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저출산 예산 낭비 말고, 난임 부부부터 확실히 돕자

 연예계 대표 커플인 김준호·김지민 부부가 최근 시험관 시술을 통한 첫 아이 임신 소식을 전하며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특히 마흔을 넘긴 나이에 단 한 번의 시도만으로 임신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전국의 난임 부부들에게 큰 희망과 부러움을 동시에 안겼다. 내년 2월 출산을 앞둔 이들 부부의 초음파 사진 공개는 SNS상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었으며,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예비 부모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에게도 기적이 찾아오길 바라는 응원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성공 사례 뒤에는 수십 번의 실패를 거듭하며 눈물짓는 난임 부부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시술비 지원을 확대하고는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높은 문턱과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시험관 시술은 단순한 의료 행위를 넘어 반복적인 호르몬 주사와 검사로 인해 여성의 신체에 극심한 무리를 주며, 한 번의 시도에 수백만 원이 소요되는 비용 구조는 평범한 가정에 감당하기 힘든 짐이 되고 있다.

 


정부의 지원 사업이 소득이나 나이 제한을 철폐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급여 항목의 약제비나 추가 검사 비용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넓혔다고는 하나 실제 환자가 체감하는 본인 부담금은 여전히 무겁다. 특히 지자체별로 재정 여건에 따라 지원 규모가 제각각인 탓에 거주지에 따른 '난임 복지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국가가 전액 지원을 보장해야 한다는 청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직장 생활과의 병행이 어렵다는 점은 난임 부부들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몬다. 시술 주기에 맞춰 빈번하게 병원을 방문해야 하지만,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보수적인 조직 문화를 가진 직장에서는 연차 사용조차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결국 많은 여성이 임신 성공을 위해 경력 단절을 선택하게 되고, 이는 다시 가계 소득 감소로 이어져 시술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일과 난임 치료를 양립할 수 있는 기업 문화와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한 상황이다.

 


남성 난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원 확대 역시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난임은 부부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지원 체계는 여성의 시술에만 집중되어 있어 무정자증 등 남성 요인으로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배려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남성 난임 환자들도 차별 없이 정밀 검사와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난임을 여성만의 문제로 치부하는 과거의 시각에서 벗어나 부부 통합적인 지원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 중인 출생률을 반등시키기 위해서는 이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아이를 낳을 의지가 없는 층을 설득하는 정책보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지만 신체적·경제적 한계에 부딪힌 난임 부부들을 돕는 것이 훨씬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다.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생활비를 쪼개 시술을 이어가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저출산 대책의 시작이다. 모든 난임 부부가 임신 테스트기의 선명한 두 줄을 보며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BTS 굿즈 찾아 한국행" 리커머스 성지순례

이었다면, 이제는 절판된 앨범이나 희귀 포토카드를 구하기 위한 '리커머스(Re-commerce)' 쇼핑이 방한의 핵심 동기로 자리 잡았다. 아일랜드에서 온 한 관광객은 귀국 전 마지막 일정으로 중고 매장을 찾아 세븐틴의 예전 앨범을 구매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K-팝 팬덤의 중고 거래 시장은 내국인끼리의 취미를 넘어 글로벌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고부가가치 인바운드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서울 마포구의 한 리커머스 매장은 방문객의 거의 전원이 외국인일 정도로 글로벌 팬들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일본과 중국 등 인접 국가는 물론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지역 팬들까지 이곳을 찾으면서 한 달 방문객만 1,000명을 상회한다. 5년 넘게 운영된 온라인 쇼핑몰의 인지도가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어지며, 오직 이 가게를 방문하기 위해 한국 여행을 계획했다는 단골 고객도 적지 않다. 팬들이 SNS에 올린 구매 후기는 다시 전 세계 팬들에게 확산되며 새로운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리커머스 시장이 공식 굿즈숍보다 인기를 끄는 이유는 빠른 트렌드 대응력과 희소성에 있다. 매장 관계자들은 글로벌 팬 커뮤니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인기 그룹의 변동을 분석하고, 콘서트나 팝업스토어 현장에서 직접 물량을 확보한다. 최근 스트레이키즈 공연을 앞두고 관련 상품이 매진 사례를 빚은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생산이 중단된 과거의 한정판 협업 제품이나 멤버들의 친필 사인이 담긴 앨범 등은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팬들 사이에서 활발히 거래된다.이러한 소비 생태계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를 넘어 팬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매장 내부에 설치된 태블릿을 통해 원하는 포토카드를 검색하고, 서로의 수집품을 공유하며 정보를 나누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되었다. 팬들은 이곳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역사를 확인하고 다른 국가의 팬들과 교류하며 깊은 유대감을 느낀다. 리커머스 매장이 단순한 상점을 넘어 K-팝 문화를 향유하고 경험하는 하나의 문화적 거점이자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게 된 셈이다.전문가들은 K-팝 리커머스가 관광과 수출을 동시에 견인하는 전략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진단한다. 외국인 팬들이 한국에서 구매한 희귀 굿즈는 자국으로 돌아가 다시 현지 팬덤 내에서 유통되며 K-팝의 영향력을 지속시킨다. 이는 한국 여행의 목적성을 뚜렷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공연 전후의 부수적인 소비를 촉진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팬덤이라는 확실한 타겟층을 보유한 만큼, 리커머스 상품군을 다양화하고 관광 전략과 연계한다면 인바운드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결국 K-팝 리커머스의 부상은 글로벌 팬덤의 소비 방식이 소유를 넘어 가치와 경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식 판매처에서 구할 수 없는 '나만의 보물'을 찾아 한국의 골목 매장을 뒤지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한류 관광의 패러다임 변화를 상징한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이러한 변화를 주목하여 리커머스 매장을 관광 벨트의 일부로 포함하거나 외국인 쇼핑 편의를 지원하는 등 체계적인 육성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K-팝이 만든 중고 거래 열풍은 이제 한국 관광의 지형도를 바꾸는 강력한 문화 권력으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