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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년 만에 깨어난 기억…한 번의 전시, 쟁쟁한 화가들 발자취

 "나의 큰 자랑"이라며 60여 점의 현대화가 작품을 수집했던 윤상(1919~60). 1956년 7월, 그는 서울 동화백화점(현 신세계) 화랑에서 '제1회 윤상 수집 현대화가 작품전'을 열었다. 고희동, 이상범, 김환기, 장욱진 등 49명의 작가, 64점의 작품. 단 9일간의 짧은 전시였지만, 한국 현대미술사에 굵직한 획을 그었다. "더 성대한 전람회"를 약속했지만, 41세에 요절하며 그 꿈은 이루지 못했다.

 

과수원 운영, 평양 출신… 알려진 정보는 단편적. 이름마저 희미해진 그를 기억하는 건, '제1회 윤상 수집 현대화가 작품전 기념서화첩'(방명록)뿐이다. 한지로 묶인 이 서첩에는 전시를 찾은 104명의 문화예술인들이 남긴 흔적이 오롯이 담겼다.

 

천경자는 도라지꽃 그림과 함께 "작품이 많이 나가지 않아…"라며 아쉬움을 토로했고, 박득순, 김기창은 윤상의 초상화를 그리며 '털보형'이라 불렀다. 화가, 배우, 문인, 음악가… 각계 인사들의 그림과 메모는 1950년대 문화예술계의 생생한 풍경을 전한다.

 

OCI미술관 '털보 윤상과 뮤-즈의 추억'(~22일)은 이 방명록을 실마리로 1956년의 전시를 재조명한다. 2010년 경매에서 방명록을 확보한 후, 15년간의 연구 끝에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다.

 


도록조차 없던 시절, 전시의 실체는 리플릿(국립현대미술관 소장)과 신문 기사 스크랩으로만 짐작할 뿐. 윤상의 컬렉션은 흩어졌고, 현재 확인되는 작품은 단 두 점. 장욱진의 '가족'(1954, 당시 제목 '마을'), 그리고 유영국의 '도시'다. 유제욱 학예사는 "방명록은 작품의 유통, 제목 변화 등 한국 현대미술사 연구에 중요한 단서"라고 설명한다.

 

이번 전시에는 유영국의 '도시'를 비롯해, 당시 참여 작가 15명의 작품, 임응식 작가의 사진 57점이 함께 걸린다. 특히 '도시'는 윤상의 전시 이후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1956년은 '국전 분규'로 미술계가 분열된 시기. 하지만 윤상의 전시에는 대한미협(홍대파) 위원장 도상봉이 서문을 쓰고, 고희동의 작품이 첫 자리를 차지했다. 한국미협(서울대파) 회원들의 작품도 함께였다. 개인의 취향으로 이뤄낸 '화합의 전시'였던 셈이다.

 

전시 개막 후, 윤상에 대한 새로운 사실도 밝혀지고 있다. 이중섭의 방명록에서 윤상의 도장이 발견되었고, 원로 화가 박광진은 윤상과의 인연을 증언했다. 미술관은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콜로키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한 권의 방명록으로 되살아난 잊혀진 컬렉터 윤상. 그의 방명록에 초대 국립중앙박물관장 김재원이 남긴 독일어 문장은, 그의 짧지만 강렬했던 삶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것' 덕분에 제주 해녀·방언 인기 폭발

롭게 각인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관광공사가 올 상반기 동안 소셜미디어 데이터와 내비게이션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발간한 ‘데이터로 보는 제주여행-폭싹속았수다편’ 보고서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기존의 제주 배경 드라마들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제주의 매력을 전파했다.앞서 ‘웰컴투삼달리’와 ‘우리들의 블루스’ 같은 드라마들은 오조포구, 안돌오름, 광치기해변, 가파도, 비양도, 오일장 등 특정 촬영지 중심의 연관어가 주로 나타나 제주를 ‘여행지’로 소비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폭싹속았수다’는 ‘제주’, ‘성산일출봉’, ‘유채꽃밭’ 등 드라마 속 아름다운 자연경관뿐 아니라 ‘해녀’, ‘방언’, ‘문화’, ‘시대극’ 등 제주 고유의 문화와 정서를 반영하는 키워드를 다수 포함해 제주를 ‘이야기’ 중심으로 전달한 점이 특징적이다. 특히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해녀에 대한 관심은 드라마 방영 시점을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드라마 방영 직전인 2025년 1~2월의 해녀 언급량은 월평균 약 5천 건 수준이었으나, 3월에는 7,460건으로 약 41% 증가했다. 이후 4월과 5월에도 각각 6,791건과 7,072건으로 높은 관심이 지속되었다. 기존의 ‘음식’, ‘식당’ 중심 연관어에서 벗어나 ‘엄마’, ‘삶’, ‘이야기’ 같은 정서적이고 인간적인 키워드가 함께 등장하며 해녀가 단순한 직업이나 관광 콘텐츠를 넘어 제주의 문화적 상징으로 다시 조명받는 흐름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또한 드라마에서 사용된 제주 고유의 방언과 표현들이 화제를 모으면서 제주 방언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크게 확대되었다. 유튜브에서는 2025년 3월과 4월 제주 방언 관련 콘텐츠가 각각 26편과 32편 업로드됐으며, 4월 한 달 동안 이들 영상의 누적 조회수가 약 220만 회에 달하는 등 제주어에 대한 호기심이 영상 콘텐츠를 통해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였다.드라마의 주요 촬영지였던 김녕해수욕장과 제주목관아에 대한 방문객과 관심도 크게 증가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녕해수욕장으로의 차량 도착 수는 드라마 방영 전인 2025년 1~~2월 평균 2,442대에서 방영 후인 3~~4월 4,775대로 무려 96% 가까이 늘었으며, 온라인 언급량도 1,814건에서 2,602건으로 약 43% 증가했다. 제주목관아 역시 차량 도착 수가 198대에서 347대로 약 75% 증가했고, 온라인 언급량은 514건에서 744건으로 약 45% 상승하는 등 드라마 방영 효과가 실제 관광객 방문과 온라인 화제성에 고루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이 같은 데이터는 ‘폭싹속았수다’가 제주 관광 홍보에 있어 단순한 자연 풍광이나 관광 명소 소개를 넘어, 지역 문화와 전통,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제주를 새롭게 조명하는 데 성공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해녀’와 ‘제주 방언’ 등 무형문화재적 가치와 지역 정체성을 드라마 콘텐츠에 녹여냄으로써 관광객들의 문화 체험 욕구를 자극하고, 이에 따라 관련 장소 방문이 증가하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이번 분석 결과는 제주가 단순한 휴양지에서 벗어나 고유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아우르는 풍부한 이야기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통해 제주 관광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폭싹속았수다’ 사례는 콘텐츠를 통한 지역 문화 가치 재조명과 관광 활성화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으며, 향후 지역 관광 정책과 콘텐츠 제작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