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서도호부터 솔 르윗까지, 가을 미술계 '빅뱅'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국내 미술계는 이미 뜨거운 가을 축제 준비를 마쳤다. 올해 상반기가 거장들의 회고전으로 활기를 띠었다면, 하반기에는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혀온 국내외 작가들의 대규모 전시와 국제적인 아트페어가 맞물리며 거대한 예술의 장이 펼쳐진다. 특히 9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와 키아프를 기점으로 전국 각지의 비엔날레가 연쇄적으로 개막하며 한국은 그야말로 '미술의 계절'에 접어들 전망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30년 예술 세계를 집대성한 개인전을 통해 하반기 전시의 포문을 연다. 작가의 상징과도 같은 반투명 천 소재의 실물 크기 집들이 전시장 내부를 가득 채우며 공간과 기억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작가의 드로잉 작업들과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들이 대거 소개되어, 이주와 정체성을 탐구해온 서도호의 철학적 사유 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리움미술관과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등 주요 사립 미술관들도 이에 질세라 굵직한 기획전을 선보인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이름을 알린 구정아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을 감각적인 설치 작품으로 구현해 관객들을 맞이한다. 개념미술의 선구자로 추앙받는 솔 르윗의 대규모 개인전 역시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작품의 형상보다 그 이면에 숨겨진 아이디어와 규칙을 중시했던 거장의 월 드로잉과 입체 조각들이 국내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해외 거장들의 타계 후 첫 전시나 원로 작가들의 회고전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독일 신표현주의의 대부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추모 전시는 그의 60년 화업을 총망라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거꾸로 된 인물화로 기존의 회화 질서를 파괴했던 그의 거친 붓질을 회화와 조각 등 40여 점의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또한 미국 모던아트의 거장 조지아 오키프의 전시와 미디어아트의 개척자 린 허쉬만 리슨의 작업들도 하반기 미술관 리스트를 풍성하게 채운다.

 


미술시장의 열기는 9월 2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에서 절정에 달한다. 전 세계 30개국에서 모여든 120여 개의 정상급 갤러리들이 참여해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작품들을 쏟아낸다. 해외 유수의 컬렉터와 미술계 관계자들이 대거 입국하는 시기에 맞춰 국내 화랑들도 자존심을 건 기획전을 준비 중이다. 아트페어가 단순한 판매의 장을 넘어 전 세계 미술계가 교류하는 거대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셈이다.

 

서울의 열기는 광주와 부산 등 지역 비엔날레로 이어지며 전국적인 예술 축제로 확장된다.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는 강렬한 주제를 내건 광주비엔날레와 '불협하는 합창'을 통해 차이와 공존을 탐구하는 부산비엔날레가 관객들을 기다린다. 제주와 경기도, 창원에서도 각기 다른 장르의 비엔날레가 잇따라 막을 올리며 지역 고유의 문화적 특색을 담아낸다. 2026년 하반기 한국 미술계는 국경과 지역을 넘어선 예술적 소통의 장으로서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2030 사로잡은 반영 맛집, 민둥산의 여름

리네'가 최근 SNS를 통해 '한국의 리틀 백록담'으로 입소문을 타면서부터다. 석회암 지대의 갈라진 틈으로 빗물이 스며들어 형성된 이 물웅덩이는 깊은 산속에서는 보기 드문 신비로운 경관을 연출한다. 특히 2026년 여름의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이곳은 섭씨 20도 안팎의 서늘한 기온을 유지하며 피서객들에게 새로운 트레킹 성지로 급부상했다.민둥산 돌리네의 가장 큰 매력은 주변 능선이 물 표면에 그대로 비치는 투명한 반영에 있다. 초록빛 억새 군락이 물웅덩이를 감싸 안은 모습은 마치 정교하게 연출된 컴퓨터 배경 화면을 연상케 한다. 과거 주민들이 산나물 채취를 위해 매년 불을 놓았던 습관 덕분에 정상부에 나무가 거의 없는 독특한 지형이 형성되었고, 이는 오히려 돌리네의 탁 트인 조망을 확보하는 결과가 되었다. 북쪽 언덕에 홀로 서 있는 나무 한 그루는 광활한 초원 위에서 보석처럼 빛나며 사진 작가들과 젊은 층의 출사 포인트로 사랑받고 있다.이곳의 날씨는 고지대 특유의 변화무쌍함을 간직하고 있어 방문객들에게 매번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맑은 날의 청량한 풍경도 일품이지만, 갑작스럽게 골바람을 타고 밀려오는 운해는 돌리네를 순식간에 신비로운 안개 속으로 밀어 넣는다. 구름에 휩싸인 물웅덩이는 마치 전설 속의 성지처럼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제주도의 삼성혈을 떠올리게 한다. 여름철 이른 아침에 산을 오르면 억새 사이로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함께 몽환적인 대자연의 생명력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민둥산을 오르는 경로는 체력과 시간대에 따라 세 가지 선택지가 존재한다. 가장 대중적인 제1코스는 증산초등학교에서 시작해 가파른 길과 완만한 길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제2코스는 능전마을 주차장을 이용해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가장 빠르게 정상에 닿고 싶다면 제3코스인 발구덕쉼터를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다만 최단 코스인 만큼 평일 새벽 6시 30분 이전에는 도착해야 주차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시작하는 짧은 트레킹은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도 큰 부담이 없다.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행객들을 위한 편의 시설도 대폭 확충되었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고 민둥산역에 도착하면 주말마다 운행되는 셔틀버스를 이용해 주요 등산로 입구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2026년 셔틀버스 운행은 11월 초순까지 주말 한정으로 하루 4회 운영되며, 시기에 따라 민둥산역과 능전마을 주차장을 기점으로 노선이 조정된다. 지자체는 관광객 급증에 대비해 임시 운행 여부를 실시간으로 공지하고 있으며, 반려견과 함께 동행하는 여행객들을 위한 배려 섞인 안내도 병행하고 있다.최근 고환율과 고물가 영향으로 국내 여행으로 눈을 돌린 이들에게 정선의 자연은 가성비 높은 럭셔리한 경험을 제공한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대자연의 풍광과 가족이 함께 나누는 새벽 산행의 기억은 단순한 관광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정선군 여량면 일대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민둥산의 역동적인 지형이 어우러진 이번 여름 시즌은 억새가 은빛으로 변하기 전까지 그 싱그러움을 더할 전망이다. 여행객들은 출국 전 복잡한 절차 대신 가벼운 등산화와 카메라를 챙겨 강원도의 깊은 산속으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