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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걸작 216점 한자리에…역대 최대 전시


겸재 정선의 작품 216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보와 보물을 포함해 국내에서 열린 정선 관련 전시 가운데 최대 규모다. 대표적인 진경산수뿐 아니라 정선의 자화상으로 여겨지는 작품과 스승·친구와의 교유를 보여주는 그림까지 공개돼 그의 작품 세계와 삶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특별전 ‘겸재 정선-조선의 눈으로 조선을 그리다’의 첫 작품은 보물 <경교명승첩>이다. 화첩에는 정선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독서여가’가 포함돼 있다. 50대 초반의 정선을 그린 자화상으로 여겨지는 작품이다.

 

그림 속 정선은 한 손에 부채를 든 채 화분을 바라보며 툇마루에 편안하게 앉아 있다. 반듯한 기둥과 가지런한 마루, 책으로 가득한 방은 선비의 단정한 생활을 보여주지만, 흐트러진 신발과 느슨한 자세에서는 예술가로서의 자유로운 분위기도 느껴진다.

 

<경교명승첩>은 정선이 1741년 양천현령으로 있을 당시 평생의 벗인 시인 이병연과 시와 그림을 주고받으며 만든 화첩이다. 한양과 한강 주변 풍경, 고사인물화 등 33점이 담겼으며 그동안 따로 공개됐던 작품들이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전시는 정선의 작품을 지역과 주제에 따라 소개한다. 한양과 한강을 다룬 작품에서는 정선이 실제 생활했던 공간과 주변 명소를 확인할 수 있다. ‘인곡유거’에는 인왕산 자락의 자택이 등장하고, ‘미호-석실서원’에는 스승 김창협에 대한 존경이 담겼다.

 


시인 이병연과의 관계도 작품을 통해 드러난다. ‘촉재제시’와 ‘시화환상간’에는 두 사람이 시와 그림을 주고받으며 나눴던 우정이 표현돼 있다. ‘종해청조’는 정선이 지방관으로 근무했던 양천현아 주변의 풍경을 담았다. 화첩 속 풍경은 양수리에서 행주산성까지 한강을 따라 이어진다.

 

인왕산 동쪽 기슭의 명소를 그린 ‘청풍계’도 별도의 공간에서 선보인다. 정선이 64세 때 그린 이 작품은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방식으로 산을 표현해 고목과 절벽을 더욱 웅장하게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천으로 굽이진 동선을 만들어 관람객이 실제 골짜기를 지나가는 듯한 분위기도 연출했다.

 

이번 전시에는 총 84건, 216점이 출품됐다. 국내 최대 규모의 정선 컬렉션을 보유한 간송미술문화재단이 128점을 내놓았으며 국보 1건 1점과 보물 7건 71점도 포함됐다. 연구자들이 그동안 도판으로만 접했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정선의 작품 세계가 진경산수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여산초당’은 중국 고사를 다루면서도 초당 주변 풍경을 정선 특유의 산수화법으로 표현했다. 인물에게는 조선식 복장을 입혔다.

 

<소상팔경도첩>에서는 중국의 대표적인 산수 주제를 조선의 풍경처럼 풀어냈고, <화훼영모화첩>에서는 꽃과 동물을 세밀하게 관찰한 정선의 또 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정선의 대표 소재인 금강산이다. ‘금강전도’와 ‘풍악내산총람’을 비롯해 금강산을 그린 작품 8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36세에 그린 <신묘년풍악도첩>과 72세에 제작한 <해악전신첩>을 비교하면 오랜 세월에 걸쳐 변화한 정선의 화법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해악전신첩>에 수록된 그림 21점이 모두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는 정선의 뛰어난 산수화 기법만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가 누구와 교류했고 어떤 공간에서 생활했는지까지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정선의 작품을 감상하는 동시에 조선 후기 한 예술가의 삶과 인간관계까지 들여다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시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의 정선 전시는 다시 만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간송미술관에서는 지난 7월 문을 연 상설전시실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방, 미인도실’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한지로 꾸민 공간에서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를 감상할 수 있다.

