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큐브

국버린과 임시직? 박민식 전 장관의 거침없는 독설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사표를 던진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당내 유력 경쟁자들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내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박 전 장관은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진짜 북구 사람'의 가치를 역설하며, 출마가 거론되는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과 이미 전입신고를 마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강하게 몰아세웠다. 그는 두 인사가 지역의 현안 해결보다는 개인의 정치적 야망을 위한 도구로 부산 북구를 이용하려 한다고 규정하며 지역 민심에 호소했다.

 

박 전 장관은 먼저 출마 선언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하정우 수석을 향해 국정 운영의 책임감을 저버린 행태라고 맹비난했다. 국회의원 당선이라는 개인적 기회를 잡기 위해 중요한 국정 현안을 내팽개치고 현직을 떠나려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하 수석을 국정을 버린 인물로 묘사하며, 북구를 자신의 출세를 위한 발판이나 거쳐 가는 징검다리로 여기는 인사가 당선된들 지역에 대한 진정성 있는 헌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펼쳤다.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공격 수위는 더욱 높았다. 박 전 장관은 이번 보궐선거 당선자의 임기가 2년 남짓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한 전 대표를 임시계약직에 비유했다. 원내 진입 이후 곧바로 차기 대선 준비에 몰두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북구 주민들의 삶을 대권 가도를 위한 발사대로 취급하는 것은 뻔뻔한 계산이라고 꼬집었다. 지역 주민들의 애환을 책임지기보다는 중앙 정치 무대로 복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궐선거를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그는 두 후보를 싸잡아 '메뚜기 정치인'이라 칭하며 지역 사회에 침입해서는 안 될 존재로 규정했다.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끝까지 책임을 지려는 자세 없이, 정치적 이득에 따라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행태가 북구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박 전 장관은 자신이 북구에서 자라고 활동해온 토박이임을 강조하며, 외지에서 유입된 거물급 인사들이 지역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주민들의 진심을 외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후보 단일화나 무공천 가능성에 대해서도 박 전 장관은 단호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같은 날 진행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며, 이러한 논의 자체가 주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치인들이 책상 위에서 계산기만 두드리는 정치공학적 셈법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보수 지지층의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보다 지역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결국 박 전 장관은 이번 보궐선거를 '지역 일꾼 대 중앙 정치인'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며 배수진을 쳤다. 한 전 대표의 전입신고와 하 수석의 가세로 부산 북구갑이 전국적인 관심지로 부상한 가운데, 박 전 장관의 강경한 태도는 여권 내 공천 갈등을 심화시키는 변수가 되고 있다. 지역 연고를 앞세운 박 전 장관의 공세가 거물급 인사들의 하향 지원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실제 경선 과정에서 주민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정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 국경 옆 시르케네스, 방공호에 새겨진 320번의 공습

'후르티그루텐'은 1893년부터 해안가 34개 항구를 잇는 노르웨이의 생명선 역할을 해왔다. 산과 피오르가 육로를 차단한 지형적 특성상 바다는 노르웨이인들에게 풍경이기에 앞서 유일한 길이었다. 폭풍우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항해하는 이 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노르웨이 사람들의 국민적 기억을 공유하는 움직이는 박물관과 같다.시르케네스 도심 지하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참혹했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방공호 '앤더스그로타'가 숨겨져 있다. 독일군의 군사 거점이었던 이 도시는 4년 동안 무려 320차례의 공습을 견뎌내야 했으며, 시민들은 차갑고 축축한 바위 터널 속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을 보냈다. 전기도 화장실도 없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노인이 숨을 거두던 이 공간은 이제 역사의 증언자가 되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지상의 평화로운 설경 아래 잠든 지하의 상흔은 이 도시가 짊어진 시간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도시를 벗어나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네이든 지역에는 국경이 갈라놓은 또 다른 아픔이 남아 있다. '아브 박물관'은 노르웨이와 핀란드, 러시아 접경지에 거주해온 원주민 스콜트 사미족의 문화를 보존하는 최전선이다. 19세기 이후 강대국들의 국경 긋기로 인해 생활권이 세 나라로 찢긴 이들은 가족과 생이별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특히 최근의 국제 정세 악화로 러시아 쪽 동족들과의 교류가 완전히 단절되면서, 이들이 겪는 문화적 고립감과 언어 소멸의 위기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사라져가는 스콜트 사미어를 되살리려는 현지의 노력은 눈물겹다. 노르웨이 내에서 이 언어를 일상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인구는 이제 손에 꼽을 정도지만, 박물관의 도슨트들은 수업을 통해 새로운 구사자를 길러내며 언어의 맥을 잇고 있다. 언어는 단순히 소통의 도구를 넘어 한 민족의 정체성과 역사를 담는 그릇이기에, 이들의 수업은 사라진 뿌리를 찾는 고단한 여정과도 같다. 국경이 그어놓은 선을 넘어 언어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민족의 영혼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시르케네스의 여행이 비장미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묵직한 역사를 마주한 뒤 바렌츠해에서 갓 잡아 올린 킹크랩을 맛보는 경험은 여행자에게 주어지는 가장 선명한 위로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식탁 위에서 여행자들은 방공호의 차가운 공기와 사미어 노래의 애잔함을 되새기며 북극권 항구도시의 매력을 온몸으로 만끽한다. 역사적 상흔과 풍요로운 바다의 혜택이 공존하는 이 독특한 환경은 시르케네스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감동의 원천이 된다.노르웨이의 북동쪽 끝에서 마주하는 시간은 풍경을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인류의 보편적인 고통과 회복의 과정을 목격하는 일이 된다. 바닷길을 통해 이어져 온 사람들의 삶과 전쟁이 남긴 흉터, 그리고 소멸에 저항하는 원주민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시르케네스라는 도시의 서사를 완성한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북쪽 끝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보이지 않는 국경 너머로 이어지는 인간의 의지와 문화의 생명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