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흑백 요리사' 에드워드 리, APEC 정상들 미식 외교의 칼을 뽑다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 요리사’에 출연하며 세계적인 스타 셰프 반열에 오른 에드워드 리 셰프가 이달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만찬을 총괄하게 되어 큰 주목을 받는다. 세계 각지의 요리를 섭렵하고 최근에는 한식 연구에 깊은 열정을 쏟고 있는 그가 과연 경주에 모이는 21개 회원국 정상들의 다양한 입맛을 어떻게 충족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 업계와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오는 28일 경주의 대표적인 숙박 시설인 호텔 라한셀렉트 경주에서 진행될 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은 에드워드 리 셰프가 총괄 셰프를 맡아 진행된다. 이번 만찬에는 각국 정상들을 비롯해 주요 기업인 등 총 200여 명의 귀빈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들에게 최고의 한식 코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내 최고 호텔 중 하나인 서울 롯데호텔이 에드워드 리 셰프와 손을 잡았으며, 롯데호텔 소속의 수십 명의 셰프들이 경주로 파견되어 만찬 준비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에드워드 리 셰프는 APEC 만찬 총괄 셰프로서 높은 적합성을 인정받는다. APEC 만찬 조리팀은 21개 회원국 정상들의 개별적인 취향과 식문화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었다. 비록 최종 메뉴 결정권은 에드워드 리 셰프에게 없었지만, 조리팀은 그의 총괄 지휘 아래 정상들이 편안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메뉴를 구현하는 데 주력했다. 프랑스, 아시아, 미국 남부 등 다양한 요리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을 가진 에드워드 리 셰프의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만찬 메뉴에 반영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그는 다수의 레스토랑을 직접 운영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규모 만찬 운영에도 능숙하여, 성공적인 만찬 개최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에드워드 리 셰프는 최근 한식에 대한 특별한 애착을 보이며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한다. 그는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제26회 세계지식포럼(WKF)에 연사로 참석하여 매일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저는 한국인이자 동시에 미국인의 관점에서 한식을 바라보기 때문에 한국에서 자란 분들과는 경험의 차이가 있다"며, "한식을 탐구하는 여정을 이어가면서 특히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발전한 한식을 탐구하고 있다"고 밝혀 한식에 대한 그의 독특하고 심도 있는 접근 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

 

정부는 APEC 만찬에 참석하는 세계 각국 정상들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각 정상들에게는 그들의 모국어로 번역된 개별 메뉴판이 제공된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는 물론 말레이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메뉴 이름과 상세한 설명이 기재될 예정이다. 대다수의 정상들이 영어가 가능하지만, 이는 한국이 각 정상들을 최고 수준으로 예우하고 환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통상 다자회의 오찬이나 만찬에서는 메뉴가 영어로만 제공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APEC 만찬의 구체적인 메뉴는 조만간 공식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한국과 경주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메뉴들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이번 만찬에서는 경주 지역의 특산 식자재 활용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만찬자문위원회를 발족하여 메뉴 선정을 위한 회의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이 위원회는 요리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저명한 교수들과 유명 셰프들로 구성되어 만찬 메뉴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지난 2005년 부산 APEC 당시 정상 만찬의 메뉴 컨셉은 ‘약이 되는 아름다운 한국 음식’이었다. 당시에는 궁중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수삼 샐러드, 대하구이, 신선로, 너비아니 등이 코스 요리로 제공되어 큰 호평을 받았다.

