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취하는 건 옛말? 하이네켄도 떨게 만든 '소버 라이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술을 멀리하고 맑은 정신으로 일상을 즐기는 '소버 라이프(Sober Life)'가 하나의 거대한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술자리가 친목과 사회생활의 필수 관문으로 여겨졌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건강을 해치고 삶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소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전 세계 주류 소비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35세 미만 성인 음주율은 지난 20년간 10%포인트가량 하락하며 꾸준한 감소세를 보였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개인의 취향을 넘어 대면 모임의 감소와 건강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국내 상황 역시 글로벌 추세와 궤를 같이하며 주류 시장의 위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대(만 19세 포함)의 하루 주류 섭취량은 전년 대비 30% 이상 급감하며 60대보다도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05년이나 2013년 당시의 폭발적인 섭취량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수치다. 특히 20대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술을 아예 마시지 않거나 월 1회 이하로만 즐긴다고 답해, 주류 소비의 핵심 축이었던 젊은 층이 술잔을 내려놓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술을 마시지 않는 분위기는 자영업 현장과 카드 소비 데이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간이주점과 호프집 등 주류 판매 위주 업소들의 사업자 수가 약 10% 안팎으로 줄어들며 폐업 도미노가 이어지고 있다. NH농협은행의 분석에서도 지난해 20대와 30대의 주점 소비 지출은 각각 20.9%, 15.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로 인한 생활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취기를 빌리지 않아도 충분히 여가를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이 젊은 층 사이에 뿌리 깊게 박힌 결과다.

 

글로벌 주류 대기업들도 이러한 '소버 라이프' 열풍에 직격탄을 맞으며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세계 2위 맥주 제조사인 하이네켄은 대규모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하며 구조조정에 나섰고, 디아지오나 페르노리카 같은 유명 주류 기업들의 주가 역시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상장 주류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정점 대비 약 1,250조 원 이상 증발하며 산업 전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무알코올 맥주나 프리미엄 음료 라인업을 확대하며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한 금주를 넘어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음주 여부를 선택하는 '소버 큐리어스' 현상은 이제 주류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되었다.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보다는 건강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가 주류 시장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친구와 대면하여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 사회적 환경 변화와 디지털 중심의 소통 문화도 술자리 축소에 한몫을 담당했다. 주류 업계는 이제 판매량 증대라는 과거의 공식에서 벗어나, 술 없이도 매력적인 경험과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되었다.

 

결국 주류 시장의 구조적 전환은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와 경제적 요인, 그리고 세대 간 가치관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필연적인 결과로 풀이된다. 맑은 정신으로 일상을 통제하려는 젊은 세대의 욕구가 강해질수록 전통적인 주류 산업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투어 무알코올 시장에 뛰어들고 제품의 다양화를 꾀하는 것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술에 의존하지 않는 삶의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주류 산업은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변화를 통한 생존 방식을 모색하며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부천 원미산에 7만 그루 진달래 바다 터졌다

미하는 '멀미산'이라 불렸으나, 조선 시대를 거쳐 능선이 여인의 눈썹을 닮았다는 의미의 '원미산(遠眉山)'을 지나 현재의 이름에 이르렀다. 해발 고도가 낮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이 산은 매년 이맘때면 도시의 소음 대신 화사한 꽃의 향연을 시민들에게 선사한다.원미산이 수도권 최대의 진달래 명소로 거듭난 배경에는 자연의 섭리만큼이나 뜨거웠던 사람들의 노력이 숨어 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공공근로 사업의 일환으로 심기 시작한 묘목들이 30년 가까운 세월을 견디며 현재 3만㎡ 부지에 7만여 그루가 넘는 거대한 군락을 형성했다. 시민들의 손길이 닿은 작은 나무들이 자라나 이제는 지하철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에서 도보 5분이면 닿을 수 있는 도심 속 거대한 분홍빛 바다를 만들어낸 것이다.흔히 진달래와 철쭉을 혼동하기 쉽지만, 원미산의 봄은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나는 '참꽃' 진달래의 순수한 생명력을 오롯이 보여준다. 앙상한 가지 끝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진달래는 산이 채 잠에서 깨어나기 전부터 화려한 색감을 뽐낸다. 반면 철쭉은 이보다 보름 정도 늦게 잎과 함께 피어나기에, 지금 원미산을 가득 채운 풍경은 오직 진달래만이 보여줄 수 있는 투명하고 선명한 봄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광활한 분홍빛 물결 사이를 걷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순백의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군락지 곳곳에 섬처럼 자리 잡은 흰 진달래는 익숙한 분홍색 사이에서 낯설지만 강렬한 시각적 대비를 이룬다. 홀로 튀지 않고 서로 기대어 작은 무리를 이룬 흰 꽃들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산의 색채에 입체감을 더한다. 방문객들은 이 희귀한 빛깔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익숙함 속에 숨겨진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는 즐거움을 경험한다.원미산 능선에 오르면 분홍빛 꽃물결 너머로 부천 도심과 종합운동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인공적인 도시 구조물과 자연의 원색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원미산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이다. 산책로는 완만하게 조성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꽃터널 사이를 거닐 수 있으며,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은 인생 사진을 남기려는 나들이객들로 평일 오후에도 활기가 넘친다.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원미산의 진달래는 단순한 꽃구경 이상의 의미를 전달한다. 척박했던 산등성이에 사람들이 하나둘 옮겨 심은 정성이 수십 년의 시간을 지나 거대한 생태 자산으로 돌아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부천시는 개화 기간 동안 많은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안전 관리 인력을 배치하고 등산로 정비를 마쳤다. 원미산의 진달래는 4월 초순까지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이며 도심 속 휴식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