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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 역사 왜곡에 유네스코 "개선하라" 권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일본 사도광산의 전시 전략에 대해 조선인 강제노동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위원회는 15일 회원국에 회람한 결정문안을 통해 일본이 제출한 보존현황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등재 당시 약속했던 해석과 전시 전략 수립에 있어 일부 진전은 있었으나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명시했다. 특히 광산 개발의 모든 기간에 걸쳐 전체 역사를 현장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전시 시설 개선을 위해 한국 등 관련 당사국과 긴밀히 협의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이번 권고의 핵심은 일제강점기 당시 사도광산에 동원되어 가혹한 노역에 시달렸던 조선인들의 역사를 일본이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왜곡하고 있다는 점을 국제기구가 공식 확인했다는 데 있다. 일본은 사도광산 인근 박물관에 전시 공간을 마련했으나, '강제'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등 노동의 강제성을 희석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 측에 전시 시설이 어떻게 전체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지 더 명확하게 설명할 것을 요구했으며, 이에 대한 이행 보고서를 2027년 12월까지 제출하라고 시한을 못 박았다.

 


우리 정부는 이번 유네스코의 결정이 그동안 일본에 요구해온 '강제성 명시'와 '전체 역사 반영'의 정당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의 권고 이행이 미흡한 상황에서 한국의 일관된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며, 향후 일본이 등재 당시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유네스코 사무국 및 관계국과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두 차례의 한일 국장급 협의를 통해 강제노동 표현의 구체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으며, 유네스코 측에도 일본의 약속 미이행 사례를 꾸준히 설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도광산은 에도시대 금광으로 유명했으나 태평양 전쟁 시기에는 전쟁 물자 확보를 위한 광산으로 이용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약 1,500여 명의 조선인이 강제 동원되어 차별과 혹독한 노동 환경에 노출되었다. 일본은 유산 등재를 위해 한국의 동의가 필수적이었던 2024년 당시 전체 역사를 전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등재 이후에는 진정성 있는 조치를 미뤄왔다. 특히 한국 정부는 일본의 태도에 항의하며 사도광산 추도식에 2년 연속 불참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왔으며, 올해 추도식 참석 여부 역시 일본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없이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번 결정문안은 오는 20일부터 부산에서 개최되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안건으로 논의될 예정이며, 위원국 간 이견이 없으면 최종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은 국제적인 구속력을 갖지만, 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의 불이익이 명확하지 않아 일본이 실제 전시 내용을 얼마나 개선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또한 한국의 세계유산위원국 임기가 내년에 종료된다는 점도 향후 일본을 압박하는 데 있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유네스코가 정기적인 보고를 요청하며 감시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점은 일본에 적지 않은 외교적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사도광산 현장에 한국인 노동자 관련 이정표를 설치하는 등 일부 제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본질적인 역사 기술의 문제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유네스코의 이번 권고는 사도광산이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남기 위해서는 감추고 싶은 어두운 역사까지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보편적 가치를 일깨워준 것이다. 2028년 제50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의 이행 보고서가 다시 검토될 때까지, 국제사회와 우리 정부의 지속적인 감시와 압박이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복원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폭염 씻는 옥빛 물길, 강원도 계곡 트레킹

수직 절벽인 '뼝대'가 병풍처럼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다. 이곳은 평소 자갈밭이었다가 비가 온 뒤에만 옥빛 물길이 열리는 복류천의 특성을 지녀, 적절한 시기에 방문하면 수억 년의 세월이 빚은 대자연의 신비를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 계곡 중간에 자리한 '숲속책방'은 트레커들에게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선사하며, 자연과 문학이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양양의 법수치 계곡은 오지 중의 오지로 꼽히는 은밀한 휴식처다. 오대산 자락에서 발원한 맑은 물줄기가 굽이치는 이곳은 수령 500년이 넘는 거대한 제왕송과 폐교된 분교가 어우러져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법수치 마을까지 이어지는 8km의 물길은 한 번 진입하면 되돌아오거나 끝까지 가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지만,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용소의 짙은 물빛은 트레커들의 피로를 씻어주기에 충분하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의 자연 속에서 즐기는 물길 산책은 진정한 고립의 미학을 선사한다.삼척과 울진의 경계에 위치한 응봉산 자락의 덕풍계곡은 기암괴석과 협곡이 빚어낸 한 폭의 산수화다. 특히 용소골의 제1용소와 제2용소는 거대한 검은 벽이 소를 둘러싸고 있어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한다. 험준한 구간마다 설치된 철제 계단과 난간 덕분에 초보자도 비교적 안전하게 협곡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8m 높이에서 쏟아지는 폭포수와 용트림하는 물줄기는 폭염조차 침범하지 못하는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연이 선사하는 경이로움에 감탄하게 만든다.인제 방태산 자락의 아침가리 계곡은 '삼둔 사가리'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원시림의 보고다. 방동약수에서 시작해 조경동교를 거쳐 진동리까지 이어지는 11km 구간은 산길과 물길이 조화롭게 섞여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계곡 중간의 뚝발소처럼 깊고 푸른 웅덩이는 섬뜩할 정도의 신비로움을 자아내며 트레커들을 유혹한다. 아침에 잠시 밭을 갈 정도의 해만 든다는 이름처럼, 울창한 숲이 만들어낸 천연 지붕 아래를 걷다 보면 도심의 열기는 어느새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된다.계곡 트레킹은 일반적인 등산보다 체력 소모가 크고 위험 요소가 많아 철저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이끼 낀 바위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접지력이 좋은 전용 신발을 착용해야 하며, 갑작스러운 수위 상승에 대비해 기상 정보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또한 수심이 깊은 소(沼) 주변에서는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야 하며, 체온 유지를 위한 여벌 옷과 방수 팩 준비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연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지정된 경로를 이탈하지 않고 자신의 체력 수준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강원도의 깊은 골짜기마다 숨겨진 옥빛 물길은 올여름 폭염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최고의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경험은 단순한 피서를 넘어 자연과 하나 되는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정선의 뼝대부터 인제의 원시림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계곡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트레커들을 환대하고 있다. 이번 주말, 무거운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강원도의 청량한 물길 속으로 뛰어들어 보는 것은 무더위를 이겨내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