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과천도서관, 장벽 허문 '공간 혁신'

 스마트폰과 짧은 영상 콘텐츠에 밀려 점차 책과 멀어지고 있는 아동과 청소년들을 다시 활자 매체의 세계로 이끌기 위한 지역 도서관의 변신이 눈길을 끌고 있다. 1980년대 중반 문을 연 이래 지역 주민들의 지식 창고 역할을 해온 경기도교육청 산하 과천도서관은 최근 대대적인 내부 구조 변경을 단행했다. 기존에 자료실마다 답답하게 가로막혀 있던 물리적인 장벽을 모두 허물고, 누구나 자유롭게 오가며 책을 접할 수 있는 개방형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공간 혁신은 즉각적인 성과로 이어져, 새 단장 이후 도서관을 찾는 미성년 이용자의 수가 이전 해와 비교해 30퍼센트 가까이 급증하며 하루 평균 800명에 육박하는 학생들이 문턱을 넘나들고 있다.

 

이러한 양적 성장에 발맞춰 도서관 측은 연령대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독서 진흥 프로그램들을 연이어 선보이며 질적 도약을 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를 대상으로 새롭게 론칭한 특화 브랜드 '아이두 상상온'이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책의 내용을 눈으로 훑는 수동적인 독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연령별 인지 발달 단계에 맞춰 읽고, 쓰고, 말하고, 토론하는 능력을 입체적으로 길러주는 4단계 문해력 향상 시스템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미취학 아동을 위해서는 인공지능 로봇이 동화를 들려주고 가상현실 기술을 접목한 체험형 구연동화를 제공하여 책에 대한 흥미를 유발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는 인상 깊었던 구절을 직접 공책에 필사해 보는 활동을 통해 어휘력과 문장력을 다지고,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원서 읽기 모임이나 심층 토론 동아리에 참여하여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구조화하고 타인 앞에서 조리 있게 발표하는 훈련을 거치게 된다. 나아가 이러한 독서 활동이 가정 내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가족 단위의 독서 모임과 관련 축제를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책을 매개로 세대 간의 장벽을 허물고 깊이 있는 소통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도서관 발길을 뚝 끊는 이른바 '트윈 세대'의 이탈을 막기 위한 중고등학생 맞춤형 전략도 본격적으로 가동 중이다. 10대들의 주요 관심사를 반영한 특정 주제의 도서들을 선별하여 전시하는 북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1인 미디어 시대에 발맞춰 영상 콘텐츠 제작 교육을 실시하는 등 청소년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관내 중고생 20명으로 꾸려진 자치 조직 '나래이음'은 이러한 청소년 특화 사업의 핵심 동력이다. 이들은 또래 집단의 유행을 분석하여 직접 추천 도서 목록을 작성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자신만의 책을 출판하는 등 주도적으로 지역 내 청소년 독서 문화를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정규 교육 과정을 보완하는 대안적 학습 공간으로서의 기능도 한층 강화되었다. 지역 사회의 다양한 인프라와 연계하여 운영되는 '작작 공유학교'는 독서 활동에 디지털 기기 활용, 진로 탐색, 미디어 창작 등 미래 지향적인 교육 콘텐츠를 융합한 신개념 교육 모델이다. 학생들은 책에서 얻은 이론적 지식을 바탕으로 실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창작 활동을 경험하며,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배양하게 된다. 도서관 측은 관할 교육지원청과 긴밀히 협력하여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공간과 최신 장비, 관련 도서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과천도서관을 이끄는 조중복 관장은 올해 기관 운영의 최우선 가치를 '연결'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리적인 공간의 경계를 허문 것을 시작으로, 책과 사람, 배움과 실천, 그리고 도서관과 지역 사회를 유기적으로 이어주는 거대한 독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조 관장은 가상현실 체험실이나 미디어 창작실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한 다채로운 공간 구성과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어우러져 학생들의 발길을 다시 도서관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하며, 앞으로도 미래 세대가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내실 있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확대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세계꽃식물원, 3천 종 꽃 피우는 생태 '보고'

식물원은 거대한 규모와 다채로운 볼거리를 자랑한다. 지역의 대표적인 휴양 시설과 가까운 거리에 자리 잡고 있어, 온천으로 피로를 푼 방문객들이 자연 속에서 추가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최적의 연계 관광 코스로 꼽힌다.식물원 내부로 발걸음을 옮기면 12미터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벵골 보리수나무가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곳은 3000여 종에 이르는 다양한 관상식물들이 사계절 내내 꽃을 피우는 거대한 생태 공간이다. 반세기 넘게 원예 산업에 헌신해 온 남기중 원장의 땀과 철학이 집약된 장소로, 그는 1994년 낡은 농원을 개조하는 작업을 시작해 2004년 지금의 세계꽃식물원을 정식으로 대중에게 선보였다.현재 이 식물원은 매주 주말마다 약 2000명의 관람객이 찾아오는 지역의 대표 명소로 성장했다. 특기할 만한 점은 1만 원의 입장료를 내면 이를 가든센터에서 식물이나 화분으로 교환할 수 있는 바우처 형태로 돌려준다는 것이다. 관람객들은 식물원 구경을 마친 뒤 마음에 드는 반려식물을 직접 구매할 수 있으며, 이러한 독특한 운영 방식은 사람들의 일상 속에 화훼 문화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이 공간이 지닌 가장 큰 차별성은 식물의 단순한 외형적 아름다움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씨앗이 발아하여 잎을 틔우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은 뒤 다시 씨앗으로 돌아가는 식물의 전체 생애 주기를 한 공간 안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동선이 설계되어 있다. 이는 관람객들에게 꽃이 피고 지는 자연의 섭리와 생명의 살아가는 방식을 생생하게 전달하려는 식물원 측의 핵심적인 운영 가치가 반영된 결과다.아름다운 풍경 이면에는 식물원이 겪어온 뼈아픈 시련과 극복의 과정이 존재한다. 지난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발생한 두 번의 대형 화재로 인해 전체 실내 공간의 약 30퍼센트가 잿더미로 변하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잇따른 재난 속에서도 남 원장은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현장을 복구하며 식물원을 지켜냈고, 이는 마치 척박한 땅을 뚫고 피어나는 꽃의 강인한 생명력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남 원장은 식물원 운영을 넘어 국내 화훼 산업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는 현재의 화훼 유통 구조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소비자마다 구매 가격이 달라지는 등 불투명한 측면이 강하다고 진단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식물원을 일종의 플랫폼으로 삼아 화훼 농가와 일반 소비자가 중간 유통 과정 없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직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