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부, '장윤기 사건' 사과…상피제 전면 도입

 정부가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의 범인 장윤기를 비호하기 위해 경찰 조직이 가담한 의혹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16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수사팀장이 증거 인멸 혐의로 구속되는 등 경찰의 고의적인 봐주기 수사 정황이 드러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경찰 수사의 공정성을 파괴한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비리 경찰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도록 수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쇄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재발 방지를 위한 핵심 대책으로 경찰관 가족이 연루된 사건을 해당 관서가 맡지 못하게 하는 '상피제'와 연고지 유착을 막는 '순환인사제'가 전면 도입된다. 앞으로 경찰관의 친인척이 사건 관계인일 경우 반드시 자진 신고해야 하며, 해당 사건은 시도경찰청이 직접 수사하거나 타 관서로 이송된다. 또한 국가수사본부장 직속의 '내부비리수사대'를 신설해 전국 경찰의 수사 비위를 전담 마크하고, 비리 적발 시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단하는 등 내부 감시망을 촘촘히 구축하기로 했다.

 


외부 통제 장치도 대폭 강화된다. 국가경찰위원회 산하에 독립적인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를 설치해 민간 출신 조사국장이 부실 수사나 인권 침해 여부를 직접 조사하게 된다. 이는 경찰 내부 감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로, 검사의 보완 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는 사례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특히 오는 10월 출범할 공소청과의 협력을 통해 경찰 수사의 허점을 원천 차단하고, 부당한 수사가 진행될 경우 검사가 수사팀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강력한 견제 장치를 마련했다.

 

윤 장관은 경찰이 공소청 검사의 보완 수사 요구나 합동 수사 요청에 즉각 응하도록 제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만약 경찰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해 수사의 공정성을 해친다고 판단되면, 검사는 해당 수사팀이나 수사관서를 강제로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이는 그동안 경찰이 독점해 온 수사 진행 과정에 외부의 객관적인 시각을 개입시켜, 제 식구 감싸기식의 폐쇄적인 수사 문화를 타파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이번 쇄신안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는 신뢰 회복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조치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은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한 이른바 '향찰' 문제가 구조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기대를 내비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새로운 조사기구가 기존 감찰 조직 위에 군림하는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수사 실무를 모르는 민간 조사관들이 현장의 전문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잦은 순환 인사가 지역 치안의 전문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정(情)이 아닌 정의에 헌신하는 경찰상을 재정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대범죄수사청을 활용해 경찰을 포함한 사법경찰관의 범법 행위를 성역 없이 수사하고, 내부 비리 신고 포상금과 변호사 대리 신고제를 확대해 자정 작용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장윤기 사건으로 실추된 경찰 수사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이번 고강도 처방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 그리고 10월 출범할 공소청과의 새로운 관계 정립이 수사 현장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폭염 씻는 옥빛 물길, 강원도 계곡 트레킹

수직 절벽인 '뼝대'가 병풍처럼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다. 이곳은 평소 자갈밭이었다가 비가 온 뒤에만 옥빛 물길이 열리는 복류천의 특성을 지녀, 적절한 시기에 방문하면 수억 년의 세월이 빚은 대자연의 신비를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 계곡 중간에 자리한 '숲속책방'은 트레커들에게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선사하며, 자연과 문학이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양양의 법수치 계곡은 오지 중의 오지로 꼽히는 은밀한 휴식처다. 오대산 자락에서 발원한 맑은 물줄기가 굽이치는 이곳은 수령 500년이 넘는 거대한 제왕송과 폐교된 분교가 어우러져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법수치 마을까지 이어지는 8km의 물길은 한 번 진입하면 되돌아오거나 끝까지 가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지만,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용소의 짙은 물빛은 트레커들의 피로를 씻어주기에 충분하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의 자연 속에서 즐기는 물길 산책은 진정한 고립의 미학을 선사한다.삼척과 울진의 경계에 위치한 응봉산 자락의 덕풍계곡은 기암괴석과 협곡이 빚어낸 한 폭의 산수화다. 특히 용소골의 제1용소와 제2용소는 거대한 검은 벽이 소를 둘러싸고 있어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한다. 험준한 구간마다 설치된 철제 계단과 난간 덕분에 초보자도 비교적 안전하게 협곡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8m 높이에서 쏟아지는 폭포수와 용트림하는 물줄기는 폭염조차 침범하지 못하는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연이 선사하는 경이로움에 감탄하게 만든다.인제 방태산 자락의 아침가리 계곡은 '삼둔 사가리'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원시림의 보고다. 방동약수에서 시작해 조경동교를 거쳐 진동리까지 이어지는 11km 구간은 산길과 물길이 조화롭게 섞여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계곡 중간의 뚝발소처럼 깊고 푸른 웅덩이는 섬뜩할 정도의 신비로움을 자아내며 트레커들을 유혹한다. 아침에 잠시 밭을 갈 정도의 해만 든다는 이름처럼, 울창한 숲이 만들어낸 천연 지붕 아래를 걷다 보면 도심의 열기는 어느새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된다.계곡 트레킹은 일반적인 등산보다 체력 소모가 크고 위험 요소가 많아 철저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이끼 낀 바위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접지력이 좋은 전용 신발을 착용해야 하며, 갑작스러운 수위 상승에 대비해 기상 정보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또한 수심이 깊은 소(沼) 주변에서는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야 하며, 체온 유지를 위한 여벌 옷과 방수 팩 준비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연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지정된 경로를 이탈하지 않고 자신의 체력 수준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강원도의 깊은 골짜기마다 숨겨진 옥빛 물길은 올여름 폭염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최고의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경험은 단순한 피서를 넘어 자연과 하나 되는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정선의 뼝대부터 인제의 원시림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계곡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트레커들을 환대하고 있다. 이번 주말, 무거운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강원도의 청량한 물길 속으로 뛰어들어 보는 것은 무더위를 이겨내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