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신차급만 버텼다…연식 오래될수록 중고차값 뚝

 여름 휴가철을 맞아 통상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던 7월 중고차 시장이 경기 불확실성의 여파로 이례적인 약세를 기록했다.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대형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중심으로 매물 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가격 조정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진 결과다. 휴가 수요로 인해 거래가 활발해지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한 유지비 부담이 커지면서 중고차 시세는 국산과 수입을 가리지 않고 일제히 하향 곡선을 그렸다.

 

차종별로는 초기 구매 비용과 유지비가 많이 드는 대형 차종의 하락 폭이 가장 두드러졌다. 제네시스 G80과 기아 K9 등 국산 대형 세단은 한 달 사이 5% 이상의 시세 하락을 보였으며, 가족 단위 여행용으로 인기가 높았던 팰리세이드와 카니발 등 대형 SUV 및 RV 모델들도 일제히 가격이 내렸다. 이는 경기 둔화로 인해 고가의 대형 차량을 선호하던 구매층이 지갑을 닫으면서, 시장에 공급된 매물이 원활하게 소화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입차 시장 역시 상황은 비슷하여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전통적인 인기 브랜드들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신차 가격 상승과 할부 금리 부담이 중고차 시장으로 전이되면서 수입차를 찾는 수요가 예년만 못한 실정이다. 다만 이러한 전반적인 하락세 속에서도 신차급 중고차들은 상대적으로 가격 방어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차 출고 대기 기간과 가격 상승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1~2년 내외의 최신 연식 차량으로 눈을 돌리면서 하락 폭을 최소화한 것이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생산지와 연식에 따라 시세가 극명하게 갈리는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미국에서 생산된 테슬라 모델 Y 중고차는 완전자율주행 기능인 FSD V14 라이트 탑재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홀로 시세가 상승했다. 반면 동일한 모델임에도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최신 연식 차량은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중고 전기차 시장에서 소프트웨어 성능과 생산 국가가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음을 시사한다.

 


연식이 오래된 차량일수록 시세 하락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2020년 이전 생산된 구형 차량들은 거래량이 급감하며 최대 2% 이상의 하락세를 보였는데, 이는 소비자들이 노후 차량의 수리비 부담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등으로 신차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2025년식 이후의 신차급 매물들은 시장에서 귀한 대접을 받으며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7월의 시세 하락이 구매자들에게는 오히려 적절한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인기 차종의 가격이 조정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고금리 기조가 여전하고 경기 회복 신호가 불투명한 만큼, 차량 구매 시 유지비와 감가상각률을 꼼꼼히 따져보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당분간 중고차 시장은 실속형 매물과 소프트웨어 가치가 높은 특정 모델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BTS 굿즈 찾아 한국행" 리커머스 성지순례

이었다면, 이제는 절판된 앨범이나 희귀 포토카드를 구하기 위한 '리커머스(Re-commerce)' 쇼핑이 방한의 핵심 동기로 자리 잡았다. 아일랜드에서 온 한 관광객은 귀국 전 마지막 일정으로 중고 매장을 찾아 세븐틴의 예전 앨범을 구매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K-팝 팬덤의 중고 거래 시장은 내국인끼리의 취미를 넘어 글로벌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고부가가치 인바운드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서울 마포구의 한 리커머스 매장은 방문객의 거의 전원이 외국인일 정도로 글로벌 팬들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일본과 중국 등 인접 국가는 물론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지역 팬들까지 이곳을 찾으면서 한 달 방문객만 1,000명을 상회한다. 5년 넘게 운영된 온라인 쇼핑몰의 인지도가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어지며, 오직 이 가게를 방문하기 위해 한국 여행을 계획했다는 단골 고객도 적지 않다. 팬들이 SNS에 올린 구매 후기는 다시 전 세계 팬들에게 확산되며 새로운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리커머스 시장이 공식 굿즈숍보다 인기를 끄는 이유는 빠른 트렌드 대응력과 희소성에 있다. 매장 관계자들은 글로벌 팬 커뮤니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인기 그룹의 변동을 분석하고, 콘서트나 팝업스토어 현장에서 직접 물량을 확보한다. 최근 스트레이키즈 공연을 앞두고 관련 상품이 매진 사례를 빚은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생산이 중단된 과거의 한정판 협업 제품이나 멤버들의 친필 사인이 담긴 앨범 등은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팬들 사이에서 활발히 거래된다.이러한 소비 생태계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를 넘어 팬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매장 내부에 설치된 태블릿을 통해 원하는 포토카드를 검색하고, 서로의 수집품을 공유하며 정보를 나누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되었다. 팬들은 이곳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역사를 확인하고 다른 국가의 팬들과 교류하며 깊은 유대감을 느낀다. 리커머스 매장이 단순한 상점을 넘어 K-팝 문화를 향유하고 경험하는 하나의 문화적 거점이자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게 된 셈이다.전문가들은 K-팝 리커머스가 관광과 수출을 동시에 견인하는 전략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진단한다. 외국인 팬들이 한국에서 구매한 희귀 굿즈는 자국으로 돌아가 다시 현지 팬덤 내에서 유통되며 K-팝의 영향력을 지속시킨다. 이는 한국 여행의 목적성을 뚜렷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공연 전후의 부수적인 소비를 촉진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팬덤이라는 확실한 타겟층을 보유한 만큼, 리커머스 상품군을 다양화하고 관광 전략과 연계한다면 인바운드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결국 K-팝 리커머스의 부상은 글로벌 팬덤의 소비 방식이 소유를 넘어 가치와 경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식 판매처에서 구할 수 없는 '나만의 보물'을 찾아 한국의 골목 매장을 뒤지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한류 관광의 패러다임 변화를 상징한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이러한 변화를 주목하여 리커머스 매장을 관광 벨트의 일부로 포함하거나 외국인 쇼핑 편의를 지원하는 등 체계적인 육성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K-팝이 만든 중고 거래 열풍은 이제 한국 관광의 지형도를 바꾸는 강력한 문화 권력으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