 

‘겸재 정선-조선의 눈으로 조선을 그리다’ 전시는 오는 12월 27일까지 이어진다.

 

아리랑이 이렇게 힙했나

어우러지는 제51회 정선아리랑제가 오는 10월 1일부터 4일까지 정선읍 일원에서 열린다.강원 정선아리랑문화재단은 올해 축제를*‘정선의 소리, 끝없는 비상’이라는 주제로 마련했다. 행사는 정선공설운동장을 중심으로 아리랑센터, 아리샘터, 아라리공원 등 정선읍 곳곳에서 펼쳐진다. 공연과 경연, 전시, 체험행사 등 모두 11개 부문 114개 프로그램이 준비돼 전통과 현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을 예고하고 있다.축제의 문은 10월 1일 열린다. 이날에는 정선아리랑의 미래 비전을 알리는 선포식과 함께 대규모 아리랑 합창이 마련된다. 여러 목소리가 한데 모여 정선의 대표 소리를 울려 퍼뜨리는 장면은 올해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무대가 될 전망이다. 밤이 되면 분위기는 한층 화려해진다. 1200여 대의 드론이 정선의 밤하늘을 수놓고, 불꽃놀이가 더해져 가을밤 축제의 열기를 끌어올린다.둘째 날인 10월 2일에는 전국아리랑합창경연대회가 열린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저마다의 색깔로 아리랑을 해석하며 무대를 꾸민다. 정선아리랑이 지역의 노래를 넘어 한국인의 정서를 품은 소리로 확장되는 순간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10월 3일에는 축제의 흥이 거리로 이어진다. 정선읍 시가지에서는 아리랑 퍼레이드가 펼쳐져 관람객과 주민이 함께 어울리는 장면을 만든다. 같은 날에는 전통 가락을 젊은 감각으로 풀어낸 A-POP 댄스 경연대회도 열린다. 아리랑 멜로디와 현대적 비트를 결합한 무대가 마련돼, 전통이 박제된 유산이 아니라 지금도 새롭게 변주될 수 있는 문화임을 보여줄 예정이다.학술적 의미를 더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10월 3일 오후 3시 아리샘터에서는 ‘소리의 유산에서 미래의 선율로, 세계를 품은 음악 도시 정선’을 주제로 제51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이 열린다. 정선아리랑의 문화적 가치와 앞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짚어보는 시간이다.축제장에서는 정선아리랑의 지난 시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주제관도 운영된다. 공설운동장 일원에 마련되는 정선아리랑 주제관에서는 정선아리랑의 역사와 노랫말, 지난 50년간 축제가 걸어온 발자취를 사진과 영상, 각종 자료로 살펴볼 수 있다. 유네스코 음악 창의 도시를 향한 정선의 도전도 함께 소개돼 축제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만나는 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축제장 주변에는 143개의 먹거리 부스가 들어선다. 정선의 전통 음식과 지역 특색을 살린 메뉴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공연을 보고, 거리를 걷고, 지역 음식을 맛보는 동안 정선의 가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관람 편의를 위한 안내와 교통 대책도 준비됐다. 삼성카드 모니모 앱에서는 축제 일정과 행사장 위치, 주변 관광지, 먹거리 정보, 체험 프로그램, 스탬프 행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차량 방문객은 종합경기장에 주차한 뒤 아라리교를 건너 약 10분 정도 걸으면 정선공설운동장 축제장에 도착할 수 있다. 축제 기간에는 셔틀버스도 운영된다.최종수 정선아리랑문화재단 이사장은 “올해 축제는 영화 ‘아리랑’ 100년과 정선아리랑제 50년의 역사가 함께 만나는 뜻깊은 자리”라며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정선을 찾아 오래 기억될 가을 추억을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정선아리랑제는 한 곡의 노래를 넘어 지역의 삶과 역사, 흥을 품은 축제다. 낮에는 거리와 무대에서 아리랑의 다양한 변신을 만나고, 밤에는 드론과 불꽃이 그리는 하늘 아래 머무는 시간. 올가을 정선은 듣고, 보고, 걷고, 맛보는 여행지로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