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빛과 소리가 만든 우주, 꼭 봐야 할 미디어아트

 울산 장생포 문화창고에서 열리고 있는 미디어아트 전시 ‘비비드 판타지(VIVID FANTASY)’는 지역 문화 공간의 한계를 넘어선 몰입형 콘텐츠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번 전시는 스페이스몽키디자인의 김태현 감독이 선보이는 단독 기획전으로, 영상과 사운드 그리고 공간 연출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예술적 실험의 장이다. 개막 이후 입소문을 타며 매회 정원을 가득 채우는 매진 사례를 기록 중이며, 단순한 관람을 넘어 관객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며 울산의 새로운 문화 명소로 급부상했다.

 

전시의 핵심은 '공간 전체의 작품화'에 있다. 김태현 감독은 기술적 화려함에만 치중하던 기존 미디어아트의 틀을 깨고, 빛과 소리를 하나의 언어로 번역해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처럼 작동하게 설계했다. 관람객들은 벽면과 바닥을 타고 흐르는 그래픽뿐만 아니라 공간의 온도와 리듬을 결정하는 사운드 레이어에 몸을 맡기며 깊은 몰입감을 느낀다. 이러한 연출 덕분에 전시장 안의 관객들은 서둘러 이동하기보다 공간에 오래 머물며 자신만의 기록을 남기는 능동적인 관람 행태를 보이고 있다.

 


작품 세계는 총 세 가지 챕터로 나뉘어 장생포라는 지역적 맥락과 판타지적 상상력을 연결한다. 첫 번째 섹션인 '비비드 사파리'는 어둠이 내린 장생포에서 깨어나는 미지의 색채들을 다루며, 이어지는 '비비드 스페이스'는 무한한 시공간 속에서 탄생하는 우주의 질서를 시각화한다. 마지막 '비비드 오션'은 하루의 열기를 품은 장생포 바다의 정서를 감각적으로 재구성해 관객들에게 정서적 해방감을 제공한다. 각 챕터는 독립적인 미학을 지니면서도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 연결되어 관람객의 이동 동선을 감각적인 내러티브로 완성한다.

 

이번 전시는 김태현 감독의 개인적인 예술 역량뿐만 아니라 그가 이끄는 스페이스몽키디자인의 제작 기술력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쇼케이스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그동안 국립중앙박물관의 '강산무진도'와 인천공항 K-컬처 뮤지엄 등 국내 주요 랜드마크의 대형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져왔다. 그는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인간의 감각을 깨우는 매개체로 활용하며, 사용자가 '경험'으로 기억할 수 있는 콘텐츠 설계에 주력해온 크리에이터로 평가받는다.

 


스페이스몽키디자인은 이번 단독전을 통해 브랜드가 지향하는 크리에이티브의 방향성을 대중에게 직접 증명해 보였다. 미디어아트와 공간 연출, 브랜드 콘텐츠를 결합해 관람객의 기억 속에 남는 공간을 창조하는 이들의 전략은 이번 전시의 흥행으로 그 실효성을 입증했다. 기술 기반의 예술이 어떻게 대중의 감성과 맞닿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이번 사례는 미디어아트 스튜디오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브랜딩 모델을 제시하며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까지 사로잡고 있다.

 

빛과 소리로 빚어낸 환상적인 세계를 선사하는 ‘비비드 판타지’는 오는 3월 31일까지 장생포 문화창고 3층 미디어아트 전시관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전시장 곳곳에 정교하게 설계된 연출 요소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관객의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며 일상에서 벗어난 특별한 감각적 체험을 제공한다. 지역 문화 거점에서 펼쳐지는 이 몰입형 전시는 기술과 예술이 결합했을 때 발생하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증명하며 성황리에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부천 원미산에 7만 그루 진달래 바다 터졌다

미하는 '멀미산'이라 불렸으나, 조선 시대를 거쳐 능선이 여인의 눈썹을 닮았다는 의미의 '원미산(遠眉山)'을 지나 현재의 이름에 이르렀다. 해발 고도가 낮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이 산은 매년 이맘때면 도시의 소음 대신 화사한 꽃의 향연을 시민들에게 선사한다.원미산이 수도권 최대의 진달래 명소로 거듭난 배경에는 자연의 섭리만큼이나 뜨거웠던 사람들의 노력이 숨어 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공공근로 사업의 일환으로 심기 시작한 묘목들이 30년 가까운 세월을 견디며 현재 3만㎡ 부지에 7만여 그루가 넘는 거대한 군락을 형성했다. 시민들의 손길이 닿은 작은 나무들이 자라나 이제는 지하철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에서 도보 5분이면 닿을 수 있는 도심 속 거대한 분홍빛 바다를 만들어낸 것이다.흔히 진달래와 철쭉을 혼동하기 쉽지만, 원미산의 봄은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나는 '참꽃' 진달래의 순수한 생명력을 오롯이 보여준다. 앙상한 가지 끝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진달래는 산이 채 잠에서 깨어나기 전부터 화려한 색감을 뽐낸다. 반면 철쭉은 이보다 보름 정도 늦게 잎과 함께 피어나기에, 지금 원미산을 가득 채운 풍경은 오직 진달래만이 보여줄 수 있는 투명하고 선명한 봄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광활한 분홍빛 물결 사이를 걷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순백의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군락지 곳곳에 섬처럼 자리 잡은 흰 진달래는 익숙한 분홍색 사이에서 낯설지만 강렬한 시각적 대비를 이룬다. 홀로 튀지 않고 서로 기대어 작은 무리를 이룬 흰 꽃들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산의 색채에 입체감을 더한다. 방문객들은 이 희귀한 빛깔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익숙함 속에 숨겨진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는 즐거움을 경험한다.원미산 능선에 오르면 분홍빛 꽃물결 너머로 부천 도심과 종합운동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인공적인 도시 구조물과 자연의 원색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원미산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이다. 산책로는 완만하게 조성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꽃터널 사이를 거닐 수 있으며,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은 인생 사진을 남기려는 나들이객들로 평일 오후에도 활기가 넘친다.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원미산의 진달래는 단순한 꽃구경 이상의 의미를 전달한다. 척박했던 산등성이에 사람들이 하나둘 옮겨 심은 정성이 수십 년의 시간을 지나 거대한 생태 자산으로 돌아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부천시는 개화 기간 동안 많은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안전 관리 인력을 배치하고 등산로 정비를 마쳤다. 원미산의 진달래는 4월 초순까지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이며 도심 속 휴식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