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큐브

오골계 수프부터 명품 와인까지… 호텔가 미식 전쟁

 국내 호텔업계가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과 초복 대목을 앞두고 무더위에 지친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고품격 미식 전쟁에 돌입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오는 15일 초복을 겨냥해 각 사업장별로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차별화된 보양 메뉴를 일제히 출시하며 여름 성수기 공략의 포문을 열었다. 이번 프로모션은 단순한 삼계탕을 넘어 광동식 코스 요리부터 오골계 수프, 우대갈비 바비큐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보양 식단을 구성해 고객들에게 건강한 활력을 선사한다는 계획이다.

 

조선호텔의 이번 보양식 라인업은 서울과 부산, 제주를 잇는 전국적인 규모로 전개된다. 서울 강남의 럭셔리 컬렉션 호텔인 '조선 팰리스'의 중식당 '더 그레이트 홍연'은 정통 광동식 기법으로 풀어낸 프리미엄 코스 메뉴를 선보이며, 레스케프 호텔의 '팔레드 신'은 진귀한 식재료인 오골계를 활용한 보양 수프를 내놓았다. 판교의 그래비티 조선에서는 우대갈비와 농어 스시 등 대중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뷔페 메뉴를 보강해 가족 단위 고객들의 접근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부산과 제주 지역의 거점 호텔들도 각기 다른 매력의 여름 메뉴로 여행객들을 맞이한다. 웨스틴 조선 부산의 한식당 '셔블'과 그랜드 조선 부산의 '팔레드 신'은 지역 특색을 살린 보양식을 출시했으며, 그랜드 조선 제주의 뷔페 레스토랑 '아리아' 역시 신선한 해산물 중심의 여름 특선을 마련했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장마와 폭염이 반복되는 날씨 속에서 기력을 보충할 수 있도록 최고급 식재료를 엄선했다며, 호텔에서의 미식 경험이 일상의 활력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서울신라호텔은 한 차원 높은 미식 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최고급 와인과 파인다이닝을 결합한 '프레스티지 페어링 와인' 프로그램을 새롭게 론칭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한식 파인다이닝 '라연'과 프렌치 레스토랑 '콘티넨탈'에서 동시에 진행되며, 셰프와 헤드 소믈리에가 수개월간 협업해 음식과 와인의 조화는 물론 코스 전반의 예술적 흐름까지 고려해 완성했다. 이는 단순히 술을 곁들이는 수준을 넘어 국내 와인 문화의 격을 높이려는 신라호텔의 의지가 담긴 행보로 풀이된다.

 


신라호텔이 엄선한 와인 라인업은 그 희소성과 상징성 면에서 압도적이다. 전설적인 샴페인으로 불리는 '살롱 2013'을 비롯해 보르도 화이트 와인의 정점인 '파비용 블랑 드 샤또 마고 2021', 그리고 5대 샤또 중 하나인 '샤또 라투르 2009' 등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이 열광하는 빈티지들로 구성됐다. 호텔 측은 이러한 초고가 와인들이 각 레스토랑의 시그니처 요리와 만나 최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페어링의 정교함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호텔업계의 이러한 미식 강화 전략은 갈수록 세분화되고 고급화되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다. 무더위라는 계절적 요인에 '럭셔리'와 '건강'이라는 키워드를 결합해 단순한 숙박 시설을 넘어선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차별화된 미식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파인다이닝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초복을 앞두고 시작된 럭셔리 호텔들의 미식 경쟁은 올여름 휴가철 내내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제주 간 고양이버스… 지브리전 개막

전 인 제주'는 약 3100㎡에 달하는 광활한 부지에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명작들의 무대를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고양이버스는 폭신한 털의 질감을 살려 목적지를 제주로 설정해 눈길을 끌었으며, 5m 높이의 웅장한 천공의 성 라퓨타 조형물은 제주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했다.이번 전시의 개막이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지브리의 산증인인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의 깜짝 내한 덕분이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함께 40년간 스튜디오를 이끌어온 그는 개막식 현장에서 제주 전시만이 가진 독특한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스즈키 프로듀서는 캐릭터의 생명력은 결국 그를 뒷받침하는 배경에서 나온다는 미야자키 감독의 철학을 언급하며,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이 지브리 작품 속 배경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음에 깊은 감명을 표했다.스즈키 프로듀서는 이번 제주 전시가 성사될 수 있었던 핵심 동력으로 한국 대원미디어 정욱 회장과의 오랜 인연을 꼽았다. 1970년대 후반 비슷한 시기에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두 사람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두터운 신뢰를 쌓아왔다. 그는 단순히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궁합이 일의 성패를 결정짓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브리가 한국 대중에게 폭넓게 소개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만남의 결실임을 명확히 했다.전 세계가 지브리의 작품에 열광하는 본질적인 이유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통찰이 공유되었다. 스즈키 프로듀서는 지브리의 메시지가 거창한 슬로건이 아닌, 삶을 살아가다 보면 분명 즐거운 일도 있다는 소박하지만 강력한 긍정의 힘에 있다고 설명했다. 인위적으로 주제를 설정하기보다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던져지는 질문들을 작품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이 곧 지브리만의 정체성이라는 분석이다.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유대감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스즈키 프로듀서는 두 나라가 형제와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기에 지브리의 감성이 한국 독자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보았다. 특히 '모노노케 히메'와 같은 작품이 보여주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제주의 숲과 만나면서 국경을 초월한 보편적인 감동을 자아낸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지브리 문학이 가진 치유의 힘이 한국 팬들에게 지속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제주동화마을 일대를 지브리의 감성으로 물들인 이번 전시는 단순한 애니메이션 원화 전시를 넘어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형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관람객들은 숲길을 거닐며 토토로를 만나고, 라퓨타의 거대 로봇 병사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일상의 피로를 잊는 치유의 시간을 가졌다. 제주의 바람과 지브리의 철학이 만나 빚어낸 이 특별한 공간은 올여름 제주를 찾는 이들에게 잊지 못할 환상적인 경험과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