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서학개미들, ‘이것’ 모르면 660만원 세금 폭탄 맞는다

 정부가 해외에 투자된 막대한 개인 자금을 국내로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세금 감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내시장 복귀 계좌(RIA)’로 명명된 이 제도는 해외 주식을 매도하고 원화로 환전해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서학개미에게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최근 불안정한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려는 외환당국의 의도가 담긴 조치로 해석된다.

 

재정경제부는 이 같은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르면 3월부터 RIA 계좌 상품이 출시될 전망이다. 이 계좌를 통해 해외 주식을 매각하고 얻은 자금을 국내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 혹은 단순히 예치금 형태로 1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소득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금 감면 혜택은 매각 시점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3월 말까지 해외 주식 매각과 환전, 국내 투자까지 모든 절차를 완료하면 양도소득세(22%) 전액을 면제받는다. 2분기 내에 완료하면 80%, 하반기에는 50%를 감면해주는 방식이다. 1인당 매도 한도는 5,000만 원으로 설정되었다. 예를 들어, 3,250만 원의 양도차익이 발생했다면, 3월 말까지 매각 시 약 660만 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정부는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체리피킹’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RIA 계좌로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투자자가 다른 계좌를 통해 다시 해외 주식을 매수할 경우, 매수 금액 비율만큼 감면 혜택을 차감하는 방식이다. 이는 제도의 본래 취지인 국내 자금 유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환 헤지 상품 투자자에 대한 세제 지원과 국내 모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에 대한 법인세 면제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또한, 올해 중 출시될 공모형 ‘국민성장펀드’에 대해서도 장기 투자 시 최대 1,800만 원의 소득공제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강력한 세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시장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약 250조 원에 달하는 서학개미 자금의 일부라도 국내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 분명 매력적이지만, 해외 주식 재투자를 제약하는 구조가 투자자들의 국내 복귀를 망설이게 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부산 밀면의 시초 내호냉면, 100년 역사의 향기

동 소막마을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깃든 상징적인 장소다. 일제강점기 한우를 수탈해 일본으로 보내기 위해 지어졌던 거대한 소 막사들은 전쟁이 터지자 갈 곳 없는 피란민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짐승이 머물던 축사에 사람이 들어가 다락방을 만들고 삶을 이어갔던 이 독특한 주거 형태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비극적 역사의 산물이다.소막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부산의 대표 음식인 밀면의 탄생 비화와 마주하게 된다. 함경남도 흥남에서 피란 내려온 일가가 1919년부터 이어온 냉면의 전통을 부산에서 다시 꽃피운 것이 그 시작이다. 전쟁 직후 메밀을 구하기 힘들었던 시절, 구호 물자로 받은 밀가루를 냉면 제조 방식에 접목해 탄생한 것이 바로 부산 밀면이다.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이 노포는 단순한 음식점을 넘어 척박한 피란 살이 속에서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던 실향민들의 슬픔을 달래주던 안식처였다.피란민들의 또 다른 눈물이 서린 곳은 영도다리라고 불리는 영도대교다. 1934년 준공된 국내 최초의 연륙교이자 도개교인 이곳은 헤어진 가족을 찾으려는 이산가족들이 매일같이 모여들던 만남의 광장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피란민들은 "살아있다면 영도다리에서 만나자"는 약속 하나로 모진 세월을 견뎠다. 다리의 한쪽 끝이 하늘을 향해 들리는 생경한 풍경은 당시 사람들에게는 재회를 향한 희망의 상징이었으며, 수많은 대중가요의 소재가 되어 피란민들의 고달픈 삶을 대변했다.영도다리는 원래 피란수도 유산 목록에 없었으나 그 역사적 상징성을 인정받아 최근 추가로 등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과거 하루에 많게는 일곱 번씩 배가 지나갈 때마다 다리를 들어 올렸던 도개 행사는 1960년대에 중단되었다가 2013년에 이르러서야 재개되었다. 현재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만 다리가 올라가는 장관을 볼 수 있어, 이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다리 주변은 매주 장인인산해를 이룬다. 다리가 들리는 짧은 시간 동안 사람들은 70여 년 전 이곳에서 가족을 기다리던 이들의 간절함을 되새긴다.부산의 산복도로와 항구 주변에 흩어진 이 유산들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인류의 회복력을 보여준다. 소 막사를 집으로 개조하고 밀가루로 냉면을 만들어 먹으며 이산가족을 기다리던 그 시절의 기록은 이제 인류 공통의 유산으로 보존될 준비를 하고 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의 현지 실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부산시는 이들 유산이 지닌 역사적 진정성을 알리기 위해 소막마을의 원형 복원과 영도다리 주변의 역사 공원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피란수도 부산의 1,023일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어두웠던 시기인 동시에 가장 강인했던 시간이었다. 소막마을의 밀면 향기와 영도다리의 도개 소리는 세대를 넘어 오늘날 우리에게 역사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세계유산 등재 추진은 단순히 과거를 기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한국인의 생명력을 세계에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부산의 골목마다 스며있는 피란 시절의 기억은 이제 평화를 염원하는 전 세계인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