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인 1조 무시한 작업장, 37세 가장을 삼켰다

 충남 아산의 고속철도 증설 터널 공사 현장에서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지는 참변이 발생했다. 국가 사업으로 진행 중인 평택-오송 복복선 제2공구 현장에서 일하던 아웅민우 씨는 지난 1일 터널 깊숙한 곳에서 설비에 끼인 채 발견됐다. 사고 지점은 터널 입구에서 무려 2.4km나 들어간 곳이었으며, 최초 발견 당시 그는 이미 질식사 징후를 보이며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이번 사고는 위험한 공정의 최전선에 배치된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안전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장 동료들은 이번 사고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위험 작업 시 반드시 지켜져야 할 2인 1조 원칙이 인력 부족을 이유로 현장에서 무시되었던 점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지난 4월 관리자가 바뀐 이후 인원 보충 없이 작업 강도만 높아졌으며, 사고 당일에도 아웅민우 씨는 홀로 2.6km에 달하는 컨베이어벨트 구간을 점검해야 했다. 만약 옆에 동료가 한 명이라도 더 있었다면 비상 상황에서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탄식이 쏟아지는 이유다.

 


안전 설비의 부실함 역시 피해를 키운 주요 요인이다. 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벨트에는 비상시 가동을 멈출 수 있는 정지장치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전체 구간 중 초반 1km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정작 사고가 발생한 2.4km 지점에는 아무런 안전 장치가 없었으며, 피해자는 기계에 몸이 끼인 상태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조차 갖지 못했다.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와 하청업체는 그동안 안전 교육을 실시해 왔다고 주장하지만, 한국어로만 진행된 교육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사고 이후 사측의 대응 방식은 동료 이주노동자들의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 관리자들이 사고 현장의 흔적을 지우려 하거나 최초 목격자에게 사진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조직적 은폐 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피해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도 동료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숨기기에 급급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폐쇄적인 현장 관리는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 '언제든 우리도 소모품처럼 버려질 수 있다'는 공포와 분노를 확산시키고 있다.

 


숨진 아웅민우 씨는 미얀마에 있는 아내와 세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 성실히 일해 온 건실한 청년이었다. 숙소에서 동료들의 머리를 직접 깎아주고 미래에 선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던 그는, 법정 최저임금 수준의 일당을 받으며 주야 12시간 맞교대의 고된 노동을 견뎌왔다. 현재 그의 아내는 남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한국 입국을 준비하고 있으나, 비자 발급 절차가 지연되면서 타국에서 차갑게 식은 남편의 시신을 확인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가 기간 시설 공사 현장의 이주노동자 안전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험한 업무를 이주노동자에게 전담시키면서 정작 기본적인 안전 수칙조차 지키지 않는 관행이 계속되는 한 제2의 아웅민우는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시공사와 하청업체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엄중히 조사하고 있으며, 유족들은 진실 규명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며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다.

 

폭염 씻는 옥빛 물길, 강원도 계곡 트레킹

수직 절벽인 '뼝대'가 병풍처럼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다. 이곳은 평소 자갈밭이었다가 비가 온 뒤에만 옥빛 물길이 열리는 복류천의 특성을 지녀, 적절한 시기에 방문하면 수억 년의 세월이 빚은 대자연의 신비를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 계곡 중간에 자리한 '숲속책방'은 트레커들에게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선사하며, 자연과 문학이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양양의 법수치 계곡은 오지 중의 오지로 꼽히는 은밀한 휴식처다. 오대산 자락에서 발원한 맑은 물줄기가 굽이치는 이곳은 수령 500년이 넘는 거대한 제왕송과 폐교된 분교가 어우러져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법수치 마을까지 이어지는 8km의 물길은 한 번 진입하면 되돌아오거나 끝까지 가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지만,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용소의 짙은 물빛은 트레커들의 피로를 씻어주기에 충분하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의 자연 속에서 즐기는 물길 산책은 진정한 고립의 미학을 선사한다.삼척과 울진의 경계에 위치한 응봉산 자락의 덕풍계곡은 기암괴석과 협곡이 빚어낸 한 폭의 산수화다. 특히 용소골의 제1용소와 제2용소는 거대한 검은 벽이 소를 둘러싸고 있어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한다. 험준한 구간마다 설치된 철제 계단과 난간 덕분에 초보자도 비교적 안전하게 협곡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8m 높이에서 쏟아지는 폭포수와 용트림하는 물줄기는 폭염조차 침범하지 못하는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연이 선사하는 경이로움에 감탄하게 만든다.인제 방태산 자락의 아침가리 계곡은 '삼둔 사가리'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원시림의 보고다. 방동약수에서 시작해 조경동교를 거쳐 진동리까지 이어지는 11km 구간은 산길과 물길이 조화롭게 섞여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계곡 중간의 뚝발소처럼 깊고 푸른 웅덩이는 섬뜩할 정도의 신비로움을 자아내며 트레커들을 유혹한다. 아침에 잠시 밭을 갈 정도의 해만 든다는 이름처럼, 울창한 숲이 만들어낸 천연 지붕 아래를 걷다 보면 도심의 열기는 어느새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된다.계곡 트레킹은 일반적인 등산보다 체력 소모가 크고 위험 요소가 많아 철저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이끼 낀 바위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접지력이 좋은 전용 신발을 착용해야 하며, 갑작스러운 수위 상승에 대비해 기상 정보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또한 수심이 깊은 소(沼) 주변에서는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야 하며, 체온 유지를 위한 여벌 옷과 방수 팩 준비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연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지정된 경로를 이탈하지 않고 자신의 체력 수준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강원도의 깊은 골짜기마다 숨겨진 옥빛 물길은 올여름 폭염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최고의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경험은 단순한 피서를 넘어 자연과 하나 되는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정선의 뼝대부터 인제의 원시림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계곡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트레커들을 환대하고 있다. 이번 주말, 무거운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강원도의 청량한 물길 속으로 뛰어들어 보는 것은 무더위를 이겨내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