 

만찬주 또한 이번 APEC 정상 만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심사다. APEC 공식 만찬주는 정상회의 만찬 자리에서 의장국 수장인 대한민국 대통령이 건배를 제의하면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함께 마시는 술이다. 지난 8월, APEC 문화산업 고위급대화 대표단을 위한 환송 만찬에서는 ‘미리 만나보는 정상 만찬주’ 행사가 진행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이 행사에서는 만찬주로 선정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 전통주 4종이 시음되었다. 정부는 약주인 ‘교동법주’, 과실주 ‘크라테 미디엄 드라이’, 약주 ‘대몽재 1779’, 그리고 증류식 소주 ‘안동소주’를 선보였다. 그러나 안동소주의 경우 평균 알코올 도수가 20~25%에 달해, 국제회의 관례상 건배주로 인정받는 포도주의 알코올 농도(12~14%)와 큰 차이가 있어 최종 채택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에드워드 리 셰프의 탁월한 지휘 아래, 한국의 아름다움과 맛을 세계에 알릴 이번 APEC 정상 만찬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된다.

 

부산 밀면의 시초 내호냉면, 100년 역사의 향기

동 소막마을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깃든 상징적인 장소다. 일제강점기 한우를 수탈해 일본으로 보내기 위해 지어졌던 거대한 소 막사들은 전쟁이 터지자 갈 곳 없는 피란민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짐승이 머물던 축사에 사람이 들어가 다락방을 만들고 삶을 이어갔던 이 독특한 주거 형태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비극적 역사의 산물이다.소막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부산의 대표 음식인 밀면의 탄생 비화와 마주하게 된다. 함경남도 흥남에서 피란 내려온 일가가 1919년부터 이어온 냉면의 전통을 부산에서 다시 꽃피운 것이 그 시작이다. 전쟁 직후 메밀을 구하기 힘들었던 시절, 구호 물자로 받은 밀가루를 냉면 제조 방식에 접목해 탄생한 것이 바로 부산 밀면이다.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이 노포는 단순한 음식점을 넘어 척박한 피란 살이 속에서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던 실향민들의 슬픔을 달래주던 안식처였다.피란민들의 또 다른 눈물이 서린 곳은 영도다리라고 불리는 영도대교다. 1934년 준공된 국내 최초의 연륙교이자 도개교인 이곳은 헤어진 가족을 찾으려는 이산가족들이 매일같이 모여들던 만남의 광장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피란민들은 "살아있다면 영도다리에서 만나자"는 약속 하나로 모진 세월을 견뎠다. 다리의 한쪽 끝이 하늘을 향해 들리는 생경한 풍경은 당시 사람들에게는 재회를 향한 희망의 상징이었으며, 수많은 대중가요의 소재가 되어 피란민들의 고달픈 삶을 대변했다.영도다리는 원래 피란수도 유산 목록에 없었으나 그 역사적 상징성을 인정받아 최근 추가로 등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과거 하루에 많게는 일곱 번씩 배가 지나갈 때마다 다리를 들어 올렸던 도개 행사는 1960년대에 중단되었다가 2013년에 이르러서야 재개되었다. 현재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만 다리가 올라가는 장관을 볼 수 있어, 이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다리 주변은 매주 장인인산해를 이룬다. 다리가 들리는 짧은 시간 동안 사람들은 70여 년 전 이곳에서 가족을 기다리던 이들의 간절함을 되새긴다.부산의 산복도로와 항구 주변에 흩어진 이 유산들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인류의 회복력을 보여준다. 소 막사를 집으로 개조하고 밀가루로 냉면을 만들어 먹으며 이산가족을 기다리던 그 시절의 기록은 이제 인류 공통의 유산으로 보존될 준비를 하고 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의 현지 실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부산시는 이들 유산이 지닌 역사적 진정성을 알리기 위해 소막마을의 원형 복원과 영도다리 주변의 역사 공원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피란수도 부산의 1,023일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어두웠던 시기인 동시에 가장 강인했던 시간이었다. 소막마을의 밀면 향기와 영도다리의 도개 소리는 세대를 넘어 오늘날 우리에게 역사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세계유산 등재 추진은 단순히 과거를 기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한국인의 생명력을 세계에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부산의 골목마다 스며있는 피란 시절의 기억은 이제 평화를 염원하는 전 세계인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