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홈플러스 사태 직격탄, 중년 여성 일자리 대책 시급

 국내 대형 유통업체의 한 축이었던 홈플러스가 파산의 기로에 서면서,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수만 명의 중년 여성 노동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13일 전국 매장이 예고 없이 문을 닫으면서 현장의 직원들은 출근 당일에야 일터를 잃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황당한 상황을 맞이했다. 특히 전체 인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40~60대 여성들은 경력 단절 이후 어렵게 구한 일자리가 한순간에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에게 마트는 단순한 직장을 넘어 생계를 책임지는 유일한 수단이었기에 이번 사태가 주는 충격은 더욱 가혹하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당장의 생계비 마련을 위해 빚을 내어 버티는 등 한계 상황에 도달한 상태다. 이미 올해 초부터 임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아 비상금 대출이나 카드론으로 생활비를 충당해온 직원들이 부지기수다.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대출 이자만 불어나는 현실은 이들을 더욱 깊은 절망으로 밀어넣고 있다. 이미 폐점이 완료된 지점의 퇴직자들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조차 구하지 못해 건설 현장 신호수 등 위험한 일용직을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홈플러스 사태가 한국 사회 중장년 여성 일자리의 구조적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분석한다. 과거 결혼과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었던 여성들이 재취업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대형마트는 이들을 흡수하는 거대한 저수지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이 쇠퇴하고 온라인 시장으로 급격히 재편되면서 이 저수지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마땅한 대안 없이 쏟아져 나온 노동자들이 결국 더 열악한 비정규직이나 단기 시간제 일자리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공적 자금 투입을 통한 기업 정상화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단순히 퇴직금 지급 여부를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경제와 가계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한 근본적인 회생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중년 여성 노동자들이 산업 전환의 흐름 속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맞춤형 직업 훈련과 새로운 고용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동자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산업 구조의 변화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다.

 


산업계 전반에서는 이번 사태를 노동시장의 대전환기를 맞이한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의 디지털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실직 사태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중장년층이 새로운 산업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부재한 상황에서, 홈플러스 사태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위기들의 전초전이 될 수 있다. 정부와 기업,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노동 가치를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홈플러스 전국 지점의 불이 꺼진 지 사흘째를 맞이한 가운데, 현장 노동자들의 시계는 여전히 멈춰 서 있다. 매대를 정리하며 손님을 맞이하던 평범한 일상은 이제 기약 없는 기다림과 투쟁의 시간으로 바뀌었다. 생계 위기가 현실화된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위로가 아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와 사회적 지지다. 우리 사회가 이들의 절규를 외면한다면, 산업 전환의 대가는 오롯이 가장 취약한 고리에 있는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남게 될 것이다.

 

폭염 씻는 옥빛 물길, 강원도 계곡 트레킹

수직 절벽인 '뼝대'가 병풍처럼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다. 이곳은 평소 자갈밭이었다가 비가 온 뒤에만 옥빛 물길이 열리는 복류천의 특성을 지녀, 적절한 시기에 방문하면 수억 년의 세월이 빚은 대자연의 신비를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 계곡 중간에 자리한 '숲속책방'은 트레커들에게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선사하며, 자연과 문학이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양양의 법수치 계곡은 오지 중의 오지로 꼽히는 은밀한 휴식처다. 오대산 자락에서 발원한 맑은 물줄기가 굽이치는 이곳은 수령 500년이 넘는 거대한 제왕송과 폐교된 분교가 어우러져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법수치 마을까지 이어지는 8km의 물길은 한 번 진입하면 되돌아오거나 끝까지 가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지만,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용소의 짙은 물빛은 트레커들의 피로를 씻어주기에 충분하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의 자연 속에서 즐기는 물길 산책은 진정한 고립의 미학을 선사한다.삼척과 울진의 경계에 위치한 응봉산 자락의 덕풍계곡은 기암괴석과 협곡이 빚어낸 한 폭의 산수화다. 특히 용소골의 제1용소와 제2용소는 거대한 검은 벽이 소를 둘러싸고 있어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한다. 험준한 구간마다 설치된 철제 계단과 난간 덕분에 초보자도 비교적 안전하게 협곡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8m 높이에서 쏟아지는 폭포수와 용트림하는 물줄기는 폭염조차 침범하지 못하는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연이 선사하는 경이로움에 감탄하게 만든다.인제 방태산 자락의 아침가리 계곡은 '삼둔 사가리'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원시림의 보고다. 방동약수에서 시작해 조경동교를 거쳐 진동리까지 이어지는 11km 구간은 산길과 물길이 조화롭게 섞여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계곡 중간의 뚝발소처럼 깊고 푸른 웅덩이는 섬뜩할 정도의 신비로움을 자아내며 트레커들을 유혹한다. 아침에 잠시 밭을 갈 정도의 해만 든다는 이름처럼, 울창한 숲이 만들어낸 천연 지붕 아래를 걷다 보면 도심의 열기는 어느새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된다.계곡 트레킹은 일반적인 등산보다 체력 소모가 크고 위험 요소가 많아 철저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이끼 낀 바위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접지력이 좋은 전용 신발을 착용해야 하며, 갑작스러운 수위 상승에 대비해 기상 정보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또한 수심이 깊은 소(沼) 주변에서는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야 하며, 체온 유지를 위한 여벌 옷과 방수 팩 준비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연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지정된 경로를 이탈하지 않고 자신의 체력 수준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강원도의 깊은 골짜기마다 숨겨진 옥빛 물길은 올여름 폭염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최고의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경험은 단순한 피서를 넘어 자연과 하나 되는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정선의 뼝대부터 인제의 원시림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계곡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트레커들을 환대하고 있다. 이번 주말, 무거운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강원도의 청량한 물길 속으로 뛰어들어 보는 것은 무더위를 이겨내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