 있다면 재채기와 가려움증은 계속될 수 있다.
따라서 건조가 끝난 이불은 힘껏 털어주거나, 침구 전용 노즐을 장착한 청소기로 표면을 꼼꼼히 빨아들여야 한다. 이는 섬유 사이의 미세먼지와 진드기 잔해를 제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평소 생활 습관도 중요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깔끔하게 개어 놓는 습관은 위생상 좋지 않다. 밤새 자면서 흘린 땀과 체온이 이불 속에 남아 있는데, 이를 바로 접어두면 수분이 날아가지 못해 진드기가 서식하기 좋은 습한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기상 후에는 최소 1~2시간 정도 이불을 펼쳐 두어 수분을 날리고,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이 좋다. 결국 겨울 이불 관리는 '세탁-완전 건조-잔해 제거-환기'라는 4박자가 맞아야 완성된다. 봄철 알레르기로 고생하고 있다면, 세탁기 버튼을 누르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