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외국 심판 성접대 파문, 축구협회 15년 전 흑역사 폭로

 대한축구협회가 과거 국내에서 열린 주요 국제 경기 당시 외국인 심판과 감독관들에게 법인카드를 이용해 조직적인 성접대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6년 작성한 비공개 비리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협회는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월드컵과 올림픽 예선 등 주요 경기 전후로 안마시술소 등에서 수차례 결제를 진행했다. 특히 2014 브라질 월드컵 예선과 2012 런던 올림픽 예선처럼 결과가 절실했던 시기에 집중적으로 접대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한다. 당시 협회 관계자들은 외국인 심판들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이러한 행위가 관행적으로 지속되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접대의 대담함은 더욱 선명해진다. 2012년 2월 서울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월드컵 예선전 당일 새벽, 서울 강남의 한 안마시술소에서 협회 법인카드로 50만 원이 결제되었다. 문체부는 이를 심판 2명에 대한 성접대 비용으로 규정했다. 당시 비용을 결제한 직원은 조사 과정에서 해당 금액에 성매매 비용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외국인 심판들이 먼저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승리를 위해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심판진에게 부적절한 향응을 제공함으로써 스포츠 정신을 근본적으로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러한 부적절한 접대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 경기에서도 장소를 가리지 않고 행해졌다. 2011년 경남 창원에서 열린 오만과의 올림픽 최종예선 직후에도 인근 안마업소에서 76만 원이 결제되었는데, 이는 심판 4명을 대상으로 한 접대비로 파악되었다. 심지어 심판의 판정을 감시하고 평가해야 할 감독관마저 접대 대상에 포함되었다. 2012년 3월 한 경기 도중에는 강남의 마사지업소에서 감독관을 위한 비용이 지출되기도 했다. 감시자와 피감시자 모두에게 향응을 제공하며 경기 운영 전반을 관리하려 했던 협회의 일그러진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친선 경기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온두라스, 세르비아, 폴란드 등과의 국가대표팀 평가전은 물론 올림픽 대표팀의 중국전 등 총 7차례에 걸쳐 비슷한 형태의 결제가 반복되었다. 당시 심판 업무를 총괄했던 전직 간부는 심판들이 경기장에서 '호각을 잘 불어주길 바라는 마음'에 이러한 접대에 응했다고 주장했다. 비록 이러한 행위가 실제 판정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접대 사실 자체만으로도 한국 축구의 국제적 위상과 신뢰도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이번에 공개된 비리는 조중연 전 축구협회장 재임 시절에 집중되어 있다. 당시 축구협회 임직원들이 유흥업소에서 법인카드를 남발한다는 논란은 있었지만, 그 대상이 외국인 심판이었다는 구체적인 조사 결과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협회 측은 해당 사건이 15년 전의 일이며 문서 보관 연한이 지나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2013년 이후 '클린카드 시스템'을 도입하고 의전 방식을 개선해 현재는 철저한 내부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과거의 과오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축구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체육 단체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 대한 전수조사와 더불어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을 요구하고 있다. 스포츠의 생명인 공정성을 훼손하려 했던 시도가 국가대표 경기라는 공적 무대에서 벌어졌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5년 전의 관행이라는 변명 뒤에 숨기에는 사안의 폭발력이 상당하며, 이는 현대 축구 행정이 지향해야 할 투명성과 윤리 의식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침묵으로 일관해온 과거의 진실이 드러난 만큼 한국 축구의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당분간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2030 사로잡은 반영 맛집, 민둥산의 여름

리네'가 최근 SNS를 통해 '한국의 리틀 백록담'으로 입소문을 타면서부터다. 석회암 지대의 갈라진 틈으로 빗물이 스며들어 형성된 이 물웅덩이는 깊은 산속에서는 보기 드문 신비로운 경관을 연출한다. 특히 2026년 여름의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이곳은 섭씨 20도 안팎의 서늘한 기온을 유지하며 피서객들에게 새로운 트레킹 성지로 급부상했다.민둥산 돌리네의 가장 큰 매력은 주변 능선이 물 표면에 그대로 비치는 투명한 반영에 있다. 초록빛 억새 군락이 물웅덩이를 감싸 안은 모습은 마치 정교하게 연출된 컴퓨터 배경 화면을 연상케 한다. 과거 주민들이 산나물 채취를 위해 매년 불을 놓았던 습관 덕분에 정상부에 나무가 거의 없는 독특한 지형이 형성되었고, 이는 오히려 돌리네의 탁 트인 조망을 확보하는 결과가 되었다. 북쪽 언덕에 홀로 서 있는 나무 한 그루는 광활한 초원 위에서 보석처럼 빛나며 사진 작가들과 젊은 층의 출사 포인트로 사랑받고 있다.이곳의 날씨는 고지대 특유의 변화무쌍함을 간직하고 있어 방문객들에게 매번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맑은 날의 청량한 풍경도 일품이지만, 갑작스럽게 골바람을 타고 밀려오는 운해는 돌리네를 순식간에 신비로운 안개 속으로 밀어 넣는다. 구름에 휩싸인 물웅덩이는 마치 전설 속의 성지처럼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제주도의 삼성혈을 떠올리게 한다. 여름철 이른 아침에 산을 오르면 억새 사이로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함께 몽환적인 대자연의 생명력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민둥산을 오르는 경로는 체력과 시간대에 따라 세 가지 선택지가 존재한다. 가장 대중적인 제1코스는 증산초등학교에서 시작해 가파른 길과 완만한 길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제2코스는 능전마을 주차장을 이용해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가장 빠르게 정상에 닿고 싶다면 제3코스인 발구덕쉼터를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다만 최단 코스인 만큼 평일 새벽 6시 30분 이전에는 도착해야 주차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시작하는 짧은 트레킹은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도 큰 부담이 없다.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행객들을 위한 편의 시설도 대폭 확충되었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고 민둥산역에 도착하면 주말마다 운행되는 셔틀버스를 이용해 주요 등산로 입구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2026년 셔틀버스 운행은 11월 초순까지 주말 한정으로 하루 4회 운영되며, 시기에 따라 민둥산역과 능전마을 주차장을 기점으로 노선이 조정된다. 지자체는 관광객 급증에 대비해 임시 운행 여부를 실시간으로 공지하고 있으며, 반려견과 함께 동행하는 여행객들을 위한 배려 섞인 안내도 병행하고 있다.최근 고환율과 고물가 영향으로 국내 여행으로 눈을 돌린 이들에게 정선의 자연은 가성비 높은 럭셔리한 경험을 제공한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대자연의 풍광과 가족이 함께 나누는 새벽 산행의 기억은 단순한 관광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정선군 여량면 일대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민둥산의 역동적인 지형이 어우러진 이번 여름 시즌은 억새가 은빛으로 변하기 전까지 그 싱그러움을 더할 전망이다. 여행객들은 출국 전 복잡한 절차 대신 가벼운 등산화와 카메라를 챙겨 강원도의 깊은 산속으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