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큐브

"CG 아니었어?" 오디세이 속 트로이의 실체

 거장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영화 '오디세이'가 전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작품의 배경이 된 촬영지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이 뜨겁다. 고대 서사시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이 영화는 주인공 오디세우스의 험난한 귀환 여정을 압도적인 영상미로 그려냈다. 이에 모로코관광청은 영화 속 고대 도시와 신화적 공간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모로코의 대표 명소 3곳을 선정해 19일 전격 공개했다.

 

가장 먼저 주목받는 곳은 영화 속 비극의 무대인 고대 도시 트로이로 변신한 '아이트 벤 하두'다. 모로코 남부 와르자자트 인근에 위치한 이곳은 붉은 진흙으로 쌓아 올린 전통 요새 도시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마을은 사막의 뜨거운 태양 아래 고고한 자태를 뽐낸다. 제작진은 이곳의 실제 성벽과 정교하게 제작된 세트를 결합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트로이 전투 장면을 생생하게 구현해냈다.

 


대서양의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항구 도시 '에사우이라'는 영화의 상징적인 장면을 탄생시킨 장소다. 높이 10m가 넘는 거대한 트로이 목마가 발견되는 순간과 오디세우스 일행의 비장한 출항 장면이 바로 이곳에서 촬영됐다. 에사우이라 특유의 하얀 건물과 푸른 대문이 어우러진 메디나는 영화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특히 2,000여 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된 대규모 군집 장면은 에사우이라의 광활한 해안선을 배경으로 완성됐다.

 

신화 속 왕궁의 화려함을 고스란히 담아낸 '마라케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촬영지다. 영화 속 메넬라오스 궁전의 내부 장면은 마라케시의 전통 건축미를 활용해 촬영됐다. '붉은 도시'라는 별칭답게 도시 전체를 감싸는 붉은색 톤과 정교한 아라베스크 문양은 고대 왕실의 위엄을 재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자마 엘프나 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로 같은 골목들은 영화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로 가득하다.

 


모로코가 이처럼 대작 영화의 단골 촬영지가 된 배경에는 '사막의 할리우드'라 불리는 와르자자트의 탄탄한 제작 기반이 있다. 이미 '글래디에이터'와 '왕좌의 게임' 등 수많은 글로벌 대작들이 이곳을 거쳐 갔으며, 현지의 숙련된 제작 인프라는 놀런 감독의 까다로운 실사 촬영 요구를 완벽히 소화해냈다. 흙빛 요새와 푸른 바다, 화려한 궁전이 공존하는 모로코의 다채로운 지형은 영화 오디세이를 통해 다시 한번 그 가치를 입증했다.

 

영화 오디세이의 흥행은 모로코를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시네마 투어'의 중심지로 격상시키고 있다. 스크린 속 경이로운 풍경을 직접 확인하려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현지 관광 산업도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고대 신화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모로코 여행은 영화 팬들에게 작품의 감동을 현실에서 이어가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 효과… 영월 청령포 인산인해

곳의 상흔 남은 터전들이 새로운 문화적 숨결을 얻어 부활하는 중이다. 수백 년 전의 역사적 비극을 간직한 공간들이 잊히지 않고 대중의 발길을 끌어모으는 역설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모습이다.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선풍적인 흥행 기록을 남긴 이후, 단종의 애달픈 서사가 서린 영월 청령포는 연일 몰려드는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상영이 완전히 끝난 이후에도 열기가 식지 않으면서 지역 상권과 숙박 시설은 이례적인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한적했던 지방 소도시의 식당과 명소마다 대기 행렬이 이어지는 기현상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삼면이 강물로 둘러싸이고 뒤편은 가파른 절벽으로 막힌 청령포는 조선 6대 임금 단종이 유배 생활을 했던 천연의 고립지다. 숙부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17세의 어린 나이에 비극적인 생을 마감해야 했던 군주의 서글픈 역사는 자욱한 물안개 속 소나무 숲과 함께 서늘한 중압감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에는 단종이 기거했던 어소와 그 세월을 묵묵히 지켜본 관음송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통성을 지녔음에도 비운의 운명을 맞이해야 했던 단종의 삶은 오랫동안 풀어내지 못한 역사적 한으로 남아왔다. 천형과도 같았던 단절의 공간이 수백 년의 시간을 지나 대중과 호흡하는 장소로 변모한 셈이다.영화가 촉발한 역사의 재발견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미처 피어나지 못한 어린 영혼을 향한 애도와 추모의 발길로 승화되고 있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청령포 선착장을 통해 강을 건너는 관광객들의 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과거 단절과 철폐의 대명사였던 유배지는 이제 안타까운 역사를 되새기고 위로를 나누는 열린 추모 공간으로 탈바꿈했다.쇠퇴해 가던 옛 광산촌과 역사적 유배지가 대중문화 콘텐츠와의 결합을 통해 지역 재생의 모범 사례로 거듭나고 있다. 비극적인 서사를 간직한 지역 유산들이 스토리텔링을 얻어 대중과 소통하면서, 멈춰 섰던 강원도 영월 일대의 시간은 새로운 활력과 함